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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017' 첫방①] 요즘 고딩들은 이런 고민 안 해요
입력 2017-07-18 10:40   

(사진=KBS2 ‘학교 2017’ 캡처)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다고 부르짖던 1994년의 학교와, 별반 달라진 것 없는 2017년의 학교를 보며, 여전히 바뀌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 통쾌한 한방을 날려보고자 한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KBS2 ‘학교 2017’의 기획의도다. 이와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가 인용된다. 제작진의 말처럼, 1994년의 학교와 2017년의 학교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을까.

‘학교2017’이 드라마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화두는 ‘성적계급사회’다. 극 중 금도고등학교는 전교생의 성적을 등수 순서로 강당에 붙여두고, 이를 계급화한다. 전교 1등부터 10등까지는 밥을 가장 일찍 먹을 수 있고, 꼴찌에 가까운 아이들은 도서관도 이용하지 못한다.

6등급이지만 명문 한국대를 꿈꾸는 학생에게 교사는 “네 등급은 고기로 치면 개 사료로도 쓰지 못한다”며 학교에서 인간 취급 받을 생각을 말라고 꾸짖는다. “아부지 모하시노?”라며 따귀만 후려치지 않았을 뿐이지, 인격을 모독하는 언어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된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가 보여 주고 있는 학교 풍경은 정말 2017년의 것일까? 안타깝지만 ‘학교 2017’은 기본적 설정부터 상당히 시대착오인 면들을 보여 준다. 극소수의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뉴스에 나온다 한들, 세상은 바뀌었다. 명문대 합격은 예나 지금이나 선망의 대상이지만, 기껏해야 모의고사 성적으로 계급 씩이나 생겨날 만큼 학생들은 공부에 매달리지 않는다.

일례로 강남에 ‘돼지엄마’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시기가 이 드라마보다 앞선다. ‘돼지엄마’란 아이에게 최고의 사교육을 시켜 주기 위해 소수 정예로 정보를 공유하는 학부모들을 일컫는다.

극 중 6등급 라은호(김세정 분)도 웹툰 특기생으로 명문대 진학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성적은 더 이상 절대적인 힘을 갖지 못한다. 때문에 대치동 학원가를 점령하던 ‘돼지엄마’라는 거대 권력도 해체되고 있는 마당이다. ‘성적지상주의’를 없애겠다는 다양한 정책들이 ‘학교’ 시리즈가 이어져 오는 동안 계속됐고, 이제는 숫제 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만 대학을 가던 시기가 오히려 나았다는 말까지 돈다.

그럼에도 ‘학교 2017’은 성적, 성적만을 말한다. 누군가는 성적 없이도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성적이 부족하면 차별받고 불행하고 고통받을 것이라 말한다. 드라마에 두 개의 잣대가 존재하니 이야기는 아노미 상태에 빠지고 만다.

시대착오적인 것은 수능과 학생부의 차이부터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과도하게 모의고사 성적을 강조하는 대목 뿐만이 아니다. 이사장 아들이자 반항아 현태운(김정현 분)과 전교1등 엄친아 송대휘(장동윤 분) 사이의 ‘캔디과’ 여주인공 라은호가 끼어 있는 설정은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인터넷 소설의 한 페이지를 열어 본 것 같은 인상이다. 특히 오토바이 묘기를 부리는 현태운의 모습은 차마 TV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그나마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것은 학교에서 수상한 사건들을 벌이고 다니는 인물의 정체를 찾아 나가는 부분이다. 첫 방송부터 오늘날 학교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버린 모습만을 보여 준 ‘학교 2017’이 어떤 전개로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회복시킬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