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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강다니엘 센터 논란, 워너원의 딜레마
입력 2017-08-17 15:35   

▲워너원 강다니엘(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수납.

그룹 워너원 강다니엘의 팬들은 팀 내에서 그가 ‘수납’됐다고 말한다.

‘받아서 넣어 둠’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워너원을 기획한 CJ E&M이 강다니엘을 멤버로 받아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 뒀다는 것이다. 프로필 사진 등이 공개될 당시만 하더라도 단어는 다분히 조롱의 어조로 사용됐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마저 강다니엘이 ‘수납’됐다고 느끼자 팬들의 비아냥거림은 분노로 변했다. “엠넷 ‘프로듀스 101’ 대국민 사기극.” 강다니엘의 센터 분량을 지적하던 팬들은 급기야 이런 과격한 제목의 제보 메일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모든 아이돌 그룹에게는 센터가 필요하다. 다만 이 때의 센터는 노래와 퍼포먼스의 색깔을 가장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멤버를 말한다.

걸그룹 소녀시대 윤아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에서 팀의 가운데에 서 ‘발차기’를 날리며 단숨에 센터 멤버로 얼굴을 알렸지만, 강렬한 콘셉트의 ‘더 보이즈(The boys)’나 ‘미스터 미스터(Mr. Mr)’에서는 자주 다른 멤버에게 센터 자리를 내줬다. 요컨대 센터는 상징적일 수 있으나 가변적인 자리다.

하지만 워너원은 다르다. 센터는 최다 득표 멤버에게 ‘보장된’ 지위여야 한다. 엠넷은 ‘프로듀스101’ 론칭 당시 1위 멤버에게 ‘센터’를 특전으로 내걸었다. 1위를 가르는 투표는 유료로 진행됐다.

하지만 1위를 한 강다니엘이 데뷔곡 ‘에너제틱(Energetic)’ 무대에서 센터에 서는 시간은 십 초 남짓에 불과하다. 팬들은 “후렴구 파트 등에서도 강다니엘은 구석으로 ‘수납’당했다”면서 “강다니엘을 센터로 보이도록 만들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은 프로그램 유료 투표 참여를 “프로그램 제공자가 약속하고 광고한 ‘1등 연습생의 그룹 센터 자리’라는 상품에 대한 구매”라고 정의하며 방송국의 피드백을 요구했다.

▲워너원(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워너원의 딜레마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통상 무대 위에서 팀의 센터는 노래와 퍼포먼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멤버에게 주어지지만, 워너원에서는 강다니엘이어야만 한다.

강다니엘이 가진 ‘센터’의 지위는 팀의 콘셉트나 색깔보다 우선해 고려돼야 한다. 이것은 방송사가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선의’가 아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유료 문자’를 지불해 ‘센터’라는 상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전제된 ‘계약’이다.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약속이자 의무다. ‘에너제틱’을 살릴 것이냐 강다니엘을 살릴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방송사는 전자를 택했다. 그리고 팬들은 ‘사기극’이라는 단어를 동원해 분노를 표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방송사가 후자, 그러니까 강다니엘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는 일이다. ‘에너제틱’ 무대의 센터에 강다니엘이 서는 것이 노래의 콘셉트를 살리지 못한다는 주장은 과연 제기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팀 전체의 색깔이나 균형에 대한 이의 제기가 워너원 안에서 발생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낮다. 팀에게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내가 ‘픽(PICK)’한 멤버의 활약상이지 팀 자체가 아니다. 워너원의 탄생과 서사는 가요계를 변화시킬, 생각보다 거대한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