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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깝스’ 종영] 그리고 조정석만 남았다
입력 2018-01-17 10:19   

▲배우 조정석(왼쪽)과 최일화(사진=피플스토리 컴퍼니)

장면 하나. 갈등 상대를 앞에 두고 자신의 범죄 사실을 훌훌 쏟아내는 악역. 그의 직업은, 심지어 정계 입성을 눈앞에 둔 전직 검사장이다. 자신의 손에는 절대 피를 묻히지 않았을 만큼 치밀하게 악행을 저지를 그가, 어찌 이리 허술할까!

장면 둘. 생사의 고비를 오가는 주인공. 의료진이 제세동기를 들고 나서지만 무소용. 또 다른 주인공이 직접 심폐소생술까지 하지만 이 또한 무소용. 그런데 장면이 전환되자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다. 어떻게 살아났냐고? 낸들 알까.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가 16일 막을 내렸다. 차동탁(조정석 분)은 공수창(김선호 분)과 힘을 합쳐 탁정환(최일화 분)의 자백을 받아냈고 송지안(이혜리 분)은 뉴스를 통해 그의 범행을 세상에 알렸다. 죽음의 위기에 놓여있던 공수창 역시 가까스로 되살아났다.

▲배우 조정석(사진=피플스토리 컴퍼니)

작품은 탁정환의 추락을 통해 사필귀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차동탁과 공수창을 통해 시간을 뛰어넘은 화해를 보여줬다. “인물들이 사회에서 어떤 어른의 역할을 하는지가 가장 큰 메시지”라던 변상순 작가의 말은 탁정환과 조항준(김민종 분)의 대비, 차동탁과 공수창의 결자해지를 통해 충분히 드러났다.

메시지의 설득력은 작품의 개연성에서 힘을 얻는다. 그런데 ‘투깝스’는 허술한 전개가 걸린다. 송지안 납치 등 극 초반 그려진 크고 작은 사건부터 모든 갈등의 원흉이 된 탁정환을 엄벌하는 과정까지 많은 갈등이 우연을 통해 해결됐다. 형사를 쥐고 흔들던 악역들은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범했고 차가운 평정심은 갑작스레 뜨거운 자각으로 뒤집혔다.

좋은 놈과 나쁜 놈의 대립을 통해 ‘사필귀정’을 그리려던 ‘투깝스’는, 오히려 그 의도가 빤해 시시하다. 치밀하게 짜인 판 위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움직여 인기를 얻었던 수많은 수사극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마지막 회 시청률이 10%에 육박했다 한들, 방영 내내 낮은 화제성을 보였던 건 이 같은 헐거운 전개 때문이다.

차동탁과 공수창은 오가며 1인 2역 연기를 소화한 조정석은 자신이 잘 하고 시청자들 또한 원하는 모습을 두루 보여줬지만 그 뿐이다. 조정석이 ‘하드캐리’했다고 평가하기에는, ‘투깝스’가 이룬 성취가 거의 없다. 공수창 역의 김선호는 그가 가진 잠재력에 비해 가능성을 저평가 받았다. 결국 배우들의 이름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