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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JTBC 드라마 여성 캐릭터 성공계보
입력 2018-01-19 09:24   

(사진=JTBC 제공)

JTBC에는 유독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드라마가 많았다.

능력 있는 여자, 똑똑한 여자, 야망 넘치는 여자, 치명적인 여자, 성격이 불 같은 여자, 저주 받은 여자, 힘 센 여자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작품의 전면에서 극을 이끌었다. 여태까지 드라마에서 본 적 없던 독특한 인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꼭 진보적인 구석이 없어도 좋다. 흔한 통속 드라마의 설정처럼 수동적으로 남자의 사랑을 갈구하더라도 주인공은 여성이었고, 시점도 여성의 것이었다. 심지어 몇 편 제작하지 않은 사극 ‘하녀들’‘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인수대비’‘마녀보감’ 등도 여성을 주제로 다뤘다.

공교롭게도 그런 작품들이 흥행에도 성공했다. 과감하게 드라마판에 뛰어들었지만 좀처럼 재미를 보지 못했던 JTBC에게 의미 있는 성적을 선물해 준 작품이 ‘욱씨남정기’였다. 화장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이 대기업 팀장 출신 옥다정(이요원 분)을 필두로 ‘갑’의 횡포에 맞서 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드라마의 옥다정은 사회생활 한답시고 사근사근 웃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까칠해서 사방에 적이 널려 있지만, ‘욱’하는 것은 불의를 봤을 때로 한정된다. 그가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후에는 ‘욱다정’을 볼 적의 낯섦과 불편함이 통쾌함으로 바뀐다.

그런가 하면 두터운 마니아층을 만든 작품도 여성을 다뤘다.

(사진=JTBC 제공)

‘청춘시대’ 시리즈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다섯 명의 여대생들이 한 하숙집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로 꾸며졌다. 스타 배우도 없고, 분량도 12회로 다소 짧았지만 ‘청춘시대’가 선사한 공감의 힘은 상당했다. 급기야는 JTBC 최초로 시즌2가 제작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또 관능적인 여성의 불륜담을 통해 상류층의 위선을 꼬집었던 ‘밀회’ 역시 수작으로 꼽힌다.

백미경 작가는 전혀 색깔이 다른 두 편의 여자 이야기로 2017년 JTBC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지난해 4월 종영된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개국 이래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8월 막을 내린 ‘품위있는 그녀’로 그 기록을 깼다. 전자에서는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 분)이 차별 받는 여성들의 편에 선다는 발칙한 상상을 보여줬고, 후자에서는 극과극의 인생을 살아 온 두 여자가 재벌가에서 만나며 펼쳐지는 욕망의 향연을 흡인력 있게 그렸다. 시청층이 거의 겹치지 않았음에도 나란히 좋은 성적을 거둔 사례다.

2018년에도 JTBC는 안방극장에 ‘여자 드라마’를 상영할 예정이다. 김남주의 ‘미스티’와 손예진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과연 어떤 여성 캐릭터로 흥행 계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