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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뺑반’, 범죄오락 장르의 새로운 결을 그리다
입력 2019-01-29 17:43   

(사진=쇼박스)

낯익은 얼굴에서 새로움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흔한 장르인 범죄오락영화, 그리고 충무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들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영화 ‘뺑반’은 별 새로운 게 없을 거라 여겨졌다. 하지만,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알 수 없었던 뺑소니 전담 경찰(뺑반)처럼 영화 ‘뺑반’ 역시 의외의 새로움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뺑반’(감독 한준희)은 경찰 엘리트 조직인 내사과 경위 은시연(공효진 분)이 팀장인 윤지현 과장(염정아 분)과 함께 F1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정재철(조정석 분)을 잡기 위해 수사를 하다가, 오명을 쓰고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뺑소니 전담반에는 만삭의 팀장 우선영 계장(전혜진 분)과 순경 서민재(류준열 분)만 있는 상황. 은시연은 미해결 뺑소니 사건이 정재철과 연관되었다는 것을 알고 뺑만 팀원들과 힘을 모아 정재철을 쫓기 시작한다.

(사진=쇼박스)

이러한 이야기를 공효진-류준열-조정석은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얼굴로 표현한다. 많은 감독들이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려 하지만 자칫 튀어 보이기만 하는 우려를 범할 때가 많으나, ‘뺑반’의 한준희 감독은 배우들이 가진 기존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새로운 결로 이끈다.

먼저 그동안 자유롭고 당찬 여성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던 공효진은 이번엔 ‘여성’이란 성별을 뗐다. 팀의 부팀장인 은서연은 높은 능력치와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매 장면을 압도한다.

류준열이 연기한 민재는 매뉴얼 없이 본능만으로 수사하는 너드 캐릭터다. 황당한 것 같지만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순식간에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까지 한다. 특히 그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상상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시퀀스는 민재의 캐릭터를 소개함과 동시에 내용 전개를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쓰였다.

조정석은 말을 더듬는 특징을 살려 정재철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그동안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위해 쓰였던 조정석 특유의 호흡법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소화한 악역의 화법으로 쓰여 흥미로움을 더한다. 여기에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그의 동물적인 움직임이 관객의 시선을 끈다.

뿐만 아니라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전혜진, 사랑스러운 남자친구 역할의 전석구, 빨간 머리로 존재감을 알린 김기범(샤이니 키) 등이 인상적이다. 또한 민재의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이성민은 최근 자신의 주연작에서 선보인 무거움을 버리고, 동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친근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등장해 미소 짓게 만든다.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캐릭터들의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 완벽한 캐스팅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사진=쇼박스)

다만, ‘뺑반’을 일반적인 범죄오락 액션 영화로 생각했다면 자신의 기대와 맞지 않는 영화일 수 있다. ‘뺑반’은 범죄오락 영화의 탈을 썼지만, 범인을 잡으면서 카타르시스를 주는 장르의 규칙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구조는 내용과도 연결된다. 등장인물들은 주류의 압박 속에서도 어떻게 삶을 헤쳐 나가는지 삶의 철학에 대해 고민한다. 특히 “보이는 게 전부”라는 A의 입장과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을 수 있다”라는 B의 입장 차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메시지를 직접 전하는 민재와 아버지의 대화 이후 잠깐 동안 멈춘 시간은, 고민하는 관객을 위한 감독의 작은 배려다.

물론 ‘뺑반’은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고, 마지막 긴 레이스신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드는 엔딩신 등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다. 오는 3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