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Z리뷰]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증인’이 말하는 소통법
입력 2019-02-12 16:14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증인’(감독 이한)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정말 선할까? 자신이 착하다고, 위험한 대답을 쉽게 할 수 있는 자는 오히려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분명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이루어진 질문이지만 쉬운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고민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상대방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 것이다.

영화의 시작은 속물이 되어 가는 길에 서 있는 순호(정우성 분)다. 민변 출신인 그는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대형 로펌에 들어간다. 그가 출세를 위해 하게 된 일은 과거 자신이 했던 것과는 전부 반대되는 일들뿐. 그것이 나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순호는 돈을 벌기 위해 대표의 말을 따른다. 이런 순호에게 친구이자 변호사인 수인(송윤아 분)이 말한다.

“너 장사꾼 같네.”

그러다가 한 사건을 만난다. 부자 할아버지가 비닐봉투를 뒤집어쓴 채 죽자 가정부 미란(염혜란 분)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자살로 볼 수도 있지만, 미란이 죽였다고 증언하는 증인(김향기 분)이 있다. 그러나 모두들 증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 증인이 자폐아이기 때문이다. 미란의 변호사인 순호 역시 지우의 증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선한 캐릭터는 평면적이기 쉽다. 선한 인물은 태어났을 때부터 선하고, 중간에 갈등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인물로 설정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순호는 현실과 타협한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일반적으로 ‘선’의 편에 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변호사가 살인 용의자를 변호한다는 점에서 ‘증인’이 그저 착하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고민을 함께 해가는 영화임을 보여준다. 특히 ‘현실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반성하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지우를 가장 먼저 믿어주는 사람은 검사다. 자폐아가 거짓말을 못 하기 때문에 지우의 말을 진실이라고 믿는 검사(이규형 분)에게 순호는 지우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잘못 판단한 것일 거라고 말한다. 그럴 듯 해 보이는 의심이지만 합리적이지는 않다. 판단을 잘못하는 건 자폐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나, 지우가 자폐아이기 때문에 인지 능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편견을 가지고 더 의심하는 것이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순호는 지우와 이야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순호는 지우와 인사를 하는 것마저 어렵다. 자폐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건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 웃는 얼굴이지만 나를 싫어하는 친구, 화난 얼굴인데 나를 사랑하는 엄마, 이건 자폐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일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천천히 순호는 지우와 소통을 시작하고, ‘증인’은 다르니까 ‘차별’하자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자고 말한다. 영화 ‘증인’이 꿈꾸는 세상일 것이다. 이처럼 훈훈한 감동은 자칫 신파로 무너질 수 있지만, ‘증인’은 이한 감독의 전작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과 같이 완급 조절을 잊지 않고 밸런스를 지키며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그동안 ‘강철비’ ‘인랑’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왔던 정우성은 굽은 등에 백팩을 매고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는 소시민을 연기하며 따뜻함을 전한다. 김향기는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는 지우만의 억양과 톤을 과하지 않게 만들어냈으며, 걸음걸이나 음식을 먹는 방법, 그리고 눈동자 연기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지우가 느끼는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김향기가 직접 카메라로 찍었다는 한 신은 자폐아의 시선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역의 박근형, 검사 이규형, 친구 송윤아 모두 온기를 가져다준다. 온 에너지를 다한 염혜란의 연기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오는 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