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동해안 바닷속의 꽃, 제철 생선과 겨우내 든든하게 함께할 저장 음식까지 푸른 동해를 벗 삼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난다.
어스름이 걷히는 시간, 고성의 대진항은 분주하다.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항구에 들어오면 물오른 제철 생선들이 박치영 씨의 눈길을 끈다. 그가 향하는 곳은 봉포항 인근의 작은 건어물 가게. 치영 씨는 스무 살 아들과 함께 싱싱한 생선을 손질해 말리기에 한창이다. 7년 전 고향인 고성으로 돌아온 그는 연어 양식장에서 일하면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는데, 같은 취미를 가진 동생들과 만나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아무리 숙련된 다이버라도 물속에서는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을 만날 수 있는데, 치영 씨와 동생들은 여러 위기를 함께 이겨내며 끈끈한 전우애가 생겼단다.
커다란 아귀는 살을 발라 양념에 재워 두었다가 전분을 골고루 묻힌다.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기면 바삭한 식감에 자꾸 손길이 가는 말린 아귀 튀김이 완성된다. 겨울 바다의 귀한 손님, 대구는 몸통 살만 발라낸 뒤 비린내를 잡기 위해 레몬과 로즈메리 향을 더해 재운다. 마늘을 버터에 볶은 후 대구를 올려 함께 구운 대구 마늘구이는 담백하고 향긋하다.
한편, 치영 씨는 동생들을 위해 가마솥에 물을 올리는데 대파, 생강, 버섯, 사과 등 열 가지 재료에 간장을 넣고 푹 끓여서 달콤한 양념장을 만든다. 꼬들꼬들하게 잘 마른 장어는 숯불에 초벌구이한 다음 특제 과일 양념장을 발라 한 번 더 구워주면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고성에서 많이 잡힌다는 용가자미는 소금, 후추만 넣어 숯불에 올려 찐다. 함께 음식을 나누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우정은 푸른 겨울 바다보다 아름답다.
반달 모양의 해안선이 아름다운 삼척 용화해변. 이곳에는 60년이 넘는 세월을 바다에서 보낸 고기잡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다.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아내 장옥분 씨는 매일 가게 앞에서 망원경으로 바다에 나간 남편을 바라본다. 옥분 씨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건 여든셋의 어부 남편 홍근수 씨. 생선을 잡아 오면 환하게 웃어주는 아내가 좋아 매일 새벽 조업을 나간다는 남편과 그런 남편이 파도가 쳐도 걱정, 바람이 불어도 걱정이라는 아내.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오면 바닷가 마을에서 사는 게 힘들어진다는 노부부, 그래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다가 좋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남편의 작은 배는 어려웠던 옛 시절을 보내고 삼 남매를 키우는 버팀목이었고, 아내 옥분 씨는 그 곁을 묵묵히 지켜줬다. 그리고, 부부의 옆에는 두 사람을 품어주는 푸른 동해가 있다.
이맘때 강릉 주문진항에는 차가운 공기를 머금고 물오른 해산물이 하나둘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붉은 대게인 홍게! 수심 1,200m에서 잡아 온 홍게를 사러 복사꽃마을 부녀회장인 이광월 씨가 나선다. 예로부터 과수 농사를 많이 짓던 이 마을에서는 평소 주민들이 자주 모여 서로의 농사일을 돕고 음식을 나눠 먹는단다. 신선한 과일이 많을 뿐 아니라 바다와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싱싱한 해산물을 언제든 구할 수 있다는 복사꽃마을. 올해 아흔 살 시어머니도 광월 씨가 사 온 홍게를 보며 미소 짓는다. 바다 옆 마을에 찬 바람이 불면, 1년 동안 일을 도와주고 고생한 이웃들을 위해 겨울맞이 잔치가 열린다.
동해를 품고 설악산 자락에 자리한 양양의 한 마을에는 한 가족처럼 사는 두 부부가 있다. 4년 전 고향으로 귀농한 최삼옥 씨 부부와 충북 영동에서 시집온 서성준 씨 부부가 그 주인공! 성준 씨의 남편 김명래 씨는 삼옥 씨와 고향에서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그 인연으로 형제자매처럼 지내는 두 부부는 올겨울 김장을 위해 배추 수확에 나섰다. 올해는 장마가 길고 태풍이 잦아 농사가 힘들었지만, 공들여 키운 배추는 해풍을 맞으며 통통하게 속이 꽉 찼다. 월동 준비에는 음식 장만이 빠질 수 없는 법! 겨우내 든든하게 함께할 저장 음식 중에는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배운 음식과 시집와 처음으로 알게 된 음식들이 있단다. 고향의 맛과 그리움이 깃든 두 부부의 겨울나기 밥상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