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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매미성ㆍ바람곶 우체국ㆍ외포항 대구탕ㆍ장승포 삼선짬뽕 중국집, 경남 최남단으로 떠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입력 2021-01-16 19:10    수정 2021-01-16 20:07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 바람곶 우체국(사진제공=KBS 1TV)
김영철이 거제에서 외포리 해변 매미성, 외포항의 약대구와 40년째 운영 중인 대구찜과 대구탕 식당, 장승포의 삼선짬뽕 중국집과 복장사, 몽돌해변의 천연염색과 동백꽃 차, 모형 배 제작하는 작은 조선소, 여행자들을 위한 거제 바람곶 우체국 등을 만난다.

16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겨울 바다를 따뜻하게 품어온 사람들이 이어가는 동네의 역사와, 우직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경남 거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사진제공=KBS 1TV)
경상남도 최남단에 위치한 거제로 간다. 거제 바다 앞에 조선소가 들어서고, 호황과 불황의 롤러코스터를 가장 먼저 가장 가깝게 받아들여야 했던 거제에는 부지런하고 우직한 삶의 모습이 스며있다. 2010년 거가대교 건설 이후 더 이상 섬이 아닌 동네. 바다에서 육지에서 현재를 살며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동네. 시린 바람이 부는 겨울이지만 동트기 전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곳, 거제를 만나본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 약대구(사진제공=KBS 1TV)
◆겨울에만 찾아오는 귀한 손님-외포항의 진객 대구

12월부터 2월까지, 산란기마다 찾아오는 거제 앞바다에 찾아오는 대구가 겨울의 주인공이다. 거제 최대의 대구잡이 포구 외포항 부둣가를 따라 걷는 내내, 생물 대구와 말린 대구가 즐비한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통통한 배에 짚이 꽂혀있는 생소한 모습의 대구가 눈에 띈다. 정체가 무엇인지 물으니, 배를 가르지 않고 알을 꺼내 염장한 뒤, 다시 넣고 4달 이상 거제 바닷바람에 말린다는 약대구. 산란 직전에 거제 앞바다에 찾아와 알을 가득 밴 대구로 만들어, 예부터 어르신이나 임산부가 보신용으로 먹을 정도로 귀한 거제의 명물이란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사진제공=KBS 1TV)
활기찬 부둣가를 뒤로하고 조용한 마을 골목에 접어드는 김영철. 지붕이 낮은 오래된 집들 사이, 여느 주택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집에 식당 간판이 붙어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내부 역시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니 40년째 운영 중인 대구 요리 식당이란다. 결혼 후 거제 외포항에 들어와 살면서 시어머니와 풀빵 장사, 어묵 장사를 하며 살림을 책임졌다는 주인장. 어려운 형편에 시집오던 날 시어머니가 요리해주셨던 대구찜과 대구탕을 메뉴로 식당을 내기로 결심했단다. 새벽 공판장에서 싱싱한 대구를 들여와 손이 꽁꽁 얼도록 다듬고, 머리와 꼬리로는 국을 끓여내고 몸통은 통째로 찜을 만드는 어머니의 한 상. 주말까지 반납하며 거제에 내려와 일손을 돕는 아들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어머니의 얼굴이 환하다. 힘든 시절을 이겨내며 더욱 강해지고, 더욱 넉넉해진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겨울 진객 대구를 맛본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 매미성(사진제공=KBS 1TV)
◆태풍으로 부서지고 무너진 자리에 17년째 홀로 쌓는 매미성

거제의 동쪽 바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본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를 바라보며 외포리 해변을 걷던 중, 해안가에 우뚝 솟은 바위 성을 발견하게 된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갈뿐인 해안가에 큼직한 돌로 쌓아 올린 성이 신기하다. 성 아래부터 찬찬히 살필수록 기존의 암벽 위에 빈틈없이 쌓아 올린 성벽의 정교함에 놀라게 된다. 감탄을 이어가며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웬 남성이 홀로 망치를 두들기며 바위를 쌓고 있다. 알고 보니 2003년 태풍 매미 때문에 농작지가 모두 폐허가 되어버린 후 홀로 성벽을 쌓기 시작했다는 성주.

처음엔 단순히 태풍을 막기 위해 쌓기 시작했던 것이, 자연경관을 살리고, 아이디어를 더하니 특별한 성을 쌓게 되었단다. 조선소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주말과 공휴일마다 성을 쌓았고, 퇴직 후 매일 찾아와 성을 쌓고 있다는데. 17년째 묵묵히 쌓아온 것이 이제는 거제 여행 필수코스로 입소문이 난 명소가 되었단다. 새벽마다 아내가 손수 싸준 도시락으로 응원을 받고, 마을 주민의 박수 속에 힘을 얻는다는 성주. 매미성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 성 쌓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그의 바위처럼 우직한 마음에 응원을 보탠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사진제공=KBS 1TV)
◆차로, 염색으로 일 년 내내 꽃을 피운다-섬꽃차 만드는 사람들

둥글둥글한 모양의 몽돌로 가득한 해변을 따라 걷다 우연히 자갈 위에 천을 널어놓은 풍경을 만나게 된 김영철. 그 옆에서 바닥에 대야를 놓고, 무언가 열심히 누르고 있는 아주머니 두 명을 발견한다. 무엇을 하는 중인지 물으니, 꽃물로 염색한 천을 바닷바람에 말리는 중이란다. 바닷가에서 색을 내면 햇살이 강하고 바닷바람을 맞아 염색이 더욱 잘 되는 터라, 자주 몽돌해변에서 작업한다고 한다. 감물을 들인 천 위에 몽돌을 올리고 소금을 뿌리면, 꽃이 피어나는 듯한 무늬가 그려진다는 작업에 김영철도 손을 보탠다. 둘이서 같이 염색 작업을 하는지 물으니, 꽃으로 천연염색을 하는 이웃과 차를 우려내는 이웃이 만나, 이렇게 바닷가에서 천을 염색하거나 꽃을 따는 날이면 서로 돕는단다. 꽃으로 맺은 인연을 따라 눈으로 마시고, 향기로 마신다는 동백꽃 차 한 잔을 마시며 쉬어간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 작은 조선소(사진제공=KBS 1TV)
◆거제에서 가장 작은 조선소-모형 배 75척의 선주

동네를 걷던 중, 독특한 외관의 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집 바깥벽에 배의 방향키가 달려 있고, 작은 배가 박혀있는 모습. 궁금증에 찾아가 보니, 대문도 걸어 잠그지 않은 채 작은 마당 한쪽에서 나무로 된 모형 배를 만드는 중년 남성이 반긴다. 작게는 70cm에서 크게는 2m가 넘는 크기까지, 거북선부터 타이타닉호 등 75여 척이 넘는 배를 만들었다는데. 알고 보니 지난 40년간 직접 배를 몰았던 유람선 선장으로,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후 바로 아버지와 배를 타기 시작하면서 바다 외길인생이 시작되었단다.

그러다 은퇴 후 떠났던 여행에서 해양박물관에 전시된 범선을 보고 감명을 받아, 모형 배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 국내외 사이트 가릴 것 없이 사진과 도면을 찾아가며 외국 책자도 구입하고, 영어는 몰라도 오랫동안 배를 탔던 경험을 바탕으로 도면 그림만 보고 배를 만들었단다. 방을 빽빽이 채우다 못해 부엌 싱크대 위까지 나무배들로 가득한 집안을 보여주며, 특히 처음 아버지와 탔던 멸치잡이 배와 40년 동안 몰았던 유람선에 애착이 간다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목재상에서 나무를 사서 필요한 굵기대로 직접 자르고, 선실부터 돛대, 선수와 선미의 조각과 작은 대포 모형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는데. 언젠가 사람들이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모형 배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마음으로, 취미를 넘어 삶 자체가 된 그의 작은 조선소를 만나본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사진제공=KBS 1TV)
◆장승포의 따뜻한 겨울을 그리다-장승포 기적의 길

발걸음을 옮겨 거제에서 가장 오래되고 번성했던 마을 장승포로 향한다. 일제강점기에 이미 전기가 들어왔고, 해방 이후 거제에서 가장 먼저 수도가 놓였던 마을. 그런데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 1950년 12월, 미 해군소속 빅토리 메러디스 호가 흥남에서 1만 4천여 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장승포로 들어왔다. 당장 몸을 누일 곳도, 먹을 것도 없던 피란민들을 품어준 것은 바로 장승포 주민들이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있던 피란민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갖다주고 선뜻 집을 내어주던, 그야말로 ‘장승포의 기적’이었다. 당시 이야기가 벽화로 남아있는 골목을 찾은 김영철. 고향 잃은 설움을 낯선 땅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과 나누며 추운 겨울을 이겨낸 그 시절을 헤아려본다. 전쟁이 끝나고 피란민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졌지만, 장승포에 남아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남긴 동네의 유산을 만나러 발걸음을 옮긴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 삼선짬뽕(사진제공=KBS 1TV)
◆장승포 3대가 이어가는 70년 노포-피란민 할아버지의 중국집

장승포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다가 ‘1951년 10월 개업’이라고 적힌 중국집 간판을 발견하는 김영철. 작은 건물에 담긴 역사가 궁금해 들어가 보니, 수염이 하얗게 센 주인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알고 보니 4살 때 빅토리 메러디스 호를 타고 부모님과 함께 장승포에 피란 와 정착했다고 한다. 주인장의 아버지가 1951년에 개업했다는 이곳.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피란민이었지만, 동네 어르신들의 응원과 도움으로 중국집을 열 수 있었단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 중국집(사진제공=KBS 1TV)
그렇게 동네에 뿌리내린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23살 무렵 덜컥 가게를 맡게 된 주인장은 어릴 적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실력으로 가게를 이어갔다. 2년 전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주었지만, 여전히 가게에 나와 서빙 일을 돕곤 한단다. 거제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물을 듬뿍 얹은 하얀 국물에, 얇고 쫄깃한 쫄면 같은 면발의 삼선짬뽕이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데. 낯선 거제 땅에 뿌리내린 피란민 할아버지, 호황기를 지나온 아버지와 전통을 이어갈 아들의 중국집. 장승포 3대가 이어온 삼선짬뽕에 담긴 70년의 역사를 맛본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사진제공=KBS 1TV)
◆장승포 골목을 지키는 반백 년 복장사 집

동네 기행을 이어가다 오래된 외관의 옷을 만드는 집을 발견한다. 기성복이 많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과거 교복이나 작업복, 양복 등을 맞춤으로 제작하는 옷집을 일컫던 복장사. 오랜만에 만나는 추억에 이끌려 들어가 보니, 한쪽 벽에 조선소 작업복들이 훈장처럼 걸려 있는 모습이 정겹다. 그 옛날 장승포의 명동이었다는 이 골목에서 남편과 함께 복장사를 운영했다는 어머니. 일대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복을 주로 만들다가 80년대에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작업복까지 섭렵하게 되었단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지금은 20년 넘게 함께 일해온 조카에게 가게를 물려주었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가게에 나와 일손을 돕는단다. 장승포 골목에서 반백 년 동안 자리를 지킨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거제 바람곶 우체국(사진제공=KBS 1TV)
◆45년 된 옛 우체국의 변신-거제 바람곶 우체국

발걸음을 옮겨 바닷가 마을을 걷다, 골목 한가운데 새빨간 건물이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오랜만에 보는 우체국 건물이 정겨워 안을 들여다보니 젊은 남자가 편지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물으니, 45년 된 옛 우체국 건물을 그대로 이어받아 꾸민 여행자 쉼터란다. 10여 년 전, 직장에서 거제 발령을 받고 들어온 뒤 거제가 좋아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대구 출신의 젊은 사장. 버려진 옛 우체국 건물을 발견하고, 여행을 좋아하던 본인의 경험을 살려 거제 여행자들에게 추억과 편안함을 선물하기 위해 이곳을 만들었단다.

김영철 역시 동네 기행 중에 잠시 쉬어가며 우체국 건물을 구경해본다. 이곳만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엽서를 써서 맡기면 6개월 후 주인장이 직접 보내주는 ‘느리게 보내는 편지’. 우체국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금고가 건물 한편에 그대로 남아있어, 비밀스럽게 편지를 쓸 수 있도록 금고 안에 공간을 마련해둔 모습이다. 동네 기행 중 지친 몸을 쉬어가며 6개월 뒤 전하고픈 소중한 마음을 담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