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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카지노' 최민식, "부인이 결말 보고 원성…OTT 참여 열려있지만 영화가 우선"
입력 2023-03-28 00:33   

▲배우 최민식(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큰일났습니다. 이제 '카지노' 차무식 따라하는 것만 보게 생겼어요. 하하."

성대모사 좀 한다는 개그맨들의 '최민식 성대모사'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최익현을 따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약 10년 만에 '최민식 성대모사'의 종목이 바뀌었다. 바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의 차무식이다. 그만큼 차무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만큼 강렬했던 캐릭터였다.

'카지노'에서 최민식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필리핀 카지노의 왕이 된 남자 차무식을 연기했다. '카지노'는 최민식이 1997년 '사랑과 이별' 이후 25년 만에 선보인 드라마 시리즈였다. 아무리 최민식이 주연이긴 하지만 넷플릭스에 비해 열세인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에서 제공하는 드라마였기에, 첫 화 공개 전부터 '카지노'에는 우려 섞인 시선들이 쏠렸다.

하지만 최민식은 최민식이었다. 그는 스크린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메소드 연기를 또 보여줬고, 돈과 권력을 좇는 다양한 군상들의 반목과 유대 속에서 차무식이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최근 '카지노'의 처음이자 끝이었던 배우 최민식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카지노' 스틸컷(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Q. '카지노' 전편이 공개됐다.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초기에 가편집본을 봤는데 나름대로 생각했던 것에 한 70% 정도는 그래도 만들어진 것 같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항상 아쉽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나'다. 수많은 분량을 정말 버겁게 촬영했다. 해외 촬영은 먹고 자는 것이 모두 돈이다 보니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분량을 소화했다. 영화에서 상상할 수 없는 분량이었다. 열네 신을 찍은 적도 있었다.

강윤성 감독과는 분량을 좀 줄이고 가야 하지 않느냐고 항상 토론했다. 하지만 시리즈물이라 회차마다 요구하는 분량이 있고, 러닝 타임에 대한 강박도 있던 것 같다.

Q. 오랜만의 시리즈(드라마) 출연이었다. 후회는 없었나?

매일 후회했다. 하하. 필리핀으로 가기 전 코로나19에 확진됐었다. 원래 들어가기로 했던 날짜에 못 들어갔다. 후유증도 심했다. 한동안 냄새도 못 맡고, 목도 쉬었다. 드라마 보면 목쉰 장면이 좀 나온다. 게다가 겨울에서 한여름 뙤약볕으로 들어가게 되니까 날씨 적응이 힘들었다. 엄청난 촬영 분량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렇게 고생하고도 출연진, 스태프들과 모여 극장에서 마지막 회를 보는데 그 시절이 아련하게 느껴지더라. (웃음)

Q. 결말이 아쉽지는 않았나?

우리 집사람이 "아니, 왜 그렇게 되느냐?"라고 그랬다. 욕망으로 치닫던 사람의 결말에 대해 강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메시지가 좋았다. 뻔히 결과를 알면서도 사람들은 욕망을 향해 달린다. 그게 우리의 이야기였다.

누아르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보단 화끈하게 셔터를 내렸다. 그래서 욕을 많이 먹었다.

▲배우 최민식(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Q. 강윤성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총사령관으로서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겠나. 거기에 인물들을 엮고, 개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서 배우들이 보좌관 역할을 했다. 우리끼리 다음에 찍을 신을 회의하고, 연구했다. 휴양지 한 번을 못 간다고 농담할 정도로 시험공부 하듯이 숙소에 있었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에는 과욕을 부렸다는 것도 느낀다. '카지노'에 출연한 배우가 170명이다. 강 감독도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이렇게 늘어난 것 같다. 아마 강 감독도 긴 호흡의 OTT 시리즈를 처음 하다 보니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권위의식 하나 없이 강 감독은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 받아주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그런 작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Q. 차무식 캐릭터를 구축할 때 주안점은 무엇이었나?

평범함에 뒀다. 선과 악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지 않았다. 가장 평범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어릴 때의 환경이 불우하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인간의 다중성이 표현됐으면 했다. 내면의 욕망을 좇는 인간은 그런 무리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드라마 속 차무식이 추구한 건 돈과 권력이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늪에 빠지듯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카지노' 스틸컷(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Q,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려 노력한 지점은 무엇인가?

차무식은 건달이 아니다. 본인을 비즈니스맨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름 그대로 무식한 놈이다.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않고, 무식하게 밀어붙인다. 그래도 자기가 비즈니스맨이라고 생각해서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설정을 했다.

Q. OTT 시리즈는 영화나 TV 드라마와 다르게 시청자 반응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플랫폼 형태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쓰면 안 된다. 나중에 구독자 수가 얼마나 늘었다고 알려줘서 알게 됐는데 감사한 일이다. 작업하는 사람들이 그런 걸 신경 쓰다 보면 병 생긴다.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극장이 좋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한정된 시간을 투자해서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 모인다. 그런데 OTT는 화장실 가려면 정지시켜놓기도 하고 재미없으면 꺼버린다. 극장은 돈과 시간이 아까워서 나가기가 쉽지가 않다. 만든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들이 극장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이렇게 교감할 때 그때 참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있다.

▲배우 최민식(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Q. 최근 극장의 위기라는 말이 있다.

극장 문화는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에나 들어갈 만한 그런 게 아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극장에서 희로애락을 느꼈나. 극장이라는 문화 공간 자체가 소멸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작든 크든 간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좋은 콘텐츠를 극장에 걸었을 때 많은 사람이 와서 보게끔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OTT 작품 제안이 온다면 또 할 것이다. 그래도 영화가 우선이다.

Q. 함께 호흡을 맞춘 손석구는 어떤 배우였나?

아주 훌륭한 친구다. 고시 공부하듯이 작품을 파더라. 내가 이제 그만 대본 내려놓고 그냥 놀라고 할 정도였다. '내가 코리안 데스크로 필리핀에 와서 왜 차무식을 잡으려 하는 건가?'라는 상황을 제일 고민하더라.

올바른 접근이라 본다. 배우로서 오승훈이라는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점을 가진 거다. 대본엔 그것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 행간은 배우들이 메꿔 나가야 한다. 그런 작업이 치열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선배 관점에서 옆에서 봤을 때 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스틸컷(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Q. 연기자로서는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은데, 아직 채우지 못한 욕심이 있는지?

다 이루지 못했다. 중년의 로맨스에 욕심이 있다. 하하. 요즘엔 너무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는 지겹다.

'카지노'에 함께 출연한 김주령에게 로맨스 하나 같이 하자고 했다. 이혜영과도 우리가 이제 로맨스로 만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꼭 이성과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될 수도 있고 포용하고 서로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휴먼 스토리, 중년의 사그라지는 사랑에 대한 것을 하고 싶다. 감히 꽃 피울 엄두도 안 나 절제하는 게 더 짠하고 아프지 않나.

그런 아픔과 어른스러움을 나름대로 승화시킬 수 있는, 뭔가 우리가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훈훈함이 있고 같이 공감을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Q. 연극 무대에 다시 설 계획은 없는가?

쉼 없이 달려왔다. '카지노' 끝나고 바로 영화 '파묘'를 찍었다. 그러다 보니까 얼마 전에 촬영하다가 갈비뼈에 금도 갔다. 그래도 아직 건강은 괜찮다. 이제 좀 뭔가 건강도 회복하고, 좋은 기회를 한번 봐야 할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언제든지 준비됐을 때 한번 시도해보겠다.

Q. '카지노'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과정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모든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는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게 어떤 모양새, 냄새, 질감의 작업이었느냐에 대한 문제가 항상 남는데 그것에 있어서는 100% 만족한다. 좋은 후배, 동료, 감독, 스태프들과 그 악조건 속에서도 서로 합심해서 실타래를 풀어나가듯이 치열하게 한 작품을 마무리했다는 것,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