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서 계속
유현종이 처음 TV에 얼굴을 비쳤던 작품은 2015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다. 당시 그가 맡았던 역할은 덕선(혜리)의 중학교 동창 호영(정해인)의 친구였다. 그 후 9년 동안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건 아니었다. 유현종은 어린 시절, 동네에 한두 명 있을 법한 또래를 웃기는 친구였다.
"고3이 되고 진로를 고민할 때, 선생님께서 제 끼를 보시고 개그맨이 되는 건 어떠냐고 하시더라고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서울종합예술학교 개그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그런데 OT를 가니까 이건 신세계더라고요. 동네별로 가장 웃긴 친구들만 모인 거예요. 하하."
군대에 다녀온 뒤, 그는 개그맨이 아닌 연기자로 방향을 틀었다. 코믹 연기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당시 교수님의 추천으로 한 공연 오디션을 보게 됐고, 운 좋게 첫 작품부터 주연을 맡았다. 연기의 재미를 천천히 알아가기 시작했다.
"2년 정도 연극 무대에 경험을 쌓고, 조금씩 매체 연기도 시작했어요. 단역을 할 땐 짧은 순간에 돋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준비했는데, 배역이 커지면서 나름의 서사를 갖게 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기 힘들더라고요. 애드리브를 준비하더라도 극에 도움이 되는 애드리브를 생각해야 하고. 연기는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중독되는 것 같아요."
여느 배우들처럼 유현종 역시 연극 무대를 거쳐, 단편 영화, 독립 영화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다. 배우 모집 공고를 확인하고, 드라마 제작사와 영화사에 프로필을 돌리는 것도 5년 가까이했다.
"그러다 장편영화 한 편에 출연하게 됐는데, 촬영 후 개봉까지 1년 반 정도 걸렸어요. 엄청 설렜죠. 그런데 막상 시사회 때 가니 제 분량이 편집됐더라고요. 여파가 크게 오더라고요. 그 후엔 프로필을 돌리는 것도 남들과 다르게 해야겠더라고요.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정말 노력했습니다."
'프로필을 돌린다'는 것은 드라마 제작사·영화사 사무실 앞에 자신의 잘 나온 사진과 이력이 담긴 3~4장짜리 프로필을 두고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오전에 공고가 나오면, 그날 오후 프로필이 가슴 높이까지 쌓일 정도로 신인급 배우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접수하는 직원도 따로 없다. 하지만 유현종은 찰나의 순간이더라도 자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프로필을 놓으며 사무실 직원들에게 성대모사 하나라도 보여주고 나왔어요. 처음엔 당연히 시큰둥했죠. 그런데 3~4번 그렇게 행동하니 다음에 오디션 한번 보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나둘 기회를 쟁취하던 유현종에게 절실함을 심어준 또 하나의 계기는 결혼이었다. 2년 전만 해도, 자신 있게 내세울 출연작 하나 없었던 그는 장인어른을 만난 상견례 자리에서 "올해 안에 드라마 조연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장인어른이 직접 발로 뛰어 사업하시는 분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무작정 방송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냥 부딪혔어요. 흡연실에 관계자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곳에서 만나는 모든 분께 인사를 드렸어요. 3~4개월 인사하다 보니 드라마 관계자 눈에 띈 거죠. 안면을 트고, 오디션을 보게 된 작품이 '경찰수업'이었어요."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그는 KBS 드라마 '경찰수업' 주인공 강선호(진영)의 경찰대학 선배 '변태진' 역에 캐스팅됐고, 장인어른과의 약속을 지켰다.
③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