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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윤균상을 그저 운 좋은 배우로만 생각했다면
입력 2016-08-31 10:20    수정 2016-08-31 15:55

▲배우 윤균상((사진=Zstudio 김재윤))

올해로 서른을 맞은 윤균상은 배우로서는 조금 늦게 ‘이 세계’에 뛰어든 셈이다. 하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로 우리들에게 스며들었다. 2년 동안 쉴 시간도 없이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그 시간들은 윤균상에게 또 다른 족적을 남기게 했다.

혹자는 윤균상에 운이 좋은 배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면 영민하게 그 운을 낚아채야 한다. 윤균상은 준비된 자세로, 다분히 ‘그’다운 태도로 자신에게 다가온 운을 거머쥐었다. 그렇게, 윤균상은 모두에게 다가왔다.

Q. 2년 동안 정말 소처럼 일만 했어요. 인기도 많이 생긴 것 같고요.
윤균상:
인기를 실감 못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실감하고, 너무 좋아요. 제일 기분 좋을 때는 어머니 아버지가 좋아하실 때에요. 저한테 불쑥 사인을 좀 해달라 하시고, ‘아들 덕에 친구 만나서 내가 밥좀 샀다’고 하실 때면 정말 좋아요.

Q. 인기가 높아진 만큼 필모그래피도 풍성해졌죠. 하지만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아요.
윤균상:
쉬고는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건지를 모르겠어요. 작품 끝나면 이틀 동안 쭉 자야지 해도 네다섯 시간 있으면 일어나고요, 뭐하지 하면서 동네 산책하고 그래요. 여행하면서 힐링한다고도 하던데 그 즐거움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가족과 여행을 가고 싶기는 한데, 그게 휴가거나 힐링일지는 또 모르겠고요. 추억을 만드는 것뿐이지 힐링 같지는 않거든요.

Q. 취미 같은 건 어때요?
윤균상:
걷는 걸 좋아해서, 한강에 차 끌고 나가서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걸어 다니곤 해요. 음악은 장르 불문이고요. 요즘은 정말 좋은 게 음악 사이트에 테마들이 추려져 있어요. 어떤 날은 재즈, 어떤 날은 옛날가요… ‘쇼미더머니’를 본 다음날엔 힙합 장르만 내내 듣기도 해요. 취미가 딱히 없어서 스쿼시나 테니스, 기타와 피아노 같은 악기도 배워보고 싶고 그래요. 연말에 뭘 좀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네요. 그동안은 배울 시간 자체가 없었거든요.

Q. 장르 불문이라는 말이 인상적인데, 그럼 뚜렷하게 ‘이거다!’ 하고 좋아하는 건 딱히 없는 건가요?
윤균상:
음… 글쎄요. 뚜렷하게 좋아하는 건 딱히… 아! 고기를 정말 좋아해요. 채식주의자 분들께서 안 좋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정말 육식을 좋아하거든요. 삼시세끼 안 가리고 고기를 먹을 수도 있어요. ‘닥터스’ 배우들과도 많이 먹었고요(웃음). 저는 패션적으로도 욕심이 별로 없고 자동차 욕심도 별로 없어요. 굳이 고집하는 장르가 있진 않고, 두루두루 그날마다의 기분에 따라 좋아지는 게 다른 것 같아요. 패션은… 키가 이렇다보니 기성복이 잘 맞지 않아서 자연히 관심이 떨어졌어요.

Q. 그러고보니 ‘닥터스’ 분위기가 정말 좋았잖아요. 특히 만담 장면들은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죠. 베스트 커플상을 노려봄직도 한데.
윤균상:
종방연 때 장난처럼 얘기했었어요. 극 중에서 제가 홍지홍 유혜정의 사랑을 인정하며 김래원 형과 많이 붙는 장면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상을 받는다면 형과 베스트커플상을 받고 싶다고 했었죠.

▲배우 윤균상((사진=Zstudio 김재윤))

Q. 화기애애했고 인기도 많았지만 논란도 많았어요. 1차적으로는 PPL 논란이 있었고, 2차적으로는 박신혜 씨의 손톱 논란이 있었죠.
윤균상:
사실 모든 작품이 PPL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요. 자연스럽게 보여져야 하지만 눈에 띌 수밖에 없죠. 작가님도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드라마가 사랑을 받는 만큼 PPL이 많이 붙으니 그만큼 또 표현해야 하고… 정말 스트레스였을 것 같아요. 신혜의 손톱 논란 때에는 사실, 제가 그 일이 있고 촬영 스케줄이 엇갈려서 3일 정도 신혜를 못 만났어요. 하지만 신혜 성격이면 씩씩하게 잘 이겨냈을 것 같아요.

Q. 초반에는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력 논란도 작게나마 있었어요. 하지만 중반부로 흘러가며 모두가 인정받는 분위기가 됐죠.
윤균상:
그때 정말 연기자로서 쾌감을 느꼈어요. 인정을 받다가 우려의 시선을 받으면 좌절했겠죠. 하지만 그 반대였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잘 했다고 봐주시니 성취감과 쾌감을 느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배우들이 이야기하며 만들어지는 부분이 많았던 덕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Q. 특별출연이 많았던 ‘닥터스’, 기억에 남거나 탐나는 역이 있다면요?
윤균상:
남궁민 선배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대본보고 많이 울었어요. 옥상에서의 장면에서는 ‘소리 없이 몸부림치며 우는’ 이라는 지문이 있었는데 정말 슬프더라고요. 탐나는 장면은 역시 조폭두목(이기우 분)이에요. 정말 멋있었거든요. ‘와 나도 저렇게 멋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웃음).

Q. 데뷔 이례로 정말 쉬지 않고 연달아 작품을 했어요. 그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윤균상:
‘시청자 분들이 찾아줘서’가 큰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이나 작가님, 방송국 일하는 분들이 찾아주셔서 일할 수 있었죠. 시놉시스나 대본들 보면 너무 좋아서 하게 되는데 그게 또 사랑받고 하니까, 제가 참 운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일복도 있고 쌧복(일, 돈복)도 있고, 인복이 좋아서 그런 게 들어온 것 같아요. 수많은 배우들과 배우지망생 학생들이 너무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포기하고 좌절하고 하는데, 좋은 사람들 만나서 데뷔하고 성장하다보니 제가 참 운이 좋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정말 감사할 일이죠.

Q. 운도 좋지만 윤균상이라는 배우가 가진 장점도 무시 못 하죠. 본인은 어떤 걸 특 장점으로 꼽는지.
윤균상:
얼굴이 묘하다는 점? 어떻게 보면 나쁜 것 같으면서도 개구진 모습도 있고, 온도차가 드러나는 얼굴 같아요. 그게 제 특징이라면 장점은 사람들과 금방 잘 친해지는 사교성이죠.

▲배우 윤균상((사진=Zstudio 김재윤))

Q. 그런 모습이 가장 잘 비쳐진 게 ‘육룡이 나르샤’ 같아요. 윤균상에게 있어 ‘육룡’은 어떤 작품인가요?
윤균상:
제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힘들었지만 제일 재밌고 자유로웠어요. 작가님과 감독님 모두가 제가 잘 놀 수 있게 배려해주시고 자유롭게 해주셨어요. 합을 맞췄던 이준혁 선배님도 자유로우신 분이고요. 애드리브도 많이 배웠죠(웃음). 한여름에 시작해 한겨울을 겪고 끝난 작품이라 춥고 힘든 점이 많았지만, 끝나고 나니 정말 행복한 작품이었어요.

Q. 그렇다면 흥행 2연타를 가져다 준 ‘닥터스’는 어떤 작품으로 남았나요?
윤균상:
전문직을, ‘의사’라는 직업을 제게 감히 갖게 해준 작품이에요. 캐릭터 온도차도 큰 편이고요. 까칠하다가 사랑을 하며 많이 둥글어지죠. 그런 걸 연기해내는 게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고 자신감을 많이 생기게 해준 작품이에요. 사실 전문직이 정말 걱정됐거든요. 너무 어렵다고만 느꼈었는데 해내고 나니까 좀 더 프로페셔널한 의사들 이야기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Q. 요즘 나오는 드라마 중에 재밌게 보고 있거나 관심 가는 캐릭터가 있나요?
윤균상:
‘W'요! 처음엔 (이)종석이와 (김)의성 형님 나와서 보게 됐는데 훅 빠졌어요. 보면서도 깜짝 놀라요. 앞부분을 바빠서 제때 못 봐서 이번에 몰아봤거든요. 정말 소름 돋더라고요. 특히 김의성 선배 얼굴이 없어졌을 땐 너무 놀라서 불 켜고 고양이들을 안고 잤어요. 정말 예측 안 되게 진행되는 게 매력 같아요.

Q. ‘W’에서 종석 씨 역할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요?
윤균상:
깡철! 좋죠. 무슨 역이든 일단 보고 있으면 해보고 싶지만, 강철은 종석이가 해서 ‘강철’이 된 것 같아요. 정윤도나 젊은 날의 무휼(육룡이 나르샤)은 제가 만들어서 제가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강철은 역시 종석이여서 가능하죠. 종석이가 제일 잘 하는 것 같아요.

Q. 윤균상 씨는 극 중 배역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성장세가 뚜렷하죠.
윤균상:
기분 좋은 부담이에요. 섣불리 주인공이 되고 싶진 않고,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순간에 하고 싶어요. 역할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서요.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이라면 카메오나 단역도 좋으니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요.

▲배우 윤균상((사진=Zstudio 김재윤))

Q. 최근에 나영석 PD가 막내 후보로 균상 씨를 언급했어요. 러브콜을 받은 격인데.
윤균상:
정말 영광이죠. 저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다른 예능에서 말을 재밌게 하고 콩트를 잘할 자신은 없지만 나영석 PD님 프로그램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보여주면 되니까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예전에도 ‘1박2일’, ‘삼시세끼’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언급해주셔서 감사했어요.

Q. 그렇다면 안 물어볼 수가 없죠. 요리는 잘 하나요?
윤균상:
고기는 잘 굽는데… 음, 모르겠어요. 제 입맛에 맞겐 잘 하는데, 못하진 않는 것 같지만 차승원 선배님이 거의 셰프님 수준이시잖아요(웃음). 비교할 수도 없죠. 나 PD님이 불러주신다면 하루 종일 낚시도 할 수 있고 불도 피울 수 있어요. 불러만 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할 자신이 있습니다.

Q. 예능도 좋지만,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윤균상:
‘닥터스’ 끝나고 종방연은 물론 배우들과 모여 노는 시간들이 이어져서 차기작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어요. 일단은 쉴까 하지만, 하고 싶은 게 들어오면 할 것 같아요. 장르를 염두해 두진 않았지만, ‘해바라기’의 김래원 형을 보며 꿈꾼 느와르 장르나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역도 소화해보고 싶어요. 달달하게 사랑이 이뤄지는 로코(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고요. 하지만 그 전에 일단 아버지와 단 둘이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요.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편하고 친했지만 아버지는 엄하셨거든요. 군 제대하고 나서야 아버지와 친해졌는데, 어머니에 비해 잘 챙겨드리질 못 했어요. 그래서 아버지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어머니와도 물론 여행 가야죠(웃음).

Q. 여행 다녀오고 하면 금방 시상식이 다가올 텐데, 받고 싶은 상이 있다면요?
윤균상:
뭘 받고 싶다고 말하면 날아갈 것 같아서 함부로 말을 꺼내기가 어렵네요. 기대감이 생기면 실망도 생기니까…

Q. 그럼 김래원 씨와 베스트 커플상이 최고겠네요(웃음).
윤균상:
오. 그거 정말 좋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