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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사이드] 상상을 시각화 하는 법, 콜드플레이 ‘UP&UP’ MV 바니아 하이만 감독
입력 2016-12-06 09:30   

▲바니아 하이만 감독(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달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ㆍ문화 이야기.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16개 채널을 돌리고, SNS 화면이 돌아간다. 보고도 믿지 못할 놀라운 뮤직비디오, 이 모든 것을 해낸 인물은 바니아 하이만(30)이었다.

이스라엘 출신 젊은 연출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꼽힌다. 2012년 아셉 아비단의 '디퍼런트 펄즈'(Different Pulses)를 시작으로 2013년 밥 딜런의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을 통해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상호작용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올해 공개한 콜드플레이의 '업&업'(UP&UP)은 우주를 나는 자동차, 팝콘이 터지는 화산 등 재미나는 구성으로 공개 5개월 만에 유튜브 1억뷰를 돌파했다. 그의 이력은 다채로움과 새로움으로 빼곡히 채워져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공개 세미나 제4차 콘텐츠인사이트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은 바니아 하이만 감독을 만났다. 180cm를 넘기는 훤칠한 키와 친절한 매너가 돋보이던 바니아 하이만 감독은 "아이디어의 원천은 '마감'"이라며, 차근차근 자신의 작업 과정에 대해 전했다.

▲바니아 하이만 감독(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Q: '업&업'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스폰지에서 축구를 하고, 욕조 위에 항구가 존재하는 등 놀라운 시각 상상력을 보여준다. 어떻게 이런 것들을 구현해 낸 것인가.
바니아 하이만(이하 바니아):
상상을 하고 그걸 영상으로 표현해 내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도전이 있었다. 난 이런 도전을 좋아한다. 이걸 성공해내면 특별한 것을 해냈다는 거니까. 도전이 아니라면 누군가 수백만 번은 했다는 건데, 그런 건 의미가 없다.

Q: 기술적인 도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
바니아:
이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큰 도전은 테이크를 계속 돌리면서 움직이는 영상을 찍는 거였다. 다른 각도에서 다르게 찍은 장면들을 합성해서 하나의 장면을 만들었다. 기본적인 표현은 콜라주를 이용했다. 콜라주는 잡지나 사진을 찢어 붙여서 새로운 표현을 하는 미술 양식이다. 전 콜라주 표현을 좋아하는데 잡지를 뜯고, 스틸 이미지에 영상을 입혀서 비디오로 만들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

▲(출처=콜드플레이 ‘UP&UP’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Q:'업&업'을 통해 구현된 특별한 촬영 기법이 있는 건가.
바니아:
3D 트렉킹과 모션 콘트롤 카메라를 만들어 이용했다. 가령 산 정상에서 팝콘이 분출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앵글을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선 똑같은 조명, 각도가 중요한데 모션콘트롤 카메라가 이걸 해냈다. 모션컨트롤 카메라를 이용해 팝콘이 튀겨지는 장면을 먼저 찍고 평면 사진에 3D 기술을 접목해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외에도 수세미에서 축구를 하는 장면, 욕조 위에 항구를 만드는 것도 비슷한 과정으로 작업했다.

Q:'업&업' 뿐 아니라 작업하는 뮤직비디오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로 상상력을 표현해내 찬사받고 있다.
바니아:
감사한 일이다. 이 모든 작업들은 동려들과 함께 하고 있다.

Q: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는 작품들이지만 하나로 엮는 공통점이 있을까.
바니아:
제 작품에는 반복적인 콘셉트가 있다. 바로 현존하는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키스 엔 케이트의 '세이브 미'(Save Me)는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SNS 화면을 보는 것을 행동에 착안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SNS를 보는 것처럼 '좋아요'도 누르고, 사진을 올리고, 스크롤을 내린다. 밥 딜런의 '라이크 어 롤링 스톤'은 채널을 돌리는 행위를 뮤직비디오를 통해 구현한 거다. 16개 화면을 미리 찍고, 시청자가 채널 버튼을 돌리면 영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16개를 계속 돌려도 되고, 맘에 드는 채널에 정지해 집중해도 된다. 이런 것들을 뮤직비디오에 사용하고 표현하는게 기본적인 도전이다.

▲(출처=밥 딜런 'Like a Rolling Stone' 뮤직비디오 캡처)

Q:워낙 획기적인 작품이 많다보니 뮤지션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바니아: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의견 충돌이 발생한다. 딱 맞아떨어졌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거 같다.

Q:어떤 부분에서 갈등이 빚어지나.
바니아:
뮤지션들도 각자 생각하는 관점이 있어서 그들이 음악을 만들면서 가진 영감과 제가 느낀 영감이 딱 들어맞지 않는다. 제가 처음에 구상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뮤지션들의 말만 들을 수도 없고, 저만 고집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제 휴대전화엔 진행하고 싶은 리스트가 가득하다.(웃음)

Q: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직비디오라는 작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니아:
영화보다 자유롭고, 광고보다 상업적이지 않으며 비디오아트보단 대중적이다.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장소인 것 같다.

Q:어떤 부분에서 그런 건가.
바니아:
영화는 2시간 동안 관객들을 끌고가야 하다보니 스토리텔링 등 틀이 잡혀있는 부분이 있다. 광고는 마지막엔 상품을 보여줘야 한다. 비디오아트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데 뮤직비디오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고, 뮤지션이 궁금해서라도 사람들이 찾는다. 또 요즘은 유튜브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접근하 수 있다.

Q:뮤직비디오를 채우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 건가.
바니아:
내 아이디어는 스트레스에서 온다. 마감이 되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답변은 아니지만 이게 사실이다(웃음). 오늘 당장 아무런 생각이 없더라도 내일까지 뭔가를 해야 한다면 내일까지 뭐가 나온다. 휴가에 가서는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휴가지에선 모든 것을 비우고 온다. 모든 것을 멈추고 쉰다.

Q:그래도 영감을 끌어내기 위한 나름의 방식이 있을 것 같다.
바니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지금까지 터득한 건 장소를 떠올리는 것 같다. 새로운 장소에서 그곳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행동하는 모습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구체적인 발현점은 마감 같다.(웃음)

▲바니아 하이만 감독(출처=한국콘텐츠 진흥원)

Q: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렇다면 이번에 한국에 머물면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을까.
바니아:
그렇다. 한국에서의 모든 것이 새롭다. 아직 이곳에서 하루밖에 머물지 않았다. 체류 시간이 길지 않아 많은 곳을 가보진 못했지만 내 앞으로의 작업에 영감이 된 경험이었다.

Q:한국만의 차별적인 문화로 느낀 부분은 무엇인가.
바니아:
예의가 있고, 친절하다. 차를 타거나 그냥 걸어다닐 때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는데, 다른 나라와는 다른 거 같다. 그들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Q:영화, 뮤직비디오, 광고 등 한국의 콘텐츠는 어떨까.
바니아:
K-POP 뮤직비디오는 한국에 오기 전에도 많이 보는 편이었다. 영감을 받기도 하고 받지 못할 때도 있다.

Q:어떤 부분에서 그럴까.
바니아:
K-POP 뿐 아니라 전 세계 뮤직비디오가 비슷하다. 같은 카메라를 이용하고, 같은 톤의 화면, 전개, 심지어 스태프까지 같다. 얼마 전 잘 만든 K-POP 뮤직비디오가 있어서 알아보니 프랑스 사람이 만든 거였다. 그렇게 서로 연결이 돼 있는 것 같다.

Q:기본적인 제작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바니아:
먼저 뮤지션에게 연락이 와야 한다. 내가 먼저 하고 싶다고 하는게 아니라 제안을 받고 일을 시작한다. 만나서 함께 의견을 나누고, 그 콘셉트에 맞춰 아이디어를 내고 뮤직비디오를 만든다. '라이크 어 롤링스톤'도 "상호작용을 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뮤지션들의 의견이 있었다.

Q:이번 '업&업' 뮤직비디오를 예로 들어 준다면?
바니아:
콜드플레이가 날 택했다. 그리고 함께 노래를 들었다. 이 노래는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다. 또한 세계적이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각 나라의 모습이 나오고, 정치적인 문제, 난민적인 문제 이런 부분도 표현했다. 이런 세계적인 문제가 마법과 같이 해결되는 모습을 담아서 '이런 장면도 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했다.

Q: 이런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바니아:
어떤 걸 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촬영만 하길 원한다. 그런데 우리는 촬영하기 전에 '왜 이걸 해야하나'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니아 하이만 감독(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Q:증명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바니아:
왜 이 비디오를 만드는가, 어떻게 다르게 만드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많은 숫자의 비디오가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생각해야한다. 차이점을 염두하는 것이 중요하다.

Q:예산이나 현실적인 제약도 있을 텐데.
바니아:
예산은 중요하지 않다. 비트박스로 뮤직비디오를 만든 적이 있다. 예산도 없이 바로 촬영을 했다. 음악만 갖고 만들었다. 제가 길을 막고 프로듀서가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서 찍었다. 예산이 아니라 표현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