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혜원을 주목하게 된 건 지난해 방송된 KBS2 '어쩌다 마주친, 그대'였다. 이 작품에서 지혜원은 알게 모르게 주인공 백윤영(진기주)과 순애(서지혜)를 위협하는 여고생 고미숙 역을 맡았다.
당시 지혜원을 관심 있게 본 이유는 고미숙의 차갑고 이지적인 분위기, 서늘한 눈빛과 상대를 압도하는 아우라를 놀라울 정도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1년 만에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라키'에서 또 다른 느낌의 여고생을 표현했다.
'하이라키'는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에 비밀을 품은 전학생이 입학한 후 견고했던 그들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혜원은 질투의 화신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윤헤라 역을 맡아 질투와 열등감, 다채로운 감정들을 생동감 넘치게 소화했다.
맡았던 배역 때문에 앙칼진 고양이를 닮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서울 마포구 비즈엔터를 찾은 배우 지혜원은 풀밭을 뛰어노는 듯한 강아지 같았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할 줄 알았고, 시원시원한 미소는 매력적이었다.
'하이라키'는 공개 2주 차 63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톱10 비영어 TV 부문 1위에 올랐다. 지혜원은 순위도 순위지만, 자신의 SNS에 각국의 언어들로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하이라키'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해외에서 '하이라키'를 좋아해 줄 거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했어요. 하하. 신선한 배우들이 나오고, 또 볼거리가 가득한 드라마다 보니 하이틴 장르물에 익숙한 외국 시청자들은 '하이라키'를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1위는 상상도 못 했어요. 단체 채팅방에서 감독님, 배우들이 서로 순위를 공유해주면서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헤라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악녀같이 보여도, 전형적인 악녀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감독의 주문이 있었다. 지혜원은 헤라가 18세,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라는 것에 집중했다.
"고등학생이잖아요. 자라온 환경 때문에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천진무구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10대 후반의 여학생만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감정들을 부각하려고 노력했어요."
상위 0.01%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설정 덕분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의상, 청춘 만화에서 볼 법한 대사 등 지혜원은 평소 안 해봤던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물론 지혜원도 처음엔 쉽지 않았다.
"촬영 초반에는 좀 힘들었어요. 과한 것 같기도 하고, 대사도 평소에 하는 말이 아니니까요. 작품 속 캐릭터의 이름이나, 성격들이 전반적으로 강한데 오히려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면 더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헤라의 캐릭터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체화시키는 것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나중엔 '대사가 오글거린다'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어요."
헤라는 외향적인 성격으로, 화려함을 추구하고 파티도 즐기는 인물이다. 때로는 좌중을 압도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런데 지혜원 자신은 전혀 그런 성격이 아니라며, 헤라와 지혜원 사이의 그 틈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모습은 헤라와 전혀 달라요. 헤라는 빨강, 노랑 등 원색의 의상과 머리띠를 하고 다니는데 전 평소에 기본 화장만 하고, 무채색 위주의 옷만 입고 다니거든요. 지혜원의 시각에선 헤라는 과해요. 하하. 적극적이고 앞만 보는 헤라 덕분에 화려함, 청순 발랄 등 정말 다양한 걸 해봤어요. 그런데 파티장에서 하이힐 신고 테이블에 올라가 춤추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요."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