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에 캐스팅된걸 부모님께도 비밀에 부쳤어요."
배우 박규영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누구에게도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던 '오징어게임'의 속편에 출연한다는 부담,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해야 하는 긴장감 속에서 그는 '오징어게임2'에 몰입하는 것만 집중했다. '오징어게임2'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변 사람들은 그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무슨 사건에 휘말리는지 물어봤지만, 박규영은 입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말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난 박규영은 밝은 얼굴로 드디어 '넷플릭스의 마법'에서 풀렸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오징어게임2'에 대해 말하지 못해 너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박규영은 두 번의 오디션 끝에 군인 출신 탈북민 '강노을'이라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가 '오늘도 사랑스럽게'나 '달리와 감자탕' 등에서 보여줬던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이었다. 박규영이 연기했던 그 어떤 캐릭터보다 극단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심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처음엔 저도 당연히 참가자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대본을 받고 보니 핑크가드라는 걸 알게 됐죠. 진행 요원으로 '오징어게임'의 세계를 새롭게 설명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기대되고 감사했어요. 초록 트레이닝복을 입지 못한 건 조금 아쉽지만요. 하하."
시즌1에서 배우 정호연이 연기한 탈북민 '강새벽'은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인물이었다. 반면, 박규영이 연기한 강노을은 희망이 모두 사라진, 삶의 끝자락에 있는 캐릭터다. 황동혁 감독은 박규영에게 두 캐릭터의 차이를 설명하며, 그가 강노을이라는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강새벽은 희망을 붙잡으려는 인물이지만, 강노을은 자신을 어둠으로 몰아넣으며 희망조차 버린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 역시 노을은 '저무는 사람'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노을이라는 이름이 이 캐릭터를 얼마나 정확히 설명하는지 깨달았습니다."
박규영은 강노을의 건조한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에 철저히 몰입했다. 북에서 잃어버린 딸을 다시 찾기 위해 애쓰면서도, 딸을 잃어버린 채 홀로 남한에 내려왔다는 죄책감으로 가득 찬 복잡한 인물을 어떻게 해야 더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캐릭터의 건조한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일상에서도 최대한 에너지를 덜어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면 평상시에도 그 캐릭터처럼 살곤 하는데, 촬영 기간 내내 강노을처럼 살았어요. 이렇게까지 캐릭터에 몰입한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핑크색 점프슈트와 세모 마스크를 쓰고 연기하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표정을 보여줄 수 없었기에 감정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 톤과 움직임만으로 캐릭터의 내면을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고, 연기자로서 마주했던 새로운 도전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박규영이 연기한 강노을의 서사는 시즌2에서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박규영은 시즌3에서 핑크 가드들의 서사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암시했다.
"시즌3에서는 노을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과 '오징어게임'의 세계관이 더 풍부하게 펼쳐질 겁니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셨던 점들도 모두 해소될 거고요."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