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 스타] '폭싹 속았수다' 학씨 부인 채서안, 살민 살아진다(인터뷰②)
입력 2025-04-07 10:01   

▲채서안(비즈엔터DB)

①에서 계속

'폭싹 속았수다'로 단숨에 주목을 받는 배우가 됐지만, 지난달까지 채서안은 카메라 앞이 아닌 공장 생산 라인 앞에 섰었다. 카메라도 조명도 대사도 없었다. 떡을 빚고 쿠키를 굽고 카드 단말기를 조립했다. 배우 채서안 대신 본명인 '서윤 씨'로 불렸다.

채서안은 '폭싹 속았수다' 촬영을 끝으로 전 소속사와 이별했다. 어쩔 수 없이 찾아온 공백기였다. 마음은 복잡했고 앞날은 막막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기로 했다.

"소속사를 나오니 몸도, 마음도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친구가 떡 공장에 출근하는 건 어떠냐고 권하더라고요.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해서 그러겠다고 했어요."

설날 시즌이라 유난히 바빴다. 날씨는 춥고 기계는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손은 쉴 틈이 없었다. 채서안은 주어진 업무에 집중했고 자연스럽게 배우로서 맞닥뜨린 현실 생각을 줄였다. 그 다음엔 쿠키 공장으로, 또 카드 단말기와 CCTV를 조립하는 전자부품 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생산라인에서 일하면 하루가 쭉 흘러가요. 주 5일 근무하면 주휴수당도 나오고요. 하하. 어느새 마음은 덜 무너지고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그때 가장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폭싹 속았수다' 채서안 비하인드컷(사진제공=채서안 SNS)
▲'폭싹 속았수다' 비하인드컷(사진제공=채서안 SNS)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그가 배우라는 사실을 몰랐다. 배우 채서안이 아닌 본명인 변서윤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숨긴 건 아니었고 굳이 밝히지도 않았다. 평범한 20대 공장 직원으로서 '언니'들과 친해졌다. 함께 웃고 간식도 나눠 먹고, 때론 별것 아닌 얘기로 위로를 주고 받았다.

일을 그만 두면서 사실 배우였다고 고백하자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채서안은 '어쩐지 어디서 본 얼굴이었다'는 동료들의 말이 그렇게 고마웠단다.

"그분들이랑 있으면 제가 배우라는 걸 까먹을 정도였어요. 언니들이 주셨던 에너지 덕분에 공백기를 잘 버틸 수 있었어요. 은주 언니, 미경 언니, 상희 언니한테 감사했다는 말 꼭 하고 싶어요."

'언니들' 뿐만이 아니었다. 채서안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주변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즐겁게 잘하고 있니?"라는 아버지의 짧은 안부 전화는 현실에 적응하려는 채서안의 마음을 흔들었다.

▲채서안(비즈엔터DB)

친구들도 힘이 됐다. "오디션 봐야지"라는 말은 다그침이 아니라 응원이었고, 아무 말 없이 보내준 커피 한 잔, 함께 걷던 동네 산책도 다 위로였다.

"제가 주춤할 때마다 꼭 누군가가 저를 꺼내줬어요. 동굴 속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에 말이죠. 그럴 때마다 깨달았어요. 아, 난 아직 연기하고 싶구나."

그는 공백기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단련했던 시간이라고 기억했다. 그 시간 덕분에, 지금의 채서안이 있다.

③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