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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김형묵 "연기, 미쳐버릴 만큼 좋아하는 일"②
입력 2025-04-30 00:01   

▲'블러디 러브'에서 반 헬싱 역을 연기한 김형묵(사진제공=누아엔터테인먼트, PR컴퍼니)

①에서 계속

"춤은 나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노래는 감동을 주며, 연기는 나를 미치게 하죠. 하하."

배우 김형묵은 뮤지컬의 매력을 이렇게 말했다. 그의 연기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연극 무대에서 시작해 뮤지컬, 드라마, 영화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그는 "배우는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면서 자신을 매 순간 시험대에 올렸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한때 그는 발성 때문에 배우를 못 할 것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연기의 기본기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

"동기들이 하나둘씩 TV에 얼굴을 비칠 때, 저는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발성부터 배웠어요."

▲배우 김형묵(사진제공=누아엔터테인먼트)

김형묵은 주로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며 느리지만, 천천히 기본기를 쌓았다.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로 성장했을 때쯤 그는 영국에 있는 '아트 에듀케이셔널 스쿨(Arts Educational Schools London)'에 합격, 유학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는 유학길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인지 물었다. 그리고 과감하게 유학을 포기, 한국에 남았다. 배우라면 TV와 영화, 매체 연기도 경험해봐야 진짜 연기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그는 드라마 '귓속말'(2017)을 시작으로 SBS '열혈사제'(2019), tvN '빈센조'(2021) 등에 출연하며 드라마계에 없어서 안 될 감초 연기자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극이 사라지고, 매너리즘이 오더라고요."

익숙함은 곧 정체로 이어졌다. 그는 다시 무대로 돌아가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출연했던 뮤지컬 '블러디 러브'는 그의 표현대로 "다시 대학생이 되어 연기의 A부터 Z까지 복기했던 시간"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던져 연기에 몰입했다.

"제가 맡은 캐릭터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대기를 쓰고 이해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그 인물을 이해해야 하니까요. 가만히 서 있어도 저한텐 캐릭터의 세월이 느껴져야 해요."

▲배우 김형묵(사진제공=누아엔터테인먼트)

김형묵은 연기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통찰력과 경험'이 축적된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작품 하나를 준비할 때마다 그는 여행처럼 사람들을 만나고, 시대 흐름을 공부하며, 다시 사람을 이해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연극의 3요소를 관객, 배우, 희곡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여기에 마케팅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 연기는 산업이에요. 배우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죠. 함께 살아가는 구조와 시장을 이해해야 해요. 그래야 작품을 알릴 수가 있어요. 제가 사람을 이해하는 작업도 같은 이유입니다."

배우 김형묵은 배우는 사람이다. 그는 늘 신인의 자세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귀를 열고, 시대를 읽고,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을 익히는 게 진짜 연기자의 길"이라 말했다. 그가 다시 무대로 돌아와 초심을 찾으려고 했던 이유, 그 도전의 뿌리엔 단 하나의 문장이 있었다.

"연기는 제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이에요."

③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