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방송되는 EBS '명의 특집 나를 살리는 힘, 면역 – 2부 장’ 편에서는 ‘잘 먹고 잘 싸는’ 건강의 기본을 흔드는 장질환에 대해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 천재영 교수가 소개한다.
◆장이 보내는 경고, 화장실 몇 번이나 가세요?
갑작스레 울리는 뱃속 신호 때문에 수시로 화장실을 찾는 두 사람이 있다. 50대 남성은 이런 증상 때문에 직업까지 바꿔야 했고, 40대 여성은 불안한 마음에 외출을 꺼리게 됐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신호 때문에 불안하면 할수록 장이 더 불편해지는 악순환. 두 사람의 평온했던 일상을 무너뜨린 증상은 똑같은 설사였지만 한 명은 심각한 난치성 질환, 나머지 한 명은 가짜 설사다. 병의 심각성은 다르지만 일단 장이 망가지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도,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도 없다.
◆건강의 시작점이자 면역의 최전선, 장(腸)
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긴 면역기관이다. 약 7미터에 달하는 장은 음식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를 배출한다. 장에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세균, 바이러스 등 유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의 최전선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등으로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과민성대장증후군, 염증성장질환, 심지어 대장암장까지 발생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건, 최근 연구들에서 장의 이상이 파킨슨병이나 치매 같은 뇌신경 질환과도 연관된다는 사실이다.


면역이 떨어질 때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인 결핵은 폐에만 생기는 게 아니라 장에도 생긴다. 아무런 증상도 없이 숨어있다가 조용히 장을 망가뜨리는 장결핵이다. 코로나를 앓고 난 다음에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장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에 변비와 가스로 고통받는 환자와 음식을 잘못 먹어서 생긴 급성 장염 이후에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단받은 환자. 세균과 바이러스가 지나간 후에 장에 새로운 증상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가 잦아진다? 대부분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야간에 깨서 화장실을 가거나, 체중이 줄고 피 섞인 변을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럴 땐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단순한 장염이 아니라, 면역체계가 스스로 장을 공격하면서 생기는 만성질환이다. 그대로 두면 대장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일반인보다 대장암 발병률이 2배 이상 높다. 진단을 빨리 받고 꾸준히 치료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만 초기에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치질로 오해하기 쉬워 시간을 지체하기도 한다. 장이 보내는 신호, 그냥 넘기지 말고 꼭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