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밤 방송된 KBS 2TV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 2회에서는 세 명의 월드클래스 K-피플 지휘자 장한나, 할렘의 대모 베티박,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김상식 감독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각자의 무대 위에서 '크레이지'하게 몰입한 이들의 모습은 웃음과 감탄, 묵직한 울림을 동시에 안겼다.
지휘자 장한나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또다시 '엉뚱한 천재'다운 매력을 보여줬다. 음악가 동상에 인사를 건네며 고요한 도시를 자유롭게 누비는 장한나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공연장에서 무대를 앞둔 순간 장한나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장한나는 리허설에 앞서 "복잡한 구성에 신경 쓸 게 많다"며 준비 과정의 부담감을 전했고, "하루 정도는 오케스트라에 야근을 시키고 싶다"는 농담으로 진심 어린 몰입을 공유했다. 이어진 리허설 현장에서는 84명의 단원이 참여한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악기별 미세한 음색과 박자를 수차례 조정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온몸이 땀에 젖도록 지휘에 몰입한 장한나는 "머릿속에 고쳐야 할 리스트가 계속 생긴다"며 실전 같은 연습을 이어갔고, 약 4시간 30분간의 리허설을 마친 뒤에도 휴식 시간 내내 악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특히 세계 1위 첼리스트였던 장한나 앞에서 첼로 파트는 유독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장한나의 강도 높은 리허설과 리더십에 살 떨리는 현장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장한나 역시 본인을 '크레이지 프로'라고 단언하며, 단원들과의 디테일한 소통으로 연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진정한 카리스마를 몸소 보여줬다.
베티박은 뉴욕 할렘에서의 40년을 단단한 신념으로 증명했다. 강도 피해 다섯 번, 믿었던 직원에게 3억 원 상당의 횡령 피해 등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나는 할렘에 미쳐 있다. 여기가 너무 좋다"는 말로 할렘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매주 1000개의 도시락을 준비해 노숙자에게 전달하는 봉사를 5년 넘게 이어가는 모습은 '크레이지'의 또 다른 형태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베티박은 "가난한 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면, 지역에 돌려주는 건 당연하다"는 말로 선순환의 가치를 설명했다. 래퍼 50센트와의 특별한 인연부터 "나는 할렘이고, 할렘이 나다"라는 선언에 공동체와 함께 살아온 베티박만의 진심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훈훈한 감동을 안겼다.
통역사 반과 함께 베트남어 수업에 매진한 김상식은 성조부터 발음까지 꼼꼼히 적어가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필드 위에서 베트남 국가를 부르며 국민들과 감정을 나눴던 일화 또한 공개되어 감동을 안겼고, 이에 이동국은 "히딩크 감독도 애국가는 안 불렀다"고 감탄하며 진정한 리더 김상식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특히 김상식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의 정신력부터 끌어올리는 '독사 훈련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선수단을 상대로 직접 몸을 던진 시범을 보이는가 하면 "물 마시는 타이밍도 훈련의 일부"라며 디테일까지 조율하는 냉철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코치진에게는 정확한 역할을 부여하며 프로페셔널한 지휘자의 면모를 드러냈고, "개성은 좋지만 정신력이 문제"라며 선수들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훈련 후 돌변한 김상식의 진중한 태도에 절친 이동국조차 "정말 독하다"며 놀랐다.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은 세계 무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몰입과 성취를 이룬 한국인들의 본업 서사를 조명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관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물의 '궤적'을 추적하는 구성, 셀럽 대신 삶의 무게를 지닌 인물을 조명하는 시선, 감정보다 에너지를 담아내는 연출 방식은 기존 리얼리티와 분명한 결을 달리하며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결과보다는 몰입, 성취보다는 과정에 집중한 예능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은 매주 일요일 밤 9시 2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