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오랜 시간 사업에 지친 남편을 살게 한 집을 찾아간다.
◆스트레스도 비켜 가는 90년 고택의 놀라운 변신
충남 공주, 스무 가구 남짓 모여 사는 시골 마을에 비밀스러운 모습의 집 한 채가 있다. 집 뒤로 대나무 숲이 멋스럽고 집 앞으로 금강이 한눈에 펼쳐지는 절경을 자랑하는 위치. 시간도 비껴간 듯한 이 집은 90년 된 고택을 대목장 한 명과 남편 건축주가 무려 3년에 걸쳐 완성한 집이다. 근데 이 집,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남편 건축주의 어린 시절은 풍족하지 못했다. 어느 날 부잣집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대문이 솟을대문인 걸 보고 너무 부러웠다고. 그때 남편 건축주는 생각했다. ‘나중에 나도 성공해서 돈을 벌면 저런 솟을대문 집을 지어야지.’ 그렇게 결심하고 달려온 시간이 무려 30년. 하루 3-4시간 잠을 자며 사업을 일군 덕에 일찌감치 경제적 성공은 거뒀지만 문제는 건강이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무작정 해외여행을 떠났지만 그것도 잠시뿐. 결국 내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할 곳이 필요했다고. 그때부터 남편 건축주는 집 지을 준비를 시작했다. 5년에 걸쳐 나무를 구하고 집을 알아보고 목수 학교를 다니고 돌담 쌓기를 배우고! 그렇게 탄생한 집은 그야말로 남편 건축주의 불굴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집이 되었다.
한옥 특유의 좁은 거실이 싫어 총 다섯 칸 중 세 칸을 터서 개방감 최고의 거실을 만든 남편 건축주. 그뿐이 아니다. 단열에 취약한 한옥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집 전체에 ㄷ자 구조의 방풍실을 만들었는데 단열 효과는 물론이고 면마다 다르게 보이는 풍경에 아내와의 특별 데이트 장소가 되었다는데... 어디 그뿐인가. 벌레를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집 전체를 1m가량 들어 올림으로써 주방 층고가 한옥에선 보기 힘든 높이가 되었다고. 사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은 물론, 심리적 안정감까지 주니 더 이상 해외로 돌지 않아도 되었다.

대학교 MT 하면 떠오르는 곳, 대성리. 남이터길의 끝자락까지 올라가면 이국적인 집 한 채가 나온다. 붉은색의 벽체 하며, 압도적 크기의 중정을 보호하기 위한 대형 철문하며, 한눈에 보기에도 한국스럽지 않은 집.
이 집의 건축주는 9채의 펜션을 지어 본 숙박업 사장님. 하지만 누군가의 힐링을 돕는다는 건 본인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일! 언제나 친절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긴장의 끈까지 놓지 않고 살다 보니 어느 날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공황장애가 왔다. 그러다 어느 날 새벽에 일어나 설계도를 그리며 생기가 도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손님이 아닌 단둘이 머물 수 있는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는 아내.
집을 짓는데 가장 큰 영감을 받은 건 지중해 여행이었다. 특히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순환구조의 집에 착안, ㄱ자형의 본채와 ㄴ자형의 별채가 연결된 ㅁ자형 순환구조의 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존재하는 엄청난 크기의 중정은 이 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 중정 또한 일반적인 식물이 아닌 이끼 정원으로 구성,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부부가 직접 시행착오를 여러 차례 거치며 완성한 중정은 부부의 자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