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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코리안' 베티박, 막내아들 떠나보낸 사연…추모 위한 할렘 장학회 설립
입력 2025-06-30 12:08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 (사진 = KBS 2TV )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이 본업에 미친 K-피플의 일상을 전했다.

지난 29일 밤 방송된 KBS 2TV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 3회에서는 할렘의 전설 베티박과 월드클래스 지휘자 장한나가 각자의 무대에서 보여준 삶의 밀도 높은 하루가 그려졌다. 두 사람은 단순한 성공 그 이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향한 집요한 몰입과 단단한 리더십으로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40년째 뉴욕 할렘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베티박은 34년 전부터 곁을 지켜온 요리사 알만도의 독립을 돕기 위해 나섰다. 직접 식자재 시장으로 동행해 박리다매의 경영철학을 전수하며 'K-잡도리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베티박이 '20달러로 신메뉴 개발' 미션을 내건 가운데, 알만도가 고른 식재료는 이미 20달러를 초과한 닭가슴살 한 팩. 베티박은 알만도의 예산 초과와 감각 부족에 "땅 파서 장사하냐"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어 베티박은 2022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막내아들의 묘소를 찾았다. 묘비를 닦으며 말을 건네고 감정을 꾹 눌러 담아 한참을 서 있던 베티박의 모습에 스튜디오 출연진도 숙연해졌다. 베티박의 막내아들과 동갑인 전현무와 박세리 역시 먹먹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고, 지예은은 결국 오열했다.

막내아들을 추모하기 위한 장학회 설립은 물론 직원들의 가정까지 돌보는 베티박의 깊은 애정에 동료들은 "가족 같은 사람"이라 말했다. 며느리 또한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싶었는데, 나를 꺼내 준 사람이 시어머니"라며 "장학금 수여식의 주인공으로 세워준 시어머니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베티박은 "큰돈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나눈다. 할렘은 내 고향 같고, 나는 이곳을 사랑한다"며 진심을 전했다.

함부르크 심포니 공연을 하루 앞둔 최종 리허설 현장에서 장한나가 지휘를 시작하자 공기가 달라지고 단원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장한나는 "84명의 소리를 1개의 호흡으로 통일해야 한다"며 음정, 박자, 옥타브 하나하나까지 날카롭게 짚어내며 오케스트라를 리드했다. 단원들에게 전략적인 연주와 정확한 타이밍을 요구하며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를 무대 위에 새긴 장한나의 모습은 몰입 그 자체였다.

함부르크 심포니의 CEO 다니엘 퀴넬과의 만남에서는 과거 음악 여정도 그려졌다. 그는 "장한나의 음악엔 삶이 있다"며 삼고초려 끝에 장한나를 공식 지휘자로 초빙한 이유를 설명했다. 장한나는 "첼로의 거장이자 제 스승인 로스트로포비치가 '이제 첼로를 배우지 말고 음악을 공부해라. 너는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하셨다"며 "그 말을 듣고 교향곡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베토벤의 음악을 만난 뒤엔 지휘자가 되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음악을 나만 알고 있을 순 없었다"며 지휘자로서의 철학과 시작점을 함께 언급했다. 또 어린 시절을 반납하고 음악에 몰입했던 시간들에 대해 오히려 "행복한 선택"이라 자평했다. 동양인, 여성, 첼리스트라는 편견을 깼던 지휘자 장한나는 끝으로 "90세에도 연습을 멈추지 않은 파블로 카잘스를 닮고 싶다"며 음악가로서의 철학을 덧붙이자 이에 다니엘 퀴넬은 "장한나는 미친 음악가다. 좋은 의미에서"라고 평했다.

공연 당일 장한나는 "얼마나 음악에 미쳐 있는지만 보여주면 된다"며 무대에 올랐다. 지휘 시작 20분 만에 온몸이 땀으로 젖을 만큼 몰입한 장한나는 고요한 서정과 폭발적인 고조를 넘나드는 교향곡으로 관객들을 압도했고, 끝없는 기립박수 속에 재등장해 단원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독일 클래식의 중심지인 함부르크에서 장한나의 이름이 연호되고, 앙코르 요청이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관객들은 "정말 멋진 연주였다. 그녀의 열정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강한 여성이란 인상을 받았다"는 찬사도 보냈다.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은 화려한 겉모습보다 진심 어린 '몰입의 궤적'을 좇는 인물 다큐 예능이다. 직업의 표면 뒤에서 본업에 혼신을 다하는 한국인들의 에너지를 통해 진정한 성공과 리더십의 의미를 묻고 있다. 매회 한 사람의 하루를 깊이 있게 따라가며 결과보다 과정을 비추는 진정성 있는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울림을 전하고 있다.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은 매주 일요일 밤 9시 2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