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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트립]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물살을 가르고 바다를 걷다①
입력 2025-07-16 12:00   

폭포에서 성당까지 ‘황금의 우정 도시’…모험 도시를 만나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로하스 아쿠아 리조트(사진=문연배 기자)
필리핀 민다나오 섬 북부, 미사미스 오리엔탈주 카가얀 데 오로(Cagayan de Oro). 스페인어로 ‘황금의 강’이라는 뜻을 지닌 이 도시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갖고 있다. ‘City of Golden Friendship’.

도시 이름에 담긴 ‘황금’은 과거 강 주변에서 실제로 채굴된 금을 뜻하지만, 오늘날 여행자가 먼저 마주치는 것은 금보다 따뜻한 사람들이다. 시내를 걷다 만난 상인, 래프팅 가이드, 씨워킹을 안내한 다이버까지 누구랄 것 없이 웃음으로 시작해 웃음으로 배웅한다.

이곳 카카얀 데오로는 ‘황금 강의 도시’라는 이름처럼, 강과 폭포,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은 모험가와 여행자를 부르는 땅이다. 급류가 만들어낸 스릴, 바닷속의 고요함, 그리고 신앙의 성지에서 느낀 경건함까지. 도시 곳곳을 따라 이어진 물길은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새로운 활력을 선물했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티나고 폭포(사진=문연배 기자)

◆ ‘숨겨진 폭포’ 티나고의 시원한 품

도심을 벗어나 외각으로 달린 지 한 시간 반. 초록빛으로 우거진 나무들이 점점 짙어지고, 바람결엔 물소리가 묻어났다. ‘티나고 폭포(Tinago Falls)’, 필리핀 말로 ‘숨겨진(Tinago)’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정말로 숲속 깊숙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350여 개의 계단을 따라 내려서자, 시야가 트이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에메랄드빛 물줄기와 높이 70m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였다. 수십 년 세월에도 변함없이 떨어지는 폭포수는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듯했고, 폭포 아래 자연 수영장에 몸을 담그자마자 도시에서 가져온 피로가 한 번에 씻겨 내려갔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티나고 폭포(사진=문연배 기자)
마을 주민이 손수 젓는 작은 뗏목에 올라 폭포 앞으로 다가가면, 수면 위로 부서지는 물보라가 시원하게 얼굴을 두드렸다. 눈을 감고 폭포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머릿속은 텅 비어갔고 가슴 한켠은 묘하게 가벼워졌다. 구명조끼를 입고 물속에서 바라본 하늘은 좁았지만, 되레 마음은 더 깊고 넓어졌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래프팅(사진=문연배 기자)

◆ 급류를 타고 달리는 스릴, 화이트 워터 래프팅

카가얀 데오로는 필리핀 화이트 워터 래프팅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현지에서는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코스부터, 숙련자를 위한 강렬한 급류 코스까지 다양하게 운영한다.

구명조끼를 입고, 노를 손에 쥐자 긴장감이 몰려왔다. ‘하나, 둘!’ 가이드의 구령에 맞춰 노를 저으니, 곧이어 파도처럼 밀려오는 급류가 우리 보트를 집어삼켰다. 물보라가 얼굴을 덮치고, 보트가 좌우로 흔들릴 때마다 두려움과 흥분이 뒤섞였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래프팅(사진=문연배 기자)
한 구간을 지나면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이어지는 급류. 함께 탄 동료들과 환호성을 지르고, 또다시 노를 젓는 순간, 강물 위를 달리는 이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 새삼 깨달았다.

강 양옆을 따라 펼쳐진 열대 밀림의 풍경도 인상 깊었다. 거친 물살과 대조되듯 강가의 나무들은 묵묵히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로하스 아쿠아 리조트(사진=문연배 기자)

◆ 바닷속 산책 로하스 아쿠아 리조트 씨워킹

모험은 강에서 끝나지 않았다. 카가얀 데오로 시내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로하스 아쿠아 리조트(Rojas Aqua Resort)’에 도착하자, 또 다른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헬멧 다이빙, 이른바 씨워킹(Sea Walking) 체험이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로하스 아쿠아 리조트(사진=문연배 기자)
무게 30kg이 넘는 산소 헬멧을 머리에 쓰고,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바닷속 계단을 내려갔다. 수면 아래에 내려서자,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물결 따라 흔들리는 산호와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눈앞을 스쳤다.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물고기 무리. 마치 바닷속을 걷는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호흡은 다소 무겁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바닷속에서 내딛는 순간만큼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로하스 아쿠아 리조트(사진=문연배 기자)

◆ 스쿠버 다이빙과 제트스키, 물 위아래를 넘나드는 쾌감

씨워킹에 이어, 스쿠버 다이빙으로 더 깊은 바닷속을 탐험했다. 수중에서 몸을 움직이는 순간, 무중력 공간을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열대어 떼가 눈앞에서 방향을 바꾸고, 산호 군락 사이를 천천히 유영하며 느낀 고요함은 수면 위에서의 모험과는 또 다른 매력을 안겼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로하스 아쿠아 리조트(사진=문연배 기자)
반대로 바다 위에선 제트스키로 질주했다. 손잡이를 꽉 쥐고 스로틀을 당기자, 순식간에 시속 30km가 훌쩍 넘어갔다. 물보라가 뿌려지고, 심장은 터질 듯 뛰었지만 그 순간의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바닷바람을 가르며 그려낸 궤적이 파도 위에 잠시 남았다가 이내 사라졌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디바인 머시 성당(사진=문연배 기자)

◆ 아시아 최대 규모 예수 동상이 품은 경건함, 디바인 머시 성당

모험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 도시 외곽의 언덕에 자리한 ‘디바인 머시 성당(Divine Mercy Shrine)’에 올랐다. 높이 50m에 달하는 하얀색 예수상이 두 팔을 벌린 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디바인 머시 성당(사진=문연배 기자)
석양 무렵, 성당을 감싸는 노을빛과 십자가 그림자가 겹쳐질 때 여행의 흥분과 긴장감은 자연스레 잦아들었다. 잔디밭에 앉아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묵주를 손에 쥔 신자들의 모습이 어쩐지 위로가 됐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사격장(사진=문연배 기자)

◆ 영화 같은 긴장감, 실탄 사격장 체험

여행의 또 다른 코스는 실탄 사격장이었다. 고글을 쓰고 귀마개를 한 채 권총을 손에 쥐자, 손끝으로 전해지는 묘한 무게감이 긴장감을 더했다. 표적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짧은 폭발음과 함께 총알이 발사됐다.

▲필리핀 카가얀 데오로 사격장(사진=문연배 기자)
처음엔 손이 떨렸지만, 몇 발을 쏘고 나니 긴장이 풀리며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졌다. 군대에서 K-1, K-2 소총만 쏴봤던 필자는 이곳에서 권총을 물론, 기관총, 저격총, 산탄총까지 경험하며 총성과 함께 마음속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