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최근 '취업 방해'라는 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전 직장 상사나 동료가 퇴사한 근로자의 재취업을 악의적으로 막는 행위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취업 방해와 일반적인 평판 조회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두 행위의 경계선을 분명히 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려 한다.
◆ 취업 방해는 명백한 범죄
취업 방해란 사용자가 전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하기 위해 비밀 기호, 명부 작성, 통신 등을 이용해 취업을 못 하게 만드는 행위다. 업계 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단체 채팅방을 통해 조직적으로 특정인을 업계에서 퇴출시키려는 모든 시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근로기준법상 취업 방해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공직자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타인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행위는 문명인으로서, 공직자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죄질이 나쁜 범죄다.
◆ 평판 조회와의 경계선
그렇다면 기업들이 행하는 평판 조회, '레퍼런스 체크'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평판 조회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동의 하에 이루어져야 합법성을 갖는다. 그 범위도 당사자가 회사에 제출한 자료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정도에 한정되어야 한다.
이 선을 넘어서면 문제가 된다. 주관적인 평가나 개인 사생활에 관한 내용을 요구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명예훼손 소지가 발생한다. 따라서 평판 조회는 엄격하고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결과가 취업 방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현실적 어려움과 엄단의 필요성
취업 방해가 범죄임에도 실제 기소율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취업 방해의 목적이나 의도를 법적으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피해자가 위자료나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법적 절차도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이 문제를 좌시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뿌리 깊은 갑질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취업 방해 행위에 대한 엄단이 필요하다.
◆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때
취업 방해 행위로 처벌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직 진출 제한 등의 사회적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자신의 작은 권한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함이 아닌 단호함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눈높이와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취업 방해가 단순한 직장 내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평판 조회와 취업 방해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여, 정당한 인사 관리와 악의적인 방해 행위를 분별할 수 있는 사회적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취업 방해와 같은 갑질 문화에 대한 단호한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간다면 분명 변화는 가능할 것이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관용이 아닌 원칙으로 대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