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1인 3역이었어요."
레전드 걸그룹 소녀시대의 센터 윤아에게서 누가 '악마'를 떠올릴 수 있었을까. 하지만 임윤아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제공/배급: CJ ENM)를 통해 캐릭터 변신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윤아의 얼굴에는 '악마가 이사왔다'에 대한 확신과 성취감이 동시에 배어 있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예측불허 나날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2019년 942만 관객을 동원한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과 임윤아가 다시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임윤아는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던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상근 감독의 색이 잘 느껴졌고, 동화 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될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엑시트'를 함께 했던 감독님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품고 있는 신선하고 기묘한 이야기에 끌렸어요. 결과적으로 그 분위기가 정말 잘 담긴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임윤아는 낮에는 파티시에를 꿈꾸는 평범한 청년이지만, 밤에는 종잡을 수 없는 악마로 변하는 선지를 연기했다. 흔히 말하는 1인 2역이지만, 그의 표현은 달랐다. 임윤아가 분석한 '선지'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특히 '밤선지'에 대한 임윤아의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밤선지'는 정말 무서운 악마라기보다 상처나 외로움 같은 감정들이 커지면서, 자기방어적 행동의 일환으로 엄청 무서운 악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더욱 '나 악마야!'하고 티 내는 거죠. 그 안의 어떤 짠함이 있었고, 그런 복합적인 면이 '선지'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임윤아에게 가장 큰 도전은 악마 '밤선지'만의 특유한 웃음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뚝딱 만든 건 아니었다. 이상근 감독이 생각했던 웃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웃음 하나가 딱 잡히니까 캐릭터의 기준점도 잡히더라고요. 그때부턴 '밤선지'가 어떤 표정을 짓든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임윤아의 평소 모습을 떠올린 분들은 '밤선지' 연기에 놀라실 수도 있지만, 전 그게 악마 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망가지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어요."
평범한 '낮선지'와 악마 '밤선지'는 외형적으로도 정교하게 구분됐다. 임윤아는 이 변화 과정을 세심하게 설계했다고 털어놨다.

"낮 선지는 단정하고 청순하게, 악마 선지는 화려하고 과감하게 그려봤어요. 색감으로 따지면 파스텔톤과 비비드톤으로 나눠서요. 말투와 행동도 차이가 있는데요. '낮선지'의 말투가 자신감은 없지만 어느 정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스타일인 것과 달리, 악마 선지는 보다 볼륨이 크고 템포가 빠르게 설정했어요."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임윤아는 억지로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갖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의 접근법은 오히려 반대였다. 그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한 웃음이 더 효과적이라고 믿었다.
"웃음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오히려 그런 생각 없이 캐릭터에 몰입했을 때 의외의 장면에서 더 크게 터지는 것 같아요. 그냥 대본 안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했죠."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