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 스타] '트리거' 이석, 발목에 시계 찼던 이유(인터뷰②)
입력 2025-08-16 00:01   

▲배우 이석(사진제공=JIC엔터테인먼트)

①에서 계속

"전자발찌를 차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더라고요. 하하."

이석은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에서 성범죄자 전원성을 연기했다. 출소 후 전자발찌를 차고 생활해야 하는 전원성은 경찰들이 자신의 인권을 탄압한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결국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으로부터 받은 총을 들고 경찰서를 습격해 총기난사 테러를 벌인다.

전원성은 대사 하나하나가 거칠고, 표정 속에는 불편한 기운이 감돈다. 결국엔 경찰서를 테러하는 인물이지만, 이석은 전원성을 평범한 악역으로 그리지 않으려고 했다. 무서운 것보단 불편하고 찜찜한 존재로 보이길 원했다.

이석은 촬영 전 캐릭터의 무게를 체감하려 애썼다. 그래서 발목에 손목시계를 두른 뒤 동네를 한 바퀴 걸었다. 발목에 뭔가 차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변의 시선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저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고, 걸음걸이가 변하더라고요. 전자발찌가 사람을 압박하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는 전원성의 생활 패턴을 상상하며 세세한 동작까지 설계했다. 손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는 어떤지, 심지어 숨을 고르는 템포까지도 조정했다. 실제 범죄자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 범죄 다큐멘터리, 뉴스 인터뷰 등을 찾아봤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범죄자들의 습성을 자신의 스타일로 변형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전원성으로서 경찰서를 습격하기 전, 탐색 차 동네 경찰서를 견학하기도 했다.

▲'트리거' 전원성(이석)(사진제공=넷플릭스)

"경찰서 내부 분위기를 한번 보고 싶었어요. 구구절절 제 사정을 설명하고 '잠깐만 보고 나오겠다'라고 했고, 배려해주신 덕분에 잠깐 경찰서 복도를 걸어볼 수 있었죠. 안은 공기가 다르더라고요. 약간 긴장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이석은 그날 느낀 긴장감과 공기의 무게를 기억하며, 전원성을 아이처럼 표현하려 했다. 나를 무시하던 경찰들을 총으로 다 제압해주겠다는 표정, 어른인데도 아이 같은 충동과 무모함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길 원했다.

이석은 '트리거'의 몇몇 장면이 편집 과정에서 빠진 것을 아쉬워했다. 노골적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장면들이 더 있었다. 하지만 그 장면들이 빠졌다고 작품에 대한 만족이 줄어든 건 아니다. 이석은 '트리거'를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했다.

"편집 후에도 캐릭터가 충분히 살아있어서 다행이에요. '오징어 게임' 해병남은 짧지만 강렬했고, '트리거' 전원성은 길게 스며드는 불쾌감이었죠. 둘 다 저예요. 다른 얼굴이지만 결국 하나의 배우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죠."

▲배우 이석(사진제공=JIC엔터테인먼트)

그는 최근 드라마 '행복복지관' 촬영에 한창이다. 이번엔 '빌런'이 아니다. 그가 맡은 역할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복지관 연극반 선생님을 맡게 된 대학로 연극 연출가다. 그가 어르신들과 함께 부딪히고, 웃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일단 가족이랑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차기작으로 하고 싶더라고요. '행복복지관'을 찍다 보면 저까지 마음이 말랑해지는 기분이에요. 감독님과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즐겁습니다."

그러면서 이석은 언젠가 아직은 어린 두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앞으로 10년은 더 활발히 활동하며, 언젠가 유수의 시상식에서 조연상을 수상해 지금껏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목표도 품고 있다.

"좋은 연기, 좋은 작품, 그리고 좋은 사람으로 오래 기억되고 싶어요. 그게 제 배우로서의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을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