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폭군의 셰프' 문승유는 지난해 1~2월 방영된 MBC '밤에 피는 꽃'에서 이하늬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밤에 피는 꽃' 감독은 바로 '폭군의 셰프'를 연출한 장태유 감독이었다.
"전작에선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서 그런 걸까요? 감독님께서 엄청 다독여주셨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꾸지람을 많이 들었어요. 하하. '아비수가 고춧가루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가볍다'라고 하셨던 게 생각나요."
문승유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주눅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폭군의 셰프' 본 방송을 보고 경탄했다. 자신도 몰랐던 미세한 표정, 감정과 눈빛을 장태유 감독이 발견하고, 화면에 담은 것이었다.

동료 배우들과의 인연도 그에게 큰 힘이 됐다. 특히 아비수의 경쟁자였던 연지영 역의 임윤아에게서는 롤모델로서의 모습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부터 소녀시대의 팬이었던 문승유는 임윤아와 동료로 호흡하게 된 경험을 특별한 선물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윤아 언니는 현장에서 단 한 번도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아요. 그게 정말 대단했죠. 언니가 또 중국어 실력자거든요. 쉬는 시간마다 제게 중국어 대사 잘하고 있다면서 칭찬도 아낌없이 해줬어요. 저도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문승유는 자신의 지난 10년을 콤비네이션 피자로 정리했다.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니 마치 콤비네이션 피자 같아요. 이것저것 다 얹고 바쁘게 살았죠. 하하"
그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직선보다 곡선에 가까운 삶을 그려왔다. 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고등학교 시절엔 연기를 전공했다. 그러다 가수 연습생이 됐고, JTBC '믹스나인'에도 출연하며 아이돌을 꿈꿨다. 하지만 그의 종착지는 배우였다.
"하나를 진득하게 붙잡지 못했던 건가 후회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그 시간이 다 자산이더라고요."
학창시절 배운 영어 덕분에 '폭군의 셰프'를 준비하며 중국어를 빠르게 받아들였고, 가수 연습생 시절은 카메라 앞에 서는 감각을 길러줬다. 심지어 메이크업과 스타일링 경험까지도 아비수를 만들 때 유용하게 쓰였다.

'폭군의 셰프'는 문승유의 배우 인생에 새로운 기준점이 됐다. 그는 아비수를 통해 배우로서 자신감을 얻었고, 또 "다른 역할을 아비수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도 짊어졌다. 그런데도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부담도 이겨내야죠. 그게 배우로서 또 한 단계 성장하는 길이니까요."
문승유는 앞으로는 하와이안 피자처럼,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자신만의 색이 확실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년 안에 자신이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이룬다고 믿어요. 그래서 연기 시상식에 오르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 어떤 드레스를 입고, 누구에게 감사 인사를 할지 몇 년째 그려왔어요. 늦더라도 꼭 한 번 레드카펫을 밟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