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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스타] ‘폭군의 셰프’ 김형묵 “박찬욱 감독 앞에서, 다시 절벽 끝에 섰다”(인터뷰③)
입력 2025-10-07 00:02    수정 2025-10-07 00:02

'어쩔수가없다' 부친상 당일 첫 촬영…이병헌 눈빛에 정신 차려

▲'어쩔수가없다' 김형묵(사진제공=CJ ENM)

②에서 계속

'폭군의 셰프' 김형묵은 지난달 24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에도 출연했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만수(이병헌)과 악연이 있으며, 불륜을 일삼는 '동호 아빠' 이원노 역을 따냈다.

"이원노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느낌이 왔어요. 박찬욱 감독님 작품이라 욕심이 나긴 했지만, 오히려 욕심을 내려놓고 제 상상대로 연기했죠. 대본 그대로가 아니라, 인물의 결을 살리려 했는데 감독님이 그걸 좋게 보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첫 촬영 날, 예기치 못한 비보가 찾아왔다. 새벽에 부친상을 당한 것이다. 그는 빈소를 지키지 못한 채 현장으로 향했다.

"평소엔 ‘나는 프로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겪으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마음이 계속 흔들렸죠.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의 뒷모습, 그리고 이병헌 선배의 눈빛을 보는 순간 다시 집중할 수 있었어요."

특히 그날의 이병헌은 김형묵에게 지울 수 없는 인상으로 남았다.

"촬영이 시작되고, 이병헌 선배의 눈빛을 보는 순간, 진짜 ‘유만수’가 제 앞에 있었어요. 그 순간만큼은 부친상도 잊고, 저 역시 이원노가 되어 있었죠. 그게 배우의 힘이자 현장의 에너지였어요."

▲김형묵 ( 사진제공= 누아엔터테인먼트)

김형묵은 현장에서 다양한 애드리브를 시도했다. 거친 외모와는 달리 립밤을 바르는 장면, ‘유만수’로 삼행시를 짓는 장면, 파티에서 이성을 유혹하는 대사까지 모두 그의 아이디어였다.

"‘어디까지 천박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관객이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이중성을 드러내야 하거든요. 감독님이 제 아이디어를 좋아하셨고, 편집도 정말 적절하게 살리셨어요. 제가 너무 튀지 않게."

'폭군의 셰프'가 육체적 한계와의 싸움이었다면, '어쩔수가없다'는 내면과의 싸움이었다. 두 작품을 통해 김형묵은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폭군의 셰프’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저를 다시 돌아보게 한 작품이에요. 그 두 작품을 할 때처럼 절박하지 않으면, 제 연기는 분명 퇴보할 거예요. 그래서 요즘엔 어떤 배역을 맡든 진심으로 임하려 합니다. 보는 사람들은 진심을 알아보거든요."

▲배우 김형묵(사진제공=누아엔터테인먼트)

김형묵은 여전히 촬영 스케줄로 바쁘다. 지금은 드라마 차기작과 뮤지컬 '슈가' 준비로 분주하다. 뮤지컬에선 파격적으로 여장 연기까지 감행한다.

"곧 선보일 드라마와 ‘슈가’는 결이 완전히 달라요. 하지만 공통점이 있죠. 무대든 카메라 앞이든, 저는 여전히 절벽 끝에서 연기하고 있다는 거예요. 겁나기도 하지만, 그게 배우 김형묵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에요.."

김형묵은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했다. 연기자는 혼자 잘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

"저를 믿고 기다려준 동료들, 도와준 스태프들 덕분에 제가 주목 받을 수 있었죠. '폭군의 셰프'와 '어쩔수가없다'로 다시 한번 피부로 느꼈습니다. 그래서 전 늘 감사해요. 그 마음이 사라지면 연기도 끝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