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경기도 광주 목공방 엄마와 삼남매의 미음자 집을 찾아간다.
◆든든한 울타리로 세운 증축 집
경기도 광주, 니은자 집 위에 기역자 집 증축을 해 미음자가 된 집을 찾아라! 시내에서는 조금 멀리 떨어진 위치에 우뚝 자리 잡은 3층집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처음에는 목수 건축주가 목공방을 운영하기 위해 지은 집이었지만 인생의 고비를 맞고 증축을 하게 된 집이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목수이자 삼남매의 엄마인 정자희 씨다. 길었던 결혼생활 끝에 이혼 도장을 찍은 자희 씨는 살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삼남매와 같이 살 집을 짓기로 결심하였다. 그런 자희 씨에게 남아있던 것은 시아버지께서 마련해 주신 땅과 그 위에 지어진 목공방이었다. 집을 새로 짓자니 목공방을 방문하시는 손님들을 위한 주차장 자리가 부족해지고 더불어 예산 문제가 있었기에 자희 씨는 증축을 선택하였다.
기존에 있던 2층 집 위에 증축을 해 3층이 되어버린 집. 그 중 1층은 온전히 자희 씨만의 공간이다. 원래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자희 씨는 오랜 세월을 주부로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가구 목수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렇게 가구 목수로 살아온 지 13년이 된 지금은 전문적인 목공기계들이 놓인 개인 목공실까지 가지게 될 정도이다. 1층 목공실에는 슬라이딩 도어부터 수납장, 의자까지 자희 씨의 손에서 완성된 가구들이 즐비하다.
3층은 둘째 딸 도영 씨와 막내 아들 인영 씨, 그리고 엄마 자희 씨를 위한 보금자리로 마련되었다. 미용업에 종사하는 딸 도영 씨의 방과 게임을 좋아하는 막내 인영 씨의 방은 방문이 서로 마주보고 있지만 내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남매의 방을 뒤로하고 숲이 보이는 거실을 지나면 독특한 구조의 화장실이 등장한다. 가족끼리인데 뭐 어떠냐는 엄마 자희 씨의 의견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은 문대신 커튼이 달려 있다.
덕분에 민망함은 나머지 가족들과 방문하는 손님들의 몫이다. 화장실을 지나면 자희 씨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햇빛이 잘 드는 코너창이 있는 자희 씨 방은 침실뿐만 아니라 서재와 드레스룸까지 구성돼 있다. 자희 씨 방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공간 효율 때문이다. 서재 옆 간단한 티타임을 가질 수 있는 베란다를 넘으면 주방이 등장하는데, 이 모든 공간이 한번에 연결되는 순환구조. 엄마 자희 씨의 동선을 고려한 최적의 공간배치다.
주방 옆 긴 계단을 내려가면 큰 아들 시영 씨를 위한 공간이 나온다. 첫째로서 엄마 자희 씨를 위해 맏이 역할을 똑부러지게 해낸 아들 시영 씨. 그런 아들을 위해 자희 씨는 독립된 공간을 따로 마련해주었다. 개인 화장실부터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현관문까지 온전한 독립 공간. 하지만 파노라마 풍광을 위해 설치한 기역자 창 때문에 이 방이 눈물을 주륵 흘렀다.
2층에는 아이들의 맞춤공간인 파티룸이 있다. 삼남매가 집으로 놀러오는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엄마 자희 씨가 생각해낸 공간이다. 그곳에서 삼남매는 각자 취미 생활을 즐기기도, 친구들과 파티를 열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원도 춘천, 한마당 두 채 집을 찾아라! 오르막길에 위치한 건축주의 집은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1970년대 생의 오래된 구옥. 피치 못할 사정으로 최소한의 예산으로 이 집을 고쳐야 했던 부부는 이 집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한마당 두채 집을 고친 건축주의 정체는 서로 좋아 못사는 연상연하 부부인 아내 이은정 씨와 연하남편 홍근원 씨다. 두 사람에겐 좋은 추억으로만 가득해야 할 신혼집을 전세사기 당한 큰 아픔이 있었다. 4년의 지리한 소송 끝에 전세사기를 친 집 주인은 감옥에 보냈지만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부부에게 남은 건 빚뿐이었다.
부족한 예산으로 겨우 마련해 고친 지금의 한마당 두 채집은 부부에게 한줄기 희망 같은 곳이었다. 요식업을 하는 남편을 위해 한 채는 식당으로 다른 한 채는 부부의 보금자리로 변신한 구옥은 직주일체의 삶을 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아래쪽에 위치한 살림채의 작은 툇마루를 올라가 현관으로 들어가면 처음 만나게 되는 공간은 바 테이블까지 갖춰진 아담한 주방. 하지만 원래 이 공간은 화장실이었다. 외부 공간을 증축해서 실내로 끌어들인 탓에 아무리 난방온도를 높여도 입김이 나올 만큼 추웠던 공간.
결국 부부는 햇빛이 잘 드는 화장실과 주방의 위치를 바꾸면 집이 더 따뜻할 거라는 목수의 말에 공사를 결심하였다.
뜯고 보니 천장과 내부는 홀벽돌에 나무판 그리고 신문지 한 장이 전부. 단열재는 전무한 공간이었다. 단열재를 보강하고, 주방은 모두 빛을 들일 수 있는 창으로 만들어 선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더니 지금은 보일러만 틀면 반팔을 입고 있어도 될 정도로 단열이 보강되었다.
아담한 주방을 구석구석 활용하려던 부부. 벽에 있는 작은 커튼을 걷으면 유리창 대신 근원 씨가 손수 만든 수납장이 등장한다. 약한 벽체 때문에 상부장 대신 유리창을 없애고 수납장을 놓은 것. 목공 초보인 근원 씨가 만든 수납장은 비록 크기가 안 맞아 근원 씨를 고생하게 만들었지만 현재는 튼튼하게 식기들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살림채의 하이라이트는 남편이 만든 중문 너머의 공간이다. 굳게 닫힌 중문을 열면 이 집의 실세, 반려묘들이 나타난다. 욕실과 거실, 방으로 이뤄진 이 공간은 건축주들보다는 반려묘들의 공간이다. 원래는 주방이었던 욕실은 부부와 고양이들이 함께 쓰는 공동 공간. 이 집에서 가장 큰 방엔 수난가구들을 높낮이를 다르게 해서 배치한 이 집 고양이 전용 가구 캣타워까지 마련되어 있다.
부부가 반려묘들을 이토록 배려하는 데에는 사실 남다른 이유가 있다. 전세사기를 당했을 당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응급실을 오갈 만큼 상태가 심각했던 은정 씨는 당시 쓰레기장에 버려진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며 안정을 되찾았다.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하는 부부에게 고양이들과의 공존은 선택이 아닌 필수. 지금도 일과를 끝내고 고양이 방에서 반려묘들과 함께 휴식을 즐기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고양이만큼 부부에게 위로가 됐던 것은 전화 한통이면 달려와 함께 이 집을 고쳐주었던 친구들. 그렇게 한마당 두 채집을 고쳐 사는 일은 부부에게 힘든 시절을 이겨내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