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토일 미니시리즈 ‘마지막 썸머’에서 하경(최성은 분)은 도하(이재욱 분)의 직진 앞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과 후회를 선명하게 마주했다.
파탄고 천문대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맡게 된 하경은 설계 책임자인 도하와 일로 얽히며 의지와는 상관없는 연결고리를 더해갔다. 가장 가까운 친구조차 알지 못할 만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하경이지만, 도하만 보면 과거의 기억이 자연스레 피어올랐고, 천문대 사업과 함께 하경이 묻어둔 상자 속 일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하경은 어린 시절 여름을 함께 보내온 쌍둥이 형제 백도하, 백도영(이재욱 분)과 ‘여름의 대삼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가벼운 스킨십조차 설렘으로 가득했던 풋풋했던 고등학생 시절, 적정거리를 유지하던 세 사람의 관계는 여름밤, 학교 옥상에서 도하가 하경의 손을 잡던 그 순간 흔들리기 시작했고, 설산에서 도영에게 건넨 “난 백도하가 좋아”라는 고백은 하경에게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후회로 남았다.
도영은 여름에 꼭 돌아온다는 말을 남긴 채 떠났고, 적정거리를 지키지 못함으로써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여름의 기억을 품게 된 하경은 도하를 좋아했던 마음까지 봉인하고 날선 말들로 진심을 감췄다. 부정하고 외면해도 다가서는 도하로 인해 되살아나는 감정 속에서 하경이 다시 맞은 파탄의 여름을 어떤 선택으로 채워나갈지 관심이 증폭됐다.
최성은은 순수했던 과거부터 방어적인 성격을 띠게 된 현재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하경의 모습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먼저, 고등학생 시절은 바라만 봐도 풋풋한 감정이 느껴지는 말간 얼굴로 첫사랑의 순수함을 드러내며 하경의 로맨스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최성은의 투명한 눈빛과 숨기지 못하는 떨림이 몽글한 설렘을 안기며 그 시절 하경을 ‘여름의 첫사랑’으로 완성시켰다.
성인이 된 하경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후회의 그림자를 품고 있는 모습으로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최성은은 감정을 눌러 담은 채 냉정함으로 자신을 지키려 하지만, 도하를 마주할 때마다 흔들리는 내면을 치밀하고 세밀하게 풀어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닫혀버린 하경의 마음을 열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두 얼굴을 오가며 캐릭터 서사를 유연하게 그려내는 최성은의 영리한 캐릭터 플레이가 호평을 자아내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한편, 최성은이 하경의 여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드라마 ‘마지막 썸머’는 매주 토일 밤 9시 2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