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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트립] 솔레어 리조트, 머물기 위해 떠나는 여행①
입력 2025-11-17 07:00   

예술과 럭셔리 리조트 전체가 미술관, 호캉스와 예술의 만남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사진=문연배 기자)
푸른 하늘과 붉게 물드는 마닐라 베이 사이로 솔레어 리조트의 베이 타워와 스카이 타워가 나란히 솟아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약 4시간 남짓. 마음만 먹으면 주말에도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특히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는 공항과 가까워 도심 특유의 혼잡함 대신 ‘또 하나의 세계’라는 인상을 준다. 이곳을 단순히 ‘호텔’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명확해진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급을 9년 연속 유지하는 리조트의 위용이 첫 발걸음부터 느껴진다.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사진=문연배 기자)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사진=문연배 기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로비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길게 이어지는 설치미술은 금빛 유리 조각 수백 개가 폭포처럼 쏟아지며 햇빛을 흩뜨리는 장관을 만든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눈이 즐겁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 디럭스룸(사진=문연배 기자)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 프레스티지 스위트(사진=문연배 기자)
문을 열고 들어간 디럭스룸은 기본 등급이라는 사실이 무색했다. 43㎡의 넉넉한 면적, 욕조와 샤워부스를 분리한 구성, 포근한 침구까지 모두 스위트룸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 시그니처 스위트(사진=문연배 기자)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 시그니처 스위트 (사진=문연배 기자)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 시그니처 스위트(사진=문연배 기자)
위로 올라갈수록 분위기는 더욱 화려해진다. 프레스티지 스위트와 시그니처 스위트는 별도의 거실, 미니 바, 55인치 TV, 워크 인 클로짓, 욕실 내 평면 스크린까지 갖춘 ‘머무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는 공간’이다.

솔레어에서 객실의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하룻밤 약 1500만 원에 달하는 체어맨스 빌라다. 브루노 마스 등 세계적 셀럽들이 머문 이곳은 전용 통로, 전용 수영장, 테라스, 고급 주방과 거실까지 갖춘 리조트 내 최상위 프라이빗 공간이다. 해 질 무렵 테라스에 서면 황금빛으로 물든 마닐라 베이가 천천히 다가오고, 밤이면 도시의 조명이 은은하게 번져 영화의 한 장면처럼 완성된다.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 빌라(사진=문연배 기자)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 빌라 개인 수영장(사진=문연배 기자)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 빌라(사진=문연배 기자)
다만 이 공간은 일반 예약이 불가능하다. 솔레어 리조트 관계자는 “체어맨스 빌라는 VIP와 셀럽에게만 제공되는 특화 객실”이라고 설명했다.

솔레어 리조트의 매력은 객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리조트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처럼 꾸며져 있다. 로비와 라운지는 물론, 객실층 복도와 휴식 공간 곳곳에 3000점에 달하는 회화·조각 작품이 배치돼 있다. 한 벽면에서는 추상화가 맞이하고, 또 다른 코너에서는 설치미술이 시선을 붙잡는다. 이동하는 짧은 순간에도 예술을 마주하는 경험이 이어진다.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 (사진=문연배 기자)
이 방대한 컬렉션의 중심에는 리조트를 이끄는 엔리케 라존 주니어(Enrique Klar Razon Jr.) 회장이 있다. 필리핀을 대표하는 억만장자이자 글로벌 항만 운영 기업 ICTSI의 회장 겸 CEO인 그는, 2025년 포브스 기준 개인 자산 109억 달러로 필리핀 2위, 세계 227위에 오른 인물이다. 라존 회장은 자신의 컬렉션을 리조트 곳곳에 배치하며 공간 자체를 ‘살아 있는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특히 화려한 해외 명화보다는 필리핀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리조트가 추구하는 ‘필리핀 문화의 세계화’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사진=문연배 기자)
▲솔레어 리조트 마닐라(사진=문연배 기자)
한국에서 가깝다는 점도 솔레어의 장점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필리핀항공, 세부퍼시픽, 필리핀 에어아시아 등 항공편 선택 폭이 넓고, 왕복 20만 원대부터 항공권을 구할 수 있어 짧은 일정에도 부담이 덜하다.

솔레어 리조트는 숙박 시설을 넘어, 여행의 목적이 ‘체류’ 그 자체가 되는 ‘머물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천천히 걸어만 다녀도, 그 자체로 여행의 완성에 가까워지는 이곳. 마닐라를 찾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