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진은 '조각도시' 첫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달콤한 탕후루를 와작 씹어먹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타깃을 죽였다. 이현진이 연기한 이 기묘한 킬러는 간식 먹듯 사람을 죽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탕후루 킬러'라는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최근 서울 마포구 비즈엔터를 찾은 이현진은 극 중 화려한 퍼(Fur) 코트를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던 청리와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를 과감하게 자르고 쇼트커트로 변신한 그는 "작품이 끝났다는 핑계로 화끈하게 잘랐다"라며 털털하게 웃어 보였다.

지난 5일 최종화까지 모두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는 평범한 배달부 박태중(지창욱)이 어느 날 흉악범으로 몰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되고, 모든 것이 안요한(도경수)에 의해 계획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에게 복수를 실행하는 액션 드라마다. 이현진은 안요한의 오른팔이자, 미스터리한 중국인 킬러 청리로 분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현진에게 '청리'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었다. 그는 청리를 "살인을 놀이처럼 즐기는, 감정이 거세된 친구"라고 정의했다. '탕후루 킬러'라는 별명도 그래서 탄생했다.
"청리가 사람을 죽을 때 즐기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탕후루를 씹어먹는 것과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그에겐 별반 다르지 않은 '간식 타임' 같은 것이에요."

청리의 스타일링도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터미네이터의 악당 T-1000 같은 냉혈한부터 영화 '황해'에서 김윤석이 연기한 거친 조선족 킬러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현진과 제작진의 치열한 고민 끝에 '퍼(Fur) 코트'가 낙점됐다.
"극중 요한의 고모를 살해할 때 그가 입고 있던 퍼를 빼앗는 장면이 있어요. 그만큼 청리는 '크레이지'한 면모가 있는 친구예요. 화려함을 좋아하고 과시하는 듯한 퍼 스타일링과 청리가 살인을 즐기는 성격과 잘 맞아떨어졌어요."
청리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이현진의 지독한 노력이 숨어 있었다. 촬영 당시 영하의 날씨에 눈까지 내렸지만, 그는 얇은 의상에 피칠갑 분장을 한 채 추위를 견뎌야 했다. 그는 "청리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어야 했다. 핫팩조차 붙일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안 춥다, 나는 청리다'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버텼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현진의 유창한 중국어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운 일등 공신이었다. 중국에서 2006년부터 유학 생활을 했던 그는 자신의 중국어 대사를 직접 번역했다. 단순히 의미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번역기 같은 딱딱한 말투가 아니라, 진짜 중국인 킬러가 쓸 법한 은유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진짜 중국 사람이냐'라는 댓글을 봤을 때 제 노력이 통했구나 싶어서 뿌듯했어요."
②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