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한국인의 밥상'이 2026년 1월 1일 새해 첫 방송을 펼친다. 이날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대지를 박차고 솟아오르는 말의 힘찬 기운을 담아 한 해의 건강과 화목을 기원하는 새해 밥상을 만나본다.

700여 년 전부터 옥천에 뿌리를 내리고 대대손손 살아오고 있다는 옥천 육씨 집성촌인 마장리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일가친척이다. 마을 전체가 마치 대가족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새해가 되면 모두 모여 윷놀이를 하고 잔치를 벌이며 한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한다. 그런데 이 마을엔 놀랍게도 ‘말 무덤’이 있다. 조선시대 제주목사를 지냈던 육한이 퇴관하면서 말을 하사받았고 그 뒤로 마을에서 말들이 번성했다는데,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관리들이 지방을 순시할 때 쉬어가던 숙소가 이 마을에 있었기 때문에 말이 쉬어가는 곳이라 해서 ‘마장리(馬場里)’가 되었다고 한다. 말로 인해 마을이 번성하고 집성촌의 결속력도 강해졌다는 마장리 사람들의 새해 음식, 그 의미가 남다르다.
춥고 가난했던 시절, 밭이 곧 곳간이었던 산골 마을의 옛 방식 그대로 음식을 준비한다. 몇백 년 된 고목나무에서 자란 자연산 느타리버섯으로 찌개를 끓이고, 없는 살림에 많은 식구들 배부르게 먹이려던 어머니들의 지혜가 담긴 닭장두부떡국, 옥천의 특산물 사과로 담그는 사과깍두기, 시어머니로부터 며느리에게 대대로 이어진 비법으로 만드는 무전과 배추전으로 푸짐한 상이 완성된다. 소박하지만 마장리 마을이 소중히 간직해온 새해 옛 밥상을 만나본다.

거대한 영천호를 보현산과 기룡산이 감싸안은 경상북도 영천시 자양면. 풍경만으로도 마음이 맑게 씻기는 듯한 고즈넉한 이곳에서 말을 빚는 예술가들이 있다. 송영철 작가는 말과 관련된 유물을 도자기 작품으로 재현하고 있고, 이규철 작가는 마을에 대대로 전해지고 있는 ‘충노(忠奴) 억수’의 이야기를 담은 말을 빚어내고 있다. 이들의 작품에는 영천 말의 역사가 담겨있는데, 예로부터 영천은 교통의 중심지이자 말의 고장이었다. 조선시대 일본으로 가던 조선통신사가 지나던 길목이었고, 말을 관리하는 역마제도의 거점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영천 곳곳에는 말과 관련된 오래된 흔적들이 남아있다.
말의 고장 영천엔 또 다른 명물이 있다. ‘영천에 없는 약재는 우리나라에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약재로 유명한 고장.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약재를 듬뿍 넣은 약선요리를 새해 건강식으로 먹는다. 황기, 당귀, 황칠나무, 겨우살이 등 약재를 아낌없이 듬뿍 넣어 삶은 아롱사태수육, 그리고 수육을 삶은 약재 육수에 뽕잎 가래떡을 넣어 만드는 약선떡국, 오방색 재료들을 켜켜이 쌓아 만든 궁중잡채, 약재를 넣어 건강을 더한 약선찜닭까지! 음식이 곧 약이라고 생각하며 밥상을 차린다는 마을사람들. 붉은 말처럼 힘차게 달리도록 기운을 북돋워 줄 보약 같은 약선 밥상을 마주한다.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엔 명사십리라 불리는 아름다운 해변이 끝없이 펼쳐진다. 무려 12km나 되는 모래사장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들이 달리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 사실 임자도는 조선시대 때부터 말을 방목해서 키웠던 곳이었다. 겨울에도 날이 따뜻해 풀이 잘 자라고, 명사십리는 모래가 단단해서 말이 달리기에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제주도 못지않은 말들의 섬, 임자도에서 21년째 말을 키우고 있는 고성호 씨(65세)를 만나본다.
임자도의 겨울은 온통 푸르르다. 푸른 바다에서 이어진 육지엔 겨울 대파가 초록 물결을 넘실대며 자라고 있다. 모래 토양 위에 펄에서 가져온 흙을 섞어 대파를 키우기 때문에 흰 밑동이 길게 자라 달큼한 맛이 일품인 최상의 대파가 자란다고 한다. 새해가 되면 제철 대파를 듬뿍 넣은 음식들을 만든다는데 임금 수라상에 오르던 귀한 생선인 민어를 말려 겨울 보양식으로 대파 민어찜을 만들고, 1년 중 딱 한 달만 맛볼 수 있다는 생새우로 만든 생새우묵은지 무침,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뻘낙지와 데친 배추를 버무린 낙지초무침으로 힘이 불끈 솟는 새해 밥상을 차린다. 바다에서 건져 올리고 육지에서 캐낸 귀한 재료들로 차려진 임자도의 밥상을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