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지안에게 지난 몇 년은 매서운 속도로 몰아치는 파도를 타는 과정과 같았다. 데뷔작 'D.P.'의 강렬함 이후 '오징어 게임', '북극성'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원지안은 이제 '라이징 스타'라는 수식어를 넘어 극의 중심을 잡는 주연 배우로서 자신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파른 성장세 뒤에는 "매년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라고 고백할 만큼 치열했던 고민의 시간이 존재했다.
"데뷔 초 연기는 반드시 완벽하게 수행해야 하는 미션과도 같았어요.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때로는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구심도 생기더라고요."

스스로를 다그치며 정답을 찾으려 했던 원지안에게 전환점이 된 작품은 최근 지난 11일 종영한 JTBC '경도를 기다리며'였다. 지난해 '경도를 기다리며'를 마무리할 때쯤 원지안은 연기가 자신을 세상으로 끌어내 준 소중한 통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밝지도 못했을 것 같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배우를 하다 보면 제 또래들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자연스럽게 생기잖아요. 배우라는 일이 나란 사람을 구원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도를 기다리며'는 원지안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던 작품이다. 두 번의 연애를 하고 헤어진 이경도(박서준 분)와 서지우(원지안 분)가 불륜 스캔들 기사를 보도한 기자와 스캔들 주인공의 아내로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경도를 기다리며'에서 원지안은 청춘의 새로운 단면을 그렸다. 전작들에서 주로 사연이 있거나, 결핍이 많은 인물을 연기했던 것과 달랐다. 주변에서 "잘 어울리고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할 정도로, 그에게 '경도를 기다리며'는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이러한 내면의 변화에는 '명상'이 큰 역할을 했다. 작년 초부터 시작한 명상은 그에게 '행운의 돌멩이'처럼 다가왔고, 덕분에 "에라 모르겠다, 그냥 부딪혀 보자"라는 건강한 배짱을 얻게 됐다. 미리 완벽하게 대비해야만 직성이 풀리던 과거의 습관을 덜어내고, 현장에서 상대 배우의 에너지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움직이는 연기'의 재미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원지안은 MBTI가 'INFP'라고 밝혔다. 그런데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들은 자신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TJ'(논리적이고, 계획적인) 성향이었다. 그는 이런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자신과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생성형 AI와 함께 공상하는 독특한 취미를 이야기했다.
"GPT랑 대화하는 거 재밌어요. 주변에서 보이는 걸 물어보기도 하고, 제가 공상하는 것들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지 물어보죠. 여기서 이렇게 발전시키면 어떤 거로 쓸 수 있을까 하고요. 동화 시나리오를 구상하기도 해요. 아직은 GPT에게 제가 배우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캐릭터의 전사를 묻거나 그러진 않고 있어요. 하하."

원지안은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기대가 되는 배우"라고 답했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을 넘어, 그가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작품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작품이 재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차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평가보다도 '작품 너무 재밌더라, 그래서 다음에는 어떻게 돼?'라는 말이 그렇게 좋았어요. 원지안이라는 배우뿐만 아니라 제가 출연하는 작품까지 기대될 수 있게 더 정진해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