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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진희, ‘저글러스’로 되찾은 자신감
입력 2018-02-02 09:50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KBS2 ‘저글러스: 비서들’(이하 저글러스)를 통해 만난 배우 백진희는 스스럼없이 슬럼프를 고백했다. 정신적으로 내몰렸던 상태에서 빠져나온 사람만이 취할 수 있는 태도였다. 올해로 10년 차 배우가 된 그는 성적이 부진했거나 스스로 연기에 모자람을 느꼈던 작품들을 언급하며 ‘저글러스’가 절실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주연임에도 방영 2주 전에야 출연이 확정됐다. 고작 8개월 남짓, 쉬었을 뿐이지만 더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 백진희에게는 긴 시간이었다. 처음 해 보는 로맨틱 코미디에 만능 비서 캐릭터였다. 이런저런 마음고생에 체중도 30kg대 후반까지 빠졌다.

“처음 대본 리딩을 하고 나서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제일 마지막에 캐스팅돼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5년 차 비서 역할이니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 줘야 했죠. 겁이 많이 났어요.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전 다 같이 모여서 1박 2일로 MT를 갔는데, 드라마에서 제 엄마로 나오시는 이지하 선배님과 방을 같이 썼어요. 제게 ‘역량을 갖고 있으니 휘둘리지 말고 해 봐’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새벽 2~3시까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중심을 잘 잡아서 어떤 인물이라도 저를 믿고 연기할 수 있을 만큼 리액션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아 직접 문을 두드릴 정도로 간절했던 로맨틱 코미디를 성공적으로 마친 백진희는 요즘 매일 행복하게 잠든다며 웃었다. 만족스러운 성적의 뒤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로코퀸’이라 불리는 공효진과 신민아의 작품들을 찾아보며 장르에 대한 감을 익혔다. 길었던 머리칼도 싹둑 자를 만큼 열의를 보였다. 이동 중에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까지 입었지만 꾀 부리지 않았다.

“대본에는 제 캐릭터가 긴 머리로 설정돼 있었어요. 그런데 활동적인 느낌을 주려면 단발이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첫 미팅 때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아서 잘랐죠. 사실 짧은 머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빨리 자랐으면 해요.(웃음)

이동하다가 발목을 다쳤는데, 병원을 제대로 못 다녀서 지금도 욱신거려요. 슬리퍼만 신어도 발이 아픈 상태였는데, 비서니까 구두를 신어야 하잖아요. 제작진이 제 발 부분이 보이지 않도록 앵글을 잘 조정해 주셨죠.”

노력파 백진희의 열정은 ‘저글러스’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까지 듣게 했다. 그는 “이렇게 신나고 재밌었던 적이 오랜만”이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러블리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지만 단순히 사랑스럽기만 해서도 안 되겠더라고요. 공감 포인트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감정선을 잘 타서 설레기도 했다가, 울다가 웃기도 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여배우가 해야 할 것들이 참 많더라고요. 예전에는 맡은 캐릭터가 되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저 자신을 꺼내 놓으려고 했죠.”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스스로도 ‘저글러스’를 ‘인생작’으로 꼽은 백진희는 그토록 고생해 만든 좌윤이가 시청자들에게 쭉 기억되기를 바랐다. 불안했고 흔들렸던 공백기를 피하지 않고 연기로서 부딪힌 그의 소망다웠다.

“한 작품을 마치고 나면 제가 연기한 인물이 어디선가 살아 있을 것만 같은 판타지가 깨지지 않았으면 해요. ‘저글러스’의 좌윤이도 그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