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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랑’ 김지운 감독 “영화는 늙지 않아야 한다”
입력 2018-08-02 15:59    수정 2018-08-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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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김지운 감독이 손을 댄 영화는 늘 ‘최초의’ 혹은 ‘최고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998년 범죄 공포 영화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이후 레슬링을 매력적으로 풀어놓은 코미디 드라마 ‘반칙왕’(2000),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최고의 공포영화로 꼽히는 ‘장화, 홍련’(2003), 배우 이병헌이 자신의 최고의 필모그래피로 꼽는 ‘달콤한 인생’(2005), 최민식과 이병헌의 광기 대결로 잔혹한 범죄 스릴러 장르의 한 획을 그은 ‘악마를 보았다’(2010), 대한민국 영화 사상 다시 나오기 힘든 서부 장르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2008), 할리우드 도전작 ‘라스트 스탠드’(2013), 대한민국 최초의 스크린엑스 단편 영화 ‘더 엑스’(2013)까지, 김지운 감독은 독특한 소재뿐만 아니라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호흡법으로 마니아와 대중을 한꺼번에 사로잡았다.

그가 이번에 새롭게 도전한 ‘인랑’은 느와르 SF 액션에 대한 열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원작자 오이시 마모루 감독 역시 ‘인랑’(감독 오키우라 히로유키)을 실사로 만들고자 했지만, 염세적이고 어두운 세계관에 모호한 감정을 지닌 인물의 이야기를 실사화한다는 것은 원작자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 어려운 작업을 18년 만에,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실사로 구현했다. “그동안 늘 꽃길을 걸었던 건 아니었다”라고 말하는 김지운 감독, 그는 20년 동안 달려온 이 길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Q. 2012년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인랑’은 실사 영화화 하는 게 정말 어려운 영화였다. 원작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처음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데 마음에 들게 안 나왔다. 고민하던 중에 ‘밀정’ 시나리오가 내게 들어왔고, 준비가 덜 된 ‘인랑’보다 ‘밀정’을 먼저 해야겠다 하면서 미뤄놨던 것이다. 그 사이에 작가를 만나서 ‘인랑’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 ‘밀정’이 끝난 후 다시 시작했다.

Q. 오랫동안 김지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원작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원작의 어떤 점이 좋아서 시작을 결심했나.

A. 한국에서 느와르 섞인 SF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이시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를 하려고 했는데 이미 미국에 판권이 팔린 것을 알게 됐고, 그 감독 작품 중 생각하다가 ‘인랑’을 떠올렸다. ‘인랑’에서 그려지는 일본의 사회적 혼란과 한국의 사회적 격동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4ㆍ19, 5ㆍ18, 6월항쟁, 그리고 촛불집회까지 시점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최근 우익화되고 있는 세계정세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생각하면서 어두운 미래상을 그리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이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사회에서도 사랑이 가능한 걸까 이야기 하고 싶었다.

Q. 국내영화는 대부분 과거나 현재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를 다룬 SF라는 점에서 영화하는데 부담감이 있었지 않을까. 제작비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랑’은 약 10년 후의 근미래이기 때문에 강화수트 같은 독특한 이미지 외엔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A. SF라고 하면 할리우드의 장르를 떠올리는데, 그런 것만 SF라고 생각하면 ‘인랑’과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도 있다. 정말 할리우드처럼 만들려면 ‘인랑’ 제작비의 두 세배가 필요하다. 레트로한 SF를 가져오면 될 거 같아서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를 참고했다. 영화 프롤로그에도 나오듯이 5년 후 통일 플랜을 발표하고, 다시 5년이 지난 후 내수경제가 완전히 멈춘 상태라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멈춰진 세계’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현재와 큰 차이가 없는데, 만약 SF를 재창조된 미래상으로 기대하는 관객이 있다면 예상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랜차이즈의 경우엔 어떤 영화인지 이미 알고 들어가니까 볼거리가 좋으면 만족스러워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정말 어렵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Q. 원작은 SF 애니메이션의 고전으로 꼽힐 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구현하는 데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액션신들은 원작에 없던 것을 추가한 것이다.

A. 내가 강렬하게 매료된 이미지는 강화복과 지하수로 액션신이었다. 액션신을 박진감 있고 스펙터클하게 구현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쨌든 강화복과 박력 있는 액션을 선보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오마주이면서 나의 재해석인데 완벽하고 확장된 스케일로 재현되길 원했다.

Q. 김지운 감독이 추가한 상징적인 소품들이 돋보인다. 임중경의 책꽂이에는 ‘체게바라평전’, ‘죄와벌’이 꽂혀있고, 이윤희는 ‘타인의 고통’을 들고 다닌다. 이 책을 통해 캐릭터의 속성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혁명가인 ‘체게바라평전’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죄와벌’은 임중경을, ‘타인의 고통’은 이윤희와 임중경 관계를 상징한 것이다. ‘체게바라평전’은 임중경도 죽을 때까지 살인병기일 수밖에 없는 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거다.

Q. 앞서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은 ‘공각기동대’라고 말했다. 판권을 사간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할리우드 작품은 어떻게 봤나. 그 작품도 원작 애니메이션에 비해 혹평을 받았다.

A. 나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철학적 주제의 무게에 놓치지 않기 위해 영화의 탄력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한다.

Q. ‘공각기동대’를 하지 않고 ‘인랑’을 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이 선택에 대해 만족하나.

A. 뭐든 안 힘들었겠나.(웃음) ‘인랑’에서 비주얼과 이미지 구현에 대한 성취는 이뤘다고 생각한다.

Q. 김지운 감독의 신작은 늘 관객들에게 높은 기대를 하게 한다. 하지만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인랑’의 평점이 낮은 편인데, 이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기대치’가 결과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이 영화인 거 같다. ‘SF인줄 알았는데 아니네’라고 생각하면서 평가절하될 수 있다. 원작 팬이 좋아하는 부분이 있는데, 차라리 원작을 그대로 재현했으면 좋았을까.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영화 산업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까지 고려해서 평가해 달라고는 할 수 없다. 아쉽고 당황스럽지만 그동안 내가 온전한 꽃길만 걸은 사람은 아니지 않나. 훗날 재평가 됐던 영화들도 있었다. 실패를 해도 크게 낙담한 적은 없던 것 같다.

Q. 명쾌하지 않은 이야기가 산업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과 같은 경우엔도 명쾌한 결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잘된 작품이다. 개봉 당시 100만 돌파했고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의 인생작으로 꼽히는데.

A. 사실 ‘달콤한 인생’도 겨우 제작비를 맞췄을 뿐이다. 당시 영화 한류가 있을 때라 일본에 비싼 가격으로 팔렸었다. ‘인랑’과 ‘달콤한 인생’을 비슷한 맥락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선우(이병헌 분)와 강사장(김영철 분), 희수(신민아 분)와의 관계가 ‘인랑’에도 비슷한 분위기로 읽힌다고 하더라. 나도 만들고 보니까 ‘인랑’이 ‘달콤한 인생’의 진화된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Q. ‘달콤한 인생’뿐만 아니라, 스파이물이라는 점에서 전작 ‘밀정’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A. 공교롭게 그렇게 됐다. ‘인랑’ 작업 하다가 ‘밀정’을 하고 다시 ‘인랑’을 한 건데, 겹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Q. 김지운 감독에게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더엑스’ 등도 도전이었다. ‘인랑’도 SF라는 점에서 또 다른 시도다. 데뷔 이래 늘 도전적인 작품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인랑’에도 나오지만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체게바라다. 쿠바 혁명을 하고나서 국립중앙은행장을 했는데, 그 자리를 때려치우고 다시 정글 들어가서 죽는다. 기득권을 버리고 늘 자신에게 미션을 주고 성취하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나도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 계속 새로운 장르를 찾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성공이 보장된 공식을 가지고 영화를 한 적이 없다. 나를 계속 정글로 내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여 있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실패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내 영화가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시작하고 10년 만에 ‘놈놈놈’을 만들었고 그 10년 후엔 그에 버금가는 ‘인랑’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두 작품 모두 무모한 시도고 도전이다. 앞으로 10년 후엔 어떤 거대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이러다가 현장에서 죽는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웃음)

Q. ‘라스트 스탠드’로 할리우드에도 갔다. 현재 할리우드 혹은 다른 나라에서 할 작품을 생각하고 있나.

A. 할리우드 작품을 추진하다가 ‘밀정’으로 들어갔다. 현재 보고 있는 할리우드작도 있다. 하드보일드 드라마 장르다. 그 전에 프랑스에서 4부작 드라마를 먼저 할 예정이다.

Q. ‘영화의 나라’ 양대산맥인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에서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감독은 전세계에서도 많지 않다. 다만 할리우드 영화와 프랑스 영화는 결이 다를텐데, 작업하는데 차이점이 있나.

A. 아니다. 똑같다. 서양사람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웃음) 오히려 프랑스는 작가주의가 강해 작가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다. 미국과 한국의 중간 사이인 것 같다.

Q. 할리우드에 비슷하게 진출한 박찬욱 감독과도 같이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나. 배우 강동원도 곧 할리우드 작품을 시작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해줬나.

A. 박찬욱 감독과 많이 이야기 하는 편이다. 서로 징징댄다.(웃음) 강동원은 나에게 같이 작업한 사람들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어서 대답을 해줬다. 하지만 워낙 잘 알아서 하는 똑똑한 배우라 조언 없이도 잘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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