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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주인은 너 자신!”...‘언더독’의 ‘뭉클한 반란’
입력 2019-01-15 11:14   

(사진=NEW)

‘애완동물’이란 단어는 철저히 인간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인간의 즐거움이나 소유물로 키우는 동물이라는 뜻. 영화 ‘언더독’(감독 오성윤ㆍ이춘백)은 반대로 동물의 입장에서 세상을 본다. 이들에게 ‘주인’이 없어진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언더독’은 강아지 뭉치(도경수 분)가 버려지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그가 버려진 곳은 애완동물을 버리기 좋은 장소로 불리며, 뭉치 외에도 많은 동물들이 버려진다.

어두운 이야기지만, ‘언더독’은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상처는 많지만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유기견 4인방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고, 짱아(박철민 분)는 주인을 기다리는 뭉치에게 “이제 주인은 너야 너!”라고 알려준다. 주인이 곧 돌아올 거라 생각하면서 주인이 던져준 공을 물고 다니던 뭉치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주인이 없다는 것은 이제 뭉치가 스스로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 감독은 ‘버려졌다’는 것을 ‘자유를 갖게 된 것’으로 전환한다.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리 생각될 수 있는 문제지만, 감독은 이 문제를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게 다루지 않는다. 자유란 책임 또한 갖게 되는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시련을 통해 하나 하나 설명한다.

뭉치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짱아 무리처럼 인간에게 음식을 구걸하거나 들개들처럼 산속에서 사냥 하는 것이다. 사냥을 그저 ‘놀이’로 여기는 뭉치에게 밤이(박소담 분)는 ‘생존’을 위한 사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경고한다. 뭉치를 성장하게 한데서 밤이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나그네’와 같은 캐릭터로, 그저 달리고 싶어 하던 뭉치는 자신의 순수함이 얼마나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직면하게 된다.

(사진=NEW)

강아지들의 세상에서 빌런(villain)은 인간들이다. 우선 뭉치를 버린 주인은 과거 개 농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 중 뭉치를 골랐다. 그리고 중형견 보더콜리인 뭉치의 몸집이 커지자 무책임하게 버린다. 여기에 집 없는 개들을 무차별적으로 때려잡아 파는 사냥꾼(이준혁 분)과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렉카 운전자 등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에 대한 혐오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뭉치와 밤이 일행을 도와주는 것 또한 사람이다. 초반 이들을 유일하게 도와주는 인물은 바로 외국인 노동자.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그가 또 다른 약자인 유기견들을 챙기는 모습에서는 ‘약자’를 뜻하는 제목 ‘Underdog’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뭉치와 밤이는 사람 없는 곳을 찾아가던 도중 병들고 버려진 강아지들을 정성스럽게 보살피는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처럼 강아지들은 사람들에게 상처받았으나, 다시 사람에게 위로받기도 하면서 각자 다른 결론에 다다른다. 이는 두 명의 감독들의 엇갈렸던 의견을 종합해서 반영한 부분으로, 앞서 오성윤 감독은 “개들의 행복을 인간이 없는 땅을 찾아가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반려견으로 자란 개들에겐 인간이 또 다른 행복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 의견을 묵과할 수 없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나의 방향성만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언더독’은 충분히 좋은 영화로 다가온다.

(사진=NEW)

그러면서 감독은 어떤 결론을 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하든 “던져진 대로 사는 것”을 거부하고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반려동물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보편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감동만큼 웃음도 끊이지 않는다. 오성윤ㆍ이춘백 감독의 전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의 캐릭터를 활용해 추억을 회상시키거나 짱아가 그룹 엑소 디오(도경수)가 연기한 뭉치에게 “아이돌 만큼 잘생겼네”라고 농담을 하는 등 팬들을 위한 애드리브가 웃음을 자아낸다. ‘웰컴투 동막골’을 떠올리게 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엔딩과 에필로그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이다.

더빙은 도경수, 박소담, 박철민 등이 맡았다. 도경수의 선하면서도 굳건한 목소리와 박소담의 터프한 목소리, 장난스러운 박철민의 목소리 조합이 극을 더욱 빛낸다. 12세 관람가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감동을 안겨줄 작품이다. 오는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