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8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거짓말을 안 하는 영화 '정직한 후보'는 8분에 여러 번 관객들을 웃긴다.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된 3선 국회의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 영화다.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된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의 선거 운동을 코믹하게 그렸다.
'정직한 후보'는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큰 인기를 얻었던 동명의 원작 영화(원제 'O Candidato Honesto')를 리메이크했다. 브라질 영화는 남성 대통령이 주인공이지만, '정직한 후보'는 여성 국회의원 후보가 주인공이다. 감독은 "라미란을 캐스팅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고, 그의 말마따나 '정직한 후보'의 웃음 지분은 라미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라미란은 '3선의 품격'을 강조하는 기성 정치인 주상숙부터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돼 당황하는 '진실의 주둥이' 주상숙까지 현실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라미란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생활 연기에 관객들은 '거짓말을 못 한다'는 새로울 것 없는 설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또 극중에서 주상숙은 국회의원이자 아내, 며느리, 엄마, 손녀다. 다양한 역할 속에서 할 말을 하는 솔직한 라미란의 맞춤 연기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상숙이 쏟아내는 지나치게 솔직한 말들이 더욱 통쾌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미란과 다른 배우들의 코믹 호흡도 일품이다. 특히 주상숙의 보좌관 박희철 역의 김무열은 라미란의 든든한 서포터다.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생계형 보좌관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지금까지 코미디 영화를 왜 하지 않았을까 아쉬울 정도다.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 던지지는 않지만, 정치 풍자는 수준급이다. 정치인 아들의 군면재, 정치인 성추행 사건, 사학재단 비리 등 다양한 소재들을 유쾌하게 다룬다. '정직한 후보'가 많지 않은 현실이 오히려 '정직한 후보'의 코미디를 더욱 강조한다.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현실로 느끼게 하는 배우들의 호연과 정직한 후보들이 많지 않은 현실이 빚어내는 찐웃음, '정직한 후보'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4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