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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펜트하우스' 유진 "사랑했다, 오윤희"
입력 2021-09-16 00:00   

▲SBS '펜트하우스'에서 오윤희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유진(사진제공=인컴퍼니)

"사랑했다, 윤희야."

지난 10일 종영한 SBS '펜트하우스'에서 오윤희(유진)의 첫사랑이자 천서진(김소연)의 남편 하윤철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고백이다. 이 장면은 오윤희가 시즌3 중반에 사망했음에도 그가 '펜트하우스'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얼마나 존재감이 컸던 캐릭터였는지를 방증하는 장면이었다.

오윤희를 향한 애정을 고백하는 인물이 또 있다. 아니, '애정'보단 '애증'이다. 오윤희를 연기한 배우 유진이 주인공이다. 최근 온라인으로 만난 유진은 '오윤희'에 대해 "어려웠던 캐릭터"라며 "이해가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라고 토로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가득찬 '헤라팰리스'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복수극으로,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된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렸다.

그중에서도 오윤희는 변화무쌍 그 자체였다. 시즌1에서 딸 배로나(김현수)의 청아예고 입학을 위해 심수련(이지아)의 딸 민설아를 죽인 진범, 하윤철의 첫사랑이자 그의 딸 배로나를 낳은 엄마, 억울하게 살인 누명의 쓰고 도망 다닌 도망자, 로건리(박은석)의 지원을 받아 1조 자금을 손에 쥐고 악행을 일삼는 '헤라팰리스' 인물들을 위협한 재력가 등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확확 변했던 것 같아요. 감정 변화도 심했고,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오윤희의 행동이나 변화된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훨씬 고민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대본도 더 많이 봤어요. 오윤희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공들였습니다. 오윤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니 점차 '오윤희'가 됐어요."

▲배우 유진(사진제공=인컴퍼니)

오윤희는 '펜트하우스' 시즌1에서 민설아를 죽이고, 주단태(엄기준)에게 속아 심수련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답답함을 선사했던 '고구마' 캐릭터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2에서 오윤희는 자신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고, 딸 배로나를 위험에 몰아넣었던 헤라팰리스 인물들의 죗값을 치르게 했다. 마지막 시즌3에서는 진실을 좇다 주단태와 천서진에 의해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다른 주연급 캐릭터들보다 훨씬 이른 오윤희의 죽음에 시청자들은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분명 시체로 누워있는 장면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들 죽은 거 맞냐고 묻더라고요. 그 때마다 '펜트하우스'가 좀비물이냐고 말해줬어요.(웃음) 하지만 저도 오윤희의 죽음이 놀랍고 허탈했어요. 주단태와 천서진의 끝을 보지 못한 건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삶이 그런 것 같아요. 억울하게 죽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현실적인 죽음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오윤희라는 캐릭터가 짠하고 불쌍해요."

▲배우 유진(사진제공=인컴퍼니)

유진은 오윤희처럼 딸을 가진 엄마다. 2011년 배우 기태영과 결혼했으며 슬하 로희, 로린 두 딸을 두고 있다. 유진은 "배로나가 오윤희를 속 썩이는 걸 보고 우리 딸들이 크면 이러겠지 싶었다"라며 "미리 딸의 사춘기를 경험했다"라고 웃었다.

또 그는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욱하는 엄마'라며 "노력하는데 아이들이 욱하게 만든다. 요즘은 로희가 동생에게 '엄마 곧 터지기 직전'이라고 말해주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또 반성한다"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유진은 2016년 KBS2 '부탁해요 엄마' 이후 5년 만에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공백이 길었던 만큼 '펜트하우스' 역시 출연을 망설였단다. 그럴때마다 남편이자 배우 기태영은 여러모로 유진의 복귀를 응원하며 힘을 건냈다.

"저 자신이 오윤희가 납득이 안 될 때 남편이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10번 고민할 걸 8번으로 줄여줬죠. 남편은 배우로서 필요한 말을 해주는 믿을 만한 조언자고, 육아를 맡아준 덕분에 집중해서 드라마를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다음에는 남편이 작품을 하고 제가 아이들을 봐야 할 것 같아요."

▲배우 유진(사진제공=인컴퍼니)

유진은 최근 만나는 어린이들까지도 '유진'이 아닌 '오윤희'라고 부를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약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오윤희'로 살았던 만큼 여운도 길게 갈 거 같다고 말하자 유진은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싱글이었다면 작품에 좀 젖었을 텐데, 집에 오면 두 아이가 있기 때문에 바로 육아모드에요. 오윤희를 생각할 여력이 없었죠.(웃음) 촬영장에선 오윤희, 집에선 로희·로린 엄마 김유진으로 살았어요. 육아가 힘들 땐 오윤희로 살았고, 오윤희로 살다 지칠 땐 육아를 한 것이 오히려 리프레싱이 됐어요.

유진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며 여느 엄마들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엄마로서 부재가 길었던 만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 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로 시청자 여러분들께 인사드리는 날을 저 역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