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윤준필의 이거 어때?] '정직한 후보2', 서민을 위한 웃음 히어로가 돌아왔다
입력 2022-09-22 00:00   

웨이브, 티빙, 넷플릭스, 왓챠,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시즌(seezn)… 지상파 채널 개수보다 OTT 서비스가 많아졌다. OTT 오리지널 시리즈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는 콘텐츠, 극장 개봉작까지 더하면 볼거리가 많아도 너무 많다.

'윤준필의 이거 어때?'는 윤준필 기자가 직접 끝까지 다 본 콘텐츠를 리뷰하는 시리즈다. 콘텐츠 선택 장애를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편집자 주]

▲영화 '정직한 후보2' 포스터(사진제공=NEW)

"배우라면 주연상 한 번쯤은 받아야죠."

2021년 2월 열린 '제41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정직한 후보'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받은 라미란의 수상 소감 중 한마디다. 물론 '배우 라미란'으로서 한 말이 아니라, 작중 역할이었던 '주상숙'으로서 전한 농담 섞인 소감이었다.

수상 소감을 마무리하며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 2편을 찍으려고 하고 있다. 내년에도 배꼽 도둑이 돼 보겠다"라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라미란은 1년 6개월여 만에 지켰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는 2020년 개봉했던 1편과 마찬가지로 '뻥쟁이' 주상숙(라미란)이 '진실의 입'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정직한 후보2' 스틸컷(사진제공=NEW)

1편과 다른 점은 주상숙이 국회의원이 아닌 도지사가 됐다는 것이다. 영화는 지역 재개발, 북한과의 관계, 도정 홍보 등 도지사가 고민할 만한 문제들을 다루며 디테일을 살렸다. 탄탄한 현실감은 '정직한 후보'의 코믹한 설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진실의 입', 라미란의 솔직한 매력은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여전하다. 도민과 기자들 앞에선 물론이고, 심지어 대통령 앞에서도 여과 없이 속마음을 마구 내뱉는다. 과유불급도 없다. 라미란은 노련하게 완급 조절을 하면서 관객들의 입가에 계속 웃음이 머무르게 한다.

▲'정직한 후보2' 스틸컷(사진제공=NEW)

주상숙은 관객들이 이미 봤던 익숙한 캐릭터다. 태생적으로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없는 캐릭터다. 그 부족한 부분을 김무열이 채운다. 전편에서 주상숙을 보필하며, 그의 입을 단속했던 박희철(김무열)은 이번 영화에서 주상숙을 따라 덩달아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

주상숙은 재선을 위해 거짓말을 일삼던 '속물'이 정직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풍자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박희철은 '을'의 입장에서 할 말 못하고 살던 사람들이 시원하게 말을 내뱉을 수 있을 때의 쾌감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게 한다.

▲'정직한 후보2' 스틸컷(사진제공=NEW)

여기에 주상숙의 남편 봉만식 역의 윤경호와 시누이 봉만순 역의 박진주는 라미란과 김무열의 철딱서니 없는 조력자 역할로 웃음 지원군으로 나섰다. 주상숙 입장에선 얄미운 남매지만, 두 사람의 코믹 케미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윤두준은 '정직한 후보'의 악당이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을 상징하는 '강연준'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식샤를 합시다', '구필수는 없다' 등에서 보여줬던 연기와는 180도 다르다. 윤두준의 선한 얼굴에서 그려지는 악인의 냉철함은 '특별출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정직한 후보2'를 통해 윤두준의 연기 스펙트럼이 한 단계 확장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직한 후보2' 스틸컷(사진제공=NEW)

권력자들의 위선을 풍자하는 것으로 시작한 영화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관객들에게 개인의 이익을 위해 바른길을 외면한 적은 없는지 묻는다. 그리고 주상숙의 유쾌한 영웅담을 완성한다. 서민들에게 필요한 히어로는 강력한 신체를 가진 캡틴 아메리카, 첨단 기술로 무장한 수트를 입은 아이언맨이 아니라 정직한 정치인, 진실한 행정가라는 메시지를 담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