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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윤준필] SM과 헤어질 결심…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용퇴가 아쉬운 이유
입력 2022-10-14 17:30    수정 2022-10-14 17:34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SM 엔터테인먼트'의 창업주이자 'K팝의 아버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에스엠(041510, 이하 SM) 일선에서 물러난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범접할 수 없는 성과를 세웠던 이 프로듀서였기에 이번 결정에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가요계에 아이돌이란 개념을 정립했고, 대한민국의 자랑 'K팝'을 탄생시켰다. K팝의 성장은 1995년 SM 창립과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프로듀서는 지난 27년 동안 남다른 안목으로 K팝 내 유행을 선도했고, 때로는 과감한 투자로 엔터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프로듀서는 1996년 H.O.T.를 시작으로 S.E.S, 신화, 플라이투더스카이,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에프엑스,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 대중의 취향을 저격한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놀라운 것은 이 프로듀서의 손을 거친 아이돌은 그 시대에 가장 힙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는 점이다. 통상 한 세대를 30년이라고 보는데, 이는 이 프로듀서가 한 세대가 지나갈 동안 여전히 문화 산업 선두에서 유행을 주도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대중이 아이돌을 1세대에서 4세대로 구분할 동안 '스타메이커' 이 프로듀서의 폼은 변함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K팝이 한국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시야를 넓힌 것도 이 프로듀서 덕분이었다. 그는 만 13세 어린 나이였던 가수 보아와 한국에서 정상을 밟았던 동방신기를 일본 현지에서 데뷔시키는 모험을 했다. K팝의 외연은 자본의 힘이 아닌 아티스트의 실력으로 넓힐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의 승부수는 통했고, 보아와 동방신기는 일본에서도 톱 클래스 반열에 올라섰다. 보아는 오리콘차트 기준 두 장의 밀리언셀러 앨범을 배출하며 한류의 기틀을 세웠고, 동방신기는 도쿄 돔 등의 공연을 매진시킬 만한 티켓파워를 가진 스타로 성장했다.

이 프로듀서는 현지 진출과 해외 팬 유입의 허들을 낮추는 역할을 '외국인 멤버'에게 맡겼다. 그는 2005년 슈퍼주니어 데뷔 당시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중국인 멤버를 팀에 포함시켰다. 이것 역시 이전까지는 가요계에 흔치 않은 선택이었다. 이 프로듀서의 예상은 적중했고, 이제 '외국인 멤버'는 K팝 그룹의 데뷔 공식처럼 여겨지게 됐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음악 외에도 팬들의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세계관'은 그 고민의 결과였다. 초능력을 가진 엑소, 멤버 수와 영입, 팀 구성에서 자유로운 NCT, 현실과 아바타 세계가 결합한 걸그룹 에스파 등 이 프로듀서는 각 그룹만의 독창적인 서사를 만들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가요계에서 SM 아이돌이 '그들 중 하나(One of them)'이 아닌 '온니 원(Only One)'으로 기억되게끔 하는 비책이었다.

특히 이 프로듀서는 문화와 기술의 결합에도 관심이 높았다. 홀로그램, VR부터 메타버스까지 다양한 기술들을 문화 산업에 접목시킨 선구자였다. 그는 "우리는 '프로슈머'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창조하고 확산시키는 메타버스에 살고 있다"라면서 프로슈머와 함께 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선점하는 것이 미래 문화 산업의 화두라고 강조했다.

그러한 고민 끝에 지난 7월에는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기술 전문회사 '스튜디오 광야'를 설립했고, '광야'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프로듀서는 '광야'를 바탕으로 지난 27년간 SM 모든 아티스트들의 세계관이 하나로 통합시켰다. 그리고 통합된 SM 콘텐츠가 프로슈머들을 통해 모두의 콘텐츠로 무한 확장되고, 시공간을 초월해 문화로 연결되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세상을 제시했다.

▲이야기 나누는 바데르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 장관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 때문에 많은 엔터산업 관계자들은 이 프로듀서의 용퇴를 아쉬워하고 있다. 특히 여전히 이 프로듀서의 혜안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많은 가운데 그의 용퇴를 세력 싸움의 승패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이 프로듀서는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 장관과 만났다. 문화 산업 육성에 관심이 큰 사우디아라비아에 K팝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공연 인프라를 구축하는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외에도 두바이, 몽골 정부의 리더들도 이 프로듀서를 만나 문화와 기술이 결합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이 프로듀서가 그려둔 K-콘텐츠 산업의 청사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