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가수 임영웅과 영웅시대를 갈라놓을 순 없었다. 임영웅은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 'IM HERO-THE STADIUM(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을 개최하고, 4만 명의 영웅시대와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누가 뭐래도 임영웅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가수다. 그는 2022년부터 전국투어 콘서트를 꾸준히 진행했고, 그의 공연은 티켓 예매 사이트가 매진을 달성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임영웅의 주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팬들은 "임영웅이 주제 파악했으면 좋겠다"라며 애정 섞인 투정을 부렸다. 1만 석 규모의 공연장은 임영웅의 인기를 감당하기엔 너무 작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5만 명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한다고 발표했을 때, 수많은 영웅시대들이 열광했던 것이다.
공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음에도 공연장 인근은 하늘색 옷을 입은 전국에서 모인 팬들로 가득했다. 강원도에서 온 한 80대 여성 팬은 비즈엔터에 "이날만 기다렸다. 임영웅의 공연을 볼 생각에 설렌다"라며 떨리는 마음을 표현했다.
50대 이상의 여성 팬들만 공연장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엄마 손 잡고 나온 10대 아들, 어머니를 모시고 온 30대 남성, 아내와 함께 임영웅의 노래를 듣기 위해 나온 중년 남성 등 다양한 남성 관객들도 있었다. 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20~30대 젊은 여성들도 있었다.
마침내 오후 6시 30분이 됐고, 임영웅은 '무지개'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3면을 가득 채운 영웅시대는 큰 함성으로 임영웅을 맞이했다. 이어 그라운드 내 중앙 무대로 이동해 'London Boy'와 '보금자리'로 공연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임영웅은 "1년 넘게 준비한 공연이다. 두 번만 하고 끝난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라며 "모든 것을 갈아 넣고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비 오는 날에 언제 또 공연을 해보겠는가. 한층 더 촉촉한 감성을 즐겨달라"라고 영웅시대에게 요청했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서울 KSPO DOME에서 열린 서울 콘서트를 직접 예매해 다녀왔었다. 당시 인상 깊게 봤던 것 중 하나가 무대였다. 임영웅은 360도 무대를 공연장 중앙에 설치했으며, 세 방향으로 보조 무대를 덧붙여 ㅅ자 형태의 무대를 만들었다. 공중에는 대형 스크린을 매달아 어느 좌석에서나 임영웅이 잘 보이도록 했다.
임영웅의 무대는 이번에도 기대만큼 특별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다른 공연들과 달리 그라운드에 객석을 마련하지 않았고, 축구장 4면을 두른 돌출 무대를 설치했다.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FC 서울 선수들과 축구 팬들을 향한 임영웅의 배려였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비교적 멀었지만, 임영웅은 연출로써 공연의 퀄리티를 높였다. 경기장 북측 대부분을 가리는 크기의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어느 곳에서든 무대를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돌출 무대로 이동해 시야 제한석을 포함한 모든 객석 앞에서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 '사랑해요 그대를', '따라따라' 등을 불렀다.
특히 공연 중간에는 열기구에 올라 경기장을 순회하며 팬들과 눈을 마주쳤다. 열기구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무대에서도 임영웅은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사랑해 진짜' 등 세 곡을 안정적으로 열창했다.
임영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단편영화 '온기' 일부도 공개됐다. 임영웅은 전 지구적인 물 부족으로 인해 폐허가 된 세상에서 혼자 살아남은 남자 주인공을 연기했다. 임영웅은 "안녕하세요, 배우 임영웅입니다"라며 너스레를 떨며 "이 영상은 예고편이다. 이것저것 찍다보니 30분이 넘더라. 전편은 OTT에서 볼 수 있게 준비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날 공연은 임영웅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이제 나만 믿어요', '연애편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등 발라드부터 'A bientot(아비앙또)', 'Do or Die(두 어오 다이)', 'HERO(히어로)' 등 댄스곡까지 못 하는 것 없는 만능 히어로의 면모를 보여줬다. '바램',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다른 가수들의 명곡들도 임영웅의 목소리로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앙코르곡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서울의 달', '인생찬가'까지 임영웅은 3시간 동안 30곡을 열창했다. 이틀간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운 임영웅은 "이다음에 이것보다 큰 공연장에서 공연한다고 가득 찰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면서 겸손을 보였다. 이어 "영웅시대의 한계는 어디일지, 앞으로 더 큰 꿈을 펼쳐보겠다"라며 "어디가 됐든 영웅시대와 함께라면 겁나는 것이 없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