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은 소속사에서 반대하는 걸 제가 하겠다고 고집부렸거든요. 그런데 '좋거나 나쁜 동재'는 소속사에선 하자고 하고, 저는 하기 싫다고 했어요. 상황이 역전된 거죠. 하하."
배우 이준혁이 연기한 서동재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조연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다. 비호감 속물 검사라는 설정 때문에 시청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긴 했지만, 서동재는 이준혁의 손을 거치며 독특한 매력을 얻었다. 냉소적이고 속물인데, 어딘지 모르게 공감이 가는 행동들을 했고, 비호감인데 사랑스러운 모순적인 감정을 선사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때로는 '느그 동재', 때로는 '우리 동재'로 불리던 서동재는 이준혁의 열연 덕분에 주인공으로 도약했다. '비밀의 숲' 스핀오프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는 이준혁 때문에 탄생한 드라마라고 해도 절대 지나친 말이 아니다.
'비밀의 숲' 세계관 안에서 탄생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폰 검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픈 청주지검 서동재(이준혁) 검사 앞에 그의 지난날의 과오를 들춰내는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박성웅)이 등장하고, 서동재가 검사로서의 촉과 기회주의자의 본능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과정을 그린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혁은 솔직하게 '좋거나 나쁜 동재'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같은 캐릭터를 한 번 더 반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를 또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이준혁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정의롭지도 않고, 성공한 인물도 아닌 서동재가 주인공이 되는 게 흥미롭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미 '비밀의 숲'에서 잘 완성했던 캐릭터인데, 그걸 다시 연기한다는 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 생각도 컸고요."
소속사 대표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이준혁은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비밀의 숲'과 비슷한 결이었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제작진과 아이디어 회의부터 대본 수정까지 함께하며 '좋거나 나쁜 동재'를 완성해나갔다고 했다.
"지금의 색을 갖기까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비밀의 숲' 연장선이 아니라 '좋거나 나쁜 동재'만의 독립적인 세계관과 스토리를 가질 수 있게 회의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장르도 블랙코미디가 된 거였고요."
이준혁은 서동재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깊이 고민했다. 비호감 캐릭터 서동재의 행동을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는 서동재의 행동엔 늘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연기로 조금씩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은행원인 친구가 있는데, 서동재가 자기를 보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동재처럼 때론 아부도 하고, 가끔은 기회주의자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많은 사람이 서동재한테 공감하는 것 같아요."
이준혁은 '좋거나 나쁜 동재'를 통해 '비밀의 숲'을 다시 찾아봤단 팬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 그는 서동재가 '비밀의 숲'과 '좋거나 나쁜 동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 자부심을 드러냈다.
"서동재라는 캐릭터가 황시목(이준혁)의 일부를 완성해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황시목이 '비밀의 숲'에서 서동재를 놔준 것은 그가 재활용되는 인물이란 걸 알았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본편을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것, 이런 게 진정한 스핀오프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