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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도연, 노련함을 멀리하는 '진짜' 베테랑
입력 2016-08-30 16:21   

▲전도연(사진=매니지먼트 숲)

배우 전도연이 약 11년이란 드라마 공백을 깨고 ‘굿와이프’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어려운 법률용어와 격한 감정신을 통해 ‘칸의 여왕’ 진가가 발휘됐지만, 의외로 “부족함을 느꼈다”고 자책했다. 연기에 진심을 담기위해 감정 하나하나에 집중한 그는 이처럼 자신의 연기에 야박했다. 노련함에 자신을 길들이지 않은 채 촬영 내내 긴장했고, 복잡한 듯 단순한 김혜경의 일상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시청자들이 공감하게 만들었다.

‘굿와이프’는 국내 최초로 미드 리메이크에 도전해 종영까지 원작의 재미와 한국적 정서를 잘 살린 웰메이드 작품으로 호평 속 종영했다.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 중심에는 역시 전도연이 있다.

성 스캔들에 휘말린 남편에 대한 실망감, 분노에 이어 새로운 사랑을 통해 느끼는 설렘, 불안 등을 디테일한 감정 변화로 담아냈다. 불륜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일탈도 납득시킨 전도연과의 굿타임이 훌쩍 지났다.

Q: ‘프라하의 연인’ 이후 11년 후 드라마 복귀, 방송환경의 변화를 느꼈나.
전도연: ‘프라하의 연인’ 때에도 집에서 씻고만 나왔다.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라(웃음). 100% 사전 제작이 아니면 여유로운 환경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드라마는 반응을 보면서 인물의 색깔을 더 진하게, 연하게 부여하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배우들보다도 스태프들이 어떻게 버티는지 신기할 정도다.

Q: 결국 쇼윈도 부부의 삶은 선택한 김혜경. ‘굿와이프’ 결말에 만족하나.
전도연: 원래는 부부가 각자의 길을 걷는 결말이었다. 어느 순간 태준(유지태 분)의 욕망과 야망을 이해하게 됐다. 극중 실종됐던 딸을 찾고 나서 태준이 혜경과 잘해보려고 왔는데, 그 넓은 어깨가 그리 작아 보일 수가 없더라. 태준이가 안쓰러웠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만 보고 가는 사람인데, 그런 점을 이해해줄 사람은 혜경 뿐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태준과 혜경을 라이벌 구도로 봤지만, 나는 혜경을 포용하는 여자로 봤다. 물론 결말을 쇼읜도 부부라고 단정 지을 수 있지만, 그 어느 누구와도 관계 지어진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서로에게 박수쳐줄 수 있는 좋은 엔딩이었다.

▲전도연 (사진=매니지먼트 숲)

Q: 민낯이냐는 질문이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나름의 이유가 있나.
전도연: 민낯에 자신이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게 좋다. 내가 편해야 보는 사람도 편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은 촬영 감독님이 내 얼굴을 화면에 가까이 잡고나서 고민을 했다. 당시 트러블에 선크림도 못 발랐을 때였는데 기미가 올라왔나보더라. 주근깨 정도 같은데 그냥 두라고 했다. 아직까지는 편한 게 제일 좋다.

Q: 윤계상 씨에 의하면 당신이 ‘진짜’란 감정을 잡기위해 그토록 노력했다고.
전도연: 어떻게 보면 연기는 가짜이고 대사를 위한 흉내다. 연기를 위한 연기일 수 있다. 대본을 외울 때는 적어도 그럴 수 있지만, 현장에서 실제 감정을 만들 수 있다. 상대배우와의 호흡 속에 감동을 받고, 그것을 표현하면 진짜가 된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과 에너지는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지치고 시간에 쫓겨도 더 많은 것들을 소통하려고 하는 이유다.

Q: 실제로는 ‘굿와이프’라고 생각하나.
전도연: 하하. 내가 굿와이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되게 평범한 삶을 산다.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사는 것도 아니다(웃음). 예전에는 인생에서 사랑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다. 근데 아이를 출산하다보니 사랑만으로 살아지는 건 아니더라. 그냥 믿는 거다. 서로 믿어주며 사는 게 결혼이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혜경을 더 이해했다.

Q: 유지태, 윤계상과의 호흡도 각각 다른 케미를 유발했다.
전도연: 유지태는 영화 시사회 현장에서 많이 봤었다. 후배인데, 너무 편해질 수 없는 사람이다. 연기를 할 때도 긴장을 많이 했다. 긴장을 놓칠 수 없는 감정의 진폭이 컸다. 대본을 봤을 때와 현장에서 만나는 유지태와 달라서 팽팽한 긴장감이 일었다. 유지태 덕에 극의 분위기가 더욱 살았던 것 같다. 또 후배들이랑 작품을 해도 동생 같은 친근감이 들기 힘든데 윤계상과는 그랬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동생 같았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줬다. 그냥 감사하다.

Q: 첫 연기 도전에 나선 나나와 기대 이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전도연: 나나와 같이 연기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오디션 할 때 봤는데 그 친구가 가진 에너지가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 나나의 눈빛이 되게 좋다. 김혜경은 서중원과의 사랑으로 위로를 받은 게 아니라 김단에게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눈빛에 위안을 받았다. 나나가 많은 편견과 선입견을 깨며 스스로 얻은 결과라서 축하해주고 싶다.

Q: 최근 tvN ‘택시’에 탑승했다. 예능에서 만난 ‘굿와이프’ 배우들은 어땠나.
전도연: 유지태는 진지맨이고 윤계상은 허당이다. 나나는 4차원이다. 김서형도 엉뚱하다. 감독님은 이 조합이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하셨다. 한정된 시간이었기에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없었지만, 각자의 매력과 ‘굿와이프’의 팀워크를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됐다.

Q: ‘칸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주는 부담감, 작품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 같다.
전도연: 상을 받고 난 이후부터 부담스러웠다. 내 생애 첫 영화제였고, 그게 큰 상이라는 걸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식이 용감했다. 잘 몰랐기 때문에 눈물 한 방울 없이 용기 있게 수상할 수 있었다. 사실 예전에는 그런 부담을 떨치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받아들인다. 사람들이 어떻게 나에 대해 생각하는지 바꿀 수는 없다. 계속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줘야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하게 작품을 할 계획이다.

Q: 윤계상, 유지태 등 ‘굿와이프’ 시즌2에 대해 전도연 출연 여부가 중요하던데, 당신 의사는 어떤가.
전도연: 시즌2에 대해서는 다들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웃음). 내가 16부까지 갈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과로로 쓰러지는 걸 이번에 나도 한 번 해보겠구나’란 생각을 할 정도였다. 약을 챙겨먹는 스타일이 아닌데, 남이 좋다는 약을 다 먹었다.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중독성이 있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가도 얻는 것도 많다. 시즌2는 생각해볼 문제다.

▲전도연 (사진=매니지먼트 숲)

Q: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으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에 전도연이 있다.
전도연: 혜경은 미드 속 여주인공 캐릭터와 달랐다. 미국 드라마 느낌에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가면서 제작진이 외줄타기를 잘해주셨다. 사실 전도연이 좋은 배우라고 해주시지만, 나를 제외한 배우들 모두 대사 전달이 너무 좋았다. 내 단점을 알게 됐다. 감정 전달은 잘하는데 정보 전달은 소화가 안 되고 버겁더라.

Q: 한국 영화계 이끄는 대표적인 여배우 전도연, 기대를 받고 산다는 건.
전도연: 부담 때문에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기대를 넘으려고 하면 끝도 없다. 난 그럴만한 사람도 아니고, 단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잘하고 집중하자는 주의다. 빨리 수긍하고, 안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노력한다. 나답게 사는 게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