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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성경 "복주와 이별 힘들어…한 시간 넘게 울었어요"
입력 2017-01-13 18:40   

▲이성경(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성경은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를 통해 밝고 건강한 청춘을 연기했다. 한얼체대 역도부 유망주 김복주로 분한 이성경은 체중 조절에서부터 스타일 변신, 실전 역도 훈련까지 소화하며 공을 들였다.

여자 역도선수라는 파격적인 배역을 만난 그는 외적인 부분 뿐 아니라, 연기적인 성장으로 노력에 따른 변화를 확인시켰다. 처음 사랑에 빠진 체대생 김복주의 사랑스러운 매력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새침하고 도도한 모습을 지워냈다. 복주를 향한 애정이 컸던 만큼, 아직 종영의 여운이 가시질 않은 이성경을 만났다.

이하 이성경과 일문일답

Q: 김복주를 떠나보낸 소감은?
이성경:
그동안 복주로 살아서 행복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까 더 아쉬움이 크게 몰려온다. ‘내가 복주와 정말 친밀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회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너무 많이 울어서 내용이 기억이 안 났다. 그래서 어제(12일) 마지막 방송을 다시 한 번 봤다. 작품을 끝내고, 이렇게 떠나보내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다. 모두가 가족 같아서 헤어짐이 아쉬워 울기도 했다. 주변에서 그러길 내가 무려 한 시간 반 동안 울었다고 하더라. 나는 사실 담담한 편인데 그렇게까지 울 지 스스로도 몰랐다.

Q: 그 눈물의 의미는 뭔가.
이성경:
헤어지기 싫었다. 복주를 못 보내겠더라. 제작진, 스태프들과 헤어지는 것도 서운했지만 복주를 떠나보내는 게 유독 아쉬웠다. 마지막 메이킹 영상을 찍으면서 ‘복주야 사랑해’라고 말하면서도 울컥했다. 나와 참 가깝고 친밀했던 캐릭터였다. 대중하고 마음이 잘 통했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이성경(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지난 작품과 비교해 ‘역도요정 김복주’는 특별히 뭐가 달랐나.
이성경:
순수한 감정들이 있었다. 어른들이 봤을 때는 작고, 어린 감정들인데 복주에게는 아주 큰 일이다. 때 묻지 않은 모습에 나까지 정화되고 힐링이 됐다. 복주 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그랬기에 더 특별했다.

Q: 그래도 역도선수 캐릭터를 하기까지 큰 결심이 있었을 것 같다.
이성경:
대본을 받고 역도선수 역할이 내게 왔다고 해서 많이 놀랐다. 과연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왜 재밌고 난리야’라며 걱정했다. 어느새 복주 캐릭터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할지 연구하며 고민하고 있더라. 선배님들에게 물어봤더니 ‘너 하겠네. 이미 고민 시작인 걸 보니’라고 답을 내주셨다. 대본의 마성에 끌려서 결국 하게 됐다.

Q: 실제로는 모델 출신인데 역도선수로의 변신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겠다.
이성경:
맞다. 아무래도 살을 찌워야했다. 작품을 하면서 더 쪘고 이후에도 계속 쪘다. 평소 먹는 걸 좋아한다. 대신 운동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는 살을 찌워야하니까 야식까지 먹고도 운동을 안하고 계속 먹었다. 준비기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카메라에 얼굴이라도 부어보이도록 먹고 잤다. 역도는 체력 소모가 많이 된다. 함께한 배우들도 다들 운동 끝나고 피자나 치킨에 맥주를 먹으러갔다. 살이 안찔 수가 없다.

Q: 배우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여자 이성경으로는 체중 증가에 대한 걱정이 있지 않았나.
이성경:
몸 라인이 달라지니까 싫었다. 옷을 입을 때 확실히 예전과 느낌이 달라졌다. 이렇게 먹다 탄수화물 중독이 되면 어쩌지? 몸에 탄력도 없어진 것 같아서 걱정도 됐다. 갑자기 살이 찌니까 살도 텄다. 튼 살은 안 없어지지 않냐. 그 생각에 우울해하기도 했다. 정말 역대급 몸무게를 찍었다. 인생의 최고 몸무게였다. 돌이킬 수 없을까봐 불안했다. 또 유독 공개 촬영이 많았는데, 관리되지 않았던 몸으로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게 창피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복주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메이크업, 외모 등 모든 것에 내려놓게 됐다. 어느 새 그런 고민이 다 사라지더라.

▲이성경(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모든 걸 내려놓고 복주로 돌아오니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이성경:
내가 예전에 맡은 캐릭터들이 대부분 세고 화려한 이미지였다. 그런 캐릭터에 맞게 꾸민 것 뿐, 스스로를 화려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난 내가 복주같이 동글동글한 이미지라고 여겼다. 그런데 시청자분들도 나에게서 복주를 본 적 같아 기뻤다. 다들 내가 느끼는 감정으로 복주와 준형이를 봐주셨다. 배우와 같은 마음이 되어 주는 분들이 있어 행복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주셔서 감정을 잘 살릴 수 있었다.

Q: 캐릭터에 동화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
이성경:
남주혁이 친엄마인 윤유선 선배님을 보고 울었다. 리허설이었는데도 감정이 차올라 눈물을 흘리더라. 뒤에서 보던 나도 같이 눈물이 터졌다. 그 만큼 다들 몰입해있었다. 감독님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애드리브로 녹일 수 있게 환경을 들어주셨다. 복주로 살 수 있는 최적의 분위기였다.

Q: ‘역도요정 김복주’, 이성경의 대표작이라는 평이 많다.
이성경: 맞다. 하지만 내가 뭔가를 잘해서 그런 건 아니다. 좋은 작품을 만나서 얻어갔다. 김복주는 내가 사랑했던 캐릭터이다. 담담하게 잘 이별해왔는데, 이번에는 좀 힘들었다. 대중에게 이성경이 아닌 김복주가 주인공이길 바랬다. 부끄럽지 않게 자랑스럽고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역도선수를 연기 할 지는 상상도 못했다. 내 힘으로 된 게 아니라, 이 모든 행운에 감사하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다시 안 올 행복한 꿈을 꾸고 있으니까.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이성경:
연기로 대중에게 신뢰를 주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모델, 까불거리는 이성경일 뿐 믿고 보는 배우는 아니다. 내 연기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연기를 봐줬으면 한다. 그래서 더 진심을 가지고 연기하려 한다. 복주를 사랑해주듯 이성경이 연기할 또 다른 캐릭터도 사랑해주길 바란다.

▲이성경(사진=윤예진 기자 yoo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