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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현빈(사진제공=CJ ENM)

"안중근 의사의 발끝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결론이었어요."

배우 현빈이 진중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안중근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깊은 경외감을 주는 인물을 연기하기는 당연히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현빈은 "그분의 삶과 신념을 온전히 담아내는 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졌다고 말했다.

현빈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를 만나 영화 '하얼빈'(제공/배급 : CJ ENM)을 선택한 이유를 솔직히 밝혔다. 그는 "안중근 의사를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하얼빈'은 그 거사를 향해 걸어갔던 정을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룬다는 것이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단순히 영웅의 행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독립운동가로서의 신념과 인간적인 고뇌와 결단을 깊이 조명한다. 현빈은 이 영화에서 안중근 의사가 아닌 30세 청년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리려 했다.

▲영화 '하얼빈' 스틸컷(사진제공=CJ ENM)

"안중근 의사가 30세의 나이에 보여준 헌신과 결단을 생각하면, 내가 그분의 나이에 나라를 위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 계속 고민했어요. 배우로서 그분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닿고 싶었고, 흉내라도 내려고 애썼습니다."

'하얼빈'의 촬영은 몽골, 라트비아, 한국 등지를 오가며 진행됐다. 특히 영화의 시작과 끝,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는 안중근의 모습을 찍은 몽골 홉스굴 호수는 현빈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두꺼운 얼음판 위를 걷다 보면 희한한 소리가 들려요. 그 소리와 끝없이 펼쳐진 공간이 주는 고독감은 그 시대 독립운동가들이 느꼈을 외로움과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줬어요. 촬영 당시, 제가 서 있던 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감정이 되어 저를 압도했습니다."

▲영화 '하얼빈' 스틸컷(사진제공=CJ ENM)

홉스굴 호수 외에도 라트비아의 역사적인 건물과 협곡에서 촬영된 장면들은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극한의 촬영 환경이었지만, 현빈은 이를 통해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이동욱 등 함께했던 배우들과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게 됐다. 몽골과 라트비아 같은 낯선 촬영지에서의 경험은 배우들에게 현실적인 도전과 동시에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였다.

"몽골 촬영부터 배우들과 함께했어요. 모두가 각자 맡은 역할에 진심을 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함께 하는 시간 동안 각자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서로의 고민을 듣고 연기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모두 안중근 의사의 여정을 한마음으로 그려가면서 동지가 됐습니다.".

▲배우 현빈(사진제공=CJ ENM)

특히 릴리 프랭키와의 만남은 현빈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릴리 프랭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에 출연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인물로, 이번 영화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했다.

"그가 등장하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아요. 그런데 짧은 분량에도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셨어요. 그의 연기에서 강렬하면서도 편안한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릴리 프랭키와는 촬영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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