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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방송되는 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는 ‘한국 문학, 죄의식과 부끄러움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지난해 2024년,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은 그동안 문학계의 변방이라고 여겨졌던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도약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는 국내에서도 다시 문학에 대한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30여 년 넘게 한국 문학계에서 평론해온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서영채 교수는 한국 문학의 특징을 ‘죄의식과 부끄러움’이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설명한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테리어를 위해 산다”는 패널들의 농담에 서 교수는 “책은 원래 있어 보이도록 전시하기 위해 사는 거”라며, “두꺼운 책은 베고 자기도 좋다”는 재치 있는 호응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의 종합 독서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 독서율은 43%로, 그중 독서율 비중은 2030 세대가 가장 높다. '이슈 PICK 쌤과 함께'의 유일한 20대 패널인 유빈은 “평소 독서를 좋아한다”고 밝히며, 책을 지식 습득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감성을 충전하며 세상과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는 ‘텍스트 힙’에 대해 소개했다. 그 예시로 책의 표지를 꾸미는 ‘책꾸’, 연예인들이 공항에 들고 가는 ‘공항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젊은 세대의 독서 문화를 생생하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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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가 전하는 한국 문학에 담긴 마음은 바로 ‘죄의식과 부끄러움’이다. ‘죄의식’은 과거의 내 잘못을 인지하고 책임지려는 마음으로, 책임감으로 연결된다. 또한 ‘부끄러움’의 감정은 미래의 상황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게 만든다. “과거의 잘못은 죄의식으로 나타나고, 미래의 불안함은 부끄러움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연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감정을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연사는 한국 문학의 네 개의 관문을 들어 설명했다. 바로 국권을 상실했던 일제 강점기, 이어진 한국 전쟁, 전쟁 후의 경제적 빈곤, 마지막으로 정치적 혼란기이다. 이 네 개의 관문을 거치는 대한민국 20세기 전후반 동안의 감정을 한국 문학은 죄의식과 부끄러움으로 포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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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한국 문학의 발전은 민주주의의 발전과도 궤를 같이한다. 자유를 보장하는 기반인 민주주의라는 토대에서 작가들은 오롯이 본인의 힘으로 예술적 성취를 이뤄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그때 1990년대 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문제작이자 여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 '외딴방'이 발표됐다. 작가 신경숙 본인의 경험과 그 시절의 상처를 담아낸 이 소설은 큰 인기를 얻었다. 높아진 독서 열기를 반영하듯 출판사들은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데 힘쓰기 시작했다. 당시 서 교수가 편집위원을 지낸 출판사의 눈에 띈 작가가 바로 한강이다. 그러나 신인이었던 한강은 출판사의 작품 연재 제안을 거절했는데, ‘아직 세상에 나갈 만한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 후 1998년, 작가로서 한강의 뚝심이자 장인 기질이 만든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이 발표되었다. “민주주의 자유 문학 시대에 혜성처럼 등단한 작가, 한강의 초기 작품들은 인간의 내면과 감정 그 자체”라는 것이 연사의 설명이다.
세계인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성에 호소한 '소년이 온다'로 대표되듯, 한국인은 인간의 보편적인 역사와 감정을 모두 겪었고 이로써 네 가지 관문을 모두 통과한 1990년대에 이미 한국은 세계가 된 것이다. 민주주의 아래에서 자유가 보장되어 소재의 다양성이 확보되었고 그로 인해 한국 문학은 더욱 발전했으며, 21세기 이후 한강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 문학의 힘을 보여주게 되었다.
서 교수는 “한국 문학이 앞으로도 세계에서 한국 문학에 관한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학의 정의는 ‘좋은 것’으로, 재미와 감동을 위해 문학을 찾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연사는 “문학은 영혼의 비상식량이라는 말과 함께 마음이 가난해지는 순간에 문학이라는 비상식량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