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폐축사였지만 도예가 종현 씨의 손에서 심폐 소생된 집을 찾아간다.
◆심폐 소생 중인 폐교 집
전라남도 함평, 마당에 이순신 동상이 있는 집을 찾아간다. 1세대 포크가수 은희 씨의 딸 김키미 씨와 키미 씨의 남편 이준협 씨의 집이다. 젊은 시절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지만, 더 늦기 전에 눈에 밟히는 부모님 곁으로 가기로 결심한 부부. 폐교를 개조해 만든 이 집은 부부의 손길로 다시 심폐 소생되기 시작했다.
어머니 은희 씨는 1999년 폐교한 초등학교를 매입해 학생들의 가족들의 보금자리이자, 천연염색 작업실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20여년 후 딸 키미 씨와 사위 준협 씨가 이 공간으로 돌아왔다. 나이 드신 부모님이 힘에 부쳐 관리하지 못한 탓에 죽어가던 공간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곳곳이 꺼진 교실 바닥은 합판으로 꿰매듯 보수했고, 낡은 난로에는 새 연통을 달아 집을 따뜻하게 데웠다.
어머니 은희 씨의 눈높이로 뚫린 창 위엔 딸 키미 씨의 팔높이에 맞춰 선반을 올려 달기도 했다. 그중 가장 특별한 공간은 갈옷 디자이너였던 어머니의 은희 씨가 한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 실내 수영장이다. 늘 강한 햇빛 아래서 천연염색 작업을 하던 어머니 은희 씨는 여름이면 이 수영장에서 더위를 시키곤 했다. 수영장을 좋아하던 엄마와 달리 딸 키미 씨는 작은 욕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다. 항상 어머니와 아버지의 제자들로 북적이던 집에서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었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미 씨와 준협 씨 부부가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사실 가장 심각했던 곳은 어머니 은희 씨가 20년전 신축한 본관건물이었다. 압도적인 규모로 인해 관리가 어려운 탓에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것. 부부는 이곳에 낡은 물건들을 갈고 닦아 재활용해 다시 심폐 소생을 시도했다. 그리고 긴 시간 끝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물로 되살아났다. 1세대를 지나 2세대 자식들의 손으로 다시 심폐 소생 되어가고 있는 폐교집을 '건축탐구 집'이 탐구해본다.

전라남도 무안, 꽹과리를 쳐야 대문이 열리는 집이 있다? 보기에는 평범하고 아늑해 보이는 시골집. 그런데 이 집, 한 채가 아니라 세 채다? 거기에 직접 지은 전통가마까지! 원래는 폐축사였던 집을 돌과 황토로 심폐 소생한 건축주의 정체는? 그들의 정체는 돈은 없었지만 시간과 열정은 넘쳤던 도예가 박종현 씨와 그의 앞에 어느 날 나타난 연인 박미나 씨다.
21년 전, 낡은 폐축사 흙집을 산 종현 씨가 갖고 싶었던 것은 비바람만 피할 수 있으면 족한 도자기 작업실이었다. 함석 천장에 흙벽이 비바람을 막아주는 전부여도 도자기만 만들 수 있다면 그는 행복했다. 부엌 자리였던 천창의 검은 그을림마저 그대로 보존한 것은 이 집의 역사라고 믿었기 때문. 자연의 일부인 말벌집 역시 없애지 않았다. 단열은 화목난로 하나가 전부다. 해우소 역시 달 보며 별 보며 하늘 보며 들르는 것이 좋아 바깥에 뒀다. 검소하지만 충분히 족한 삶. 이 집은 종현씨를 꼭 닮은 집이었다.
그곳에 새롭게 등장한 이가 있다. 인생 가을녘에 나타난 동반자 박미나 씨다. 사별 후 홀로 아이 셋을 키우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종현 씨와 종현 씨의 집은 위안을 주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살림을 합치게 된 두 사람. 종현 씨는 사랑하는 미나씨를 위해 집안 곳곳을 다시 심폐소생시키기 시작했다. 보일러까지 깐 너른 부엌과 거실은 물론이고, 편백벽을 가진 작은 방까지 만들었다. 종현 씨 본인은 한 겨울에도 야외 화장실에서 찬 물로 샤워도 불사하지만 내 여자만큼은 뜨신 물로 샤워하길 바랐다. 손수 3-40m를 삽으로 파내고 변기까지 설치해 미나 씨만의 내부 화장실도 만들어주었다. 미나 씨를 향한 종현 씨의 사랑 덕분에 미나 씨는 과거 힘들었던 시간을 모두 이겨내고 이곳에서 종현 씨와 알콩달콩 살고 있다.
종현 씨는 젊을 적 한때 통신회사에서 근무했었다. 남부럽지 않은 아파트도 하나 가지고 있었지만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청년의 꿈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헐값에 아파트를 팔고 아무도 사지 않던 폐축사를 1,250만 원에 샀다. 삶에서 얻은 경험들을 통해 집을 고치며 결국 사랑도 찾았다. 그리고 그의 집 고치기는 21년 동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