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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세종 빨간 벽돌집ㆍ영월 하얀집, 나를 위한 집
입력 2025-06-10 21:50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건축탐구 집'이 어린 시절 상처를 빨간약처럼 치유해 준 중정이 있는 빨간 벽돌집을 찾아간다.

10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남들이 뭐라든 당장 내가 행복하기 위해 지은 집, 영월 하얀집을 탐구해 본다.

◆유년 시절의 상처를 보듬어준 집

세종특별자치시의 한 택지지구. 이곳에 오늘 탐구할 집이 있다는데, 아무리 찾아도 눈에 띄는 집이 없다?! 그저 죄다 빨간 벽돌집인데... 잘못 찾아왔나 싶은 순간! “여기예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남편 최명일 씨와 아내 황효숙 씨 부부가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일단 외관만으로는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오늘 탐구해 볼 이 빨간 벽돌집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남편 최명일 씨는 어릴 적부터 빨간 벽돌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단다. 전남 담양 출신인 그는 당시 시골 동네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았던, 지푸라기 지붕에 흙으로 벽을 세운 초가집에 살았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의 빨간 벽돌집에 놀러 갈 때면 빨간 벽돌이 가진 포근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명일 씨의 마음에 부러움으로 자리 잡았다고.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반장, 전교 회장을 도맡으며 교우 관계도 좋았지만 집에 친구들을 한 번도 초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학기 초 담임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할 때면, 초가집이 부끄러워 도망갔을 정도로 어린 시절 그에게 ‘집’은 상처이자 트라우마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가정을 이룬 그는, 세종에 땅을 사고 집 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빨간 벽돌 외관에 카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 현관, 그리고 이 집의 하이라이트인 단풍나무가 있는 중정 등 집안 곳곳 집에 대한 평생의 로망을 한껏 실현했다. 또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지 못한 게 한이 되어 두 딸은 언제든 친구들을 초대해 마음껏 자랑할 수 있도록 딸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딸의 친구들이 다 부러워하는 공간으로 꾸며주었다.

이 집의 이름은 집 안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중정이 있어 ‘하늘을 품은 집’이란 뜻의 ‘하품가’. 중정에 공간을 양보한 덕분에 내부 공간이 그만큼 줄어든 것뿐 아니라 중정 유리 청소가 굉장히 번거롭다. 예쁜 걸 얻는 대신 기꺼이 대가를 치른다는 마음으로 중정이 주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벼랑 끝, 삶의 숨통을 틔워준 집

산이 품고 강이 감싸 안은 고장 영월. 비슷비슷한 시골집들 사이에 지붕부터 벽체까지 온통 새하얀 집이 있다. 게다 집은 직선이 아니라 하얀 새의 양 날개처럼 꺾여 있는데... 이 독특한 집엔 서울에서 영월로 귀촌 한지 6개월 차인 이재용, 허연정 씨 부부가 산다.

남편 재용 씨는 대기업을 조기퇴직 후 귀촌하여 살림남을 하고 있고, 아내 연정 씨는 아직 서울의 오피스텔에 살며 직장 생활을 하고 주말에만 영월에 내려온다.

한 회사의 사수와 부사수로 만나 결혼한 두 사람. 25년 전 영월에 귀촌한 부모님 댁에 틈나는 대로 내려와 힐링을 하며 언젠가는 귀촌해 집을 짓자, 얘기했었다는데 그 시기는 예상보다 빨라졌다. 코로나 시기, 재용 씨가 백신 부작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일이 있었던 것.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진다는 재용 씨의 전화에 차를 몰고 응급실로 달려가며 연정 씨는 결심했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우리의 행복을 단 하루도 미루지 말자’고.

아버지가 사두신 땅을 내주셔서 부모님댁과 5분 거리에 지은 부부의 새하얀 집.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끄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일반적인 아파트에 비해 복도며, 거실, 주방 등 모든 공간이 최소 2배! 숨이 탁 트이는 속 시원한 집을 짓고 싶었단다.

지붕이 꺾여 있는 이유는 햇빛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라는데... 사이사이 채광창을 두어 하루 종일 어느 방향에서도 빛이 들게 하기 위함이란다. 덕분에 하얗던 남편은 어느새 까무잡잡 건강한 얼굴이 되었다.

또한 계단 대신 불편한 직각 사다리에, 강원도라 추울 텐데 사방에 큼직하게 난 창문에, 유리로 된 벽에, 문이 없이 다 뚫려있는 욕실에,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원색 소품들. 이 집은 평범한 집과는 사뭇 다른 이상한 요소들 투성이다. 그냥 보면 대책없어 보이지만 다 남편의 건강과 두 사람의 ‘행복’에 포인트가 맞춰진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