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제가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이런 악함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요."
웨이브 오리지널 'S라인'은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 사이에 연결된 붉은 선, 일명 S라인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인간의 욕망과 도덕적 위선을 날것 그대로 그린 19금 판타지 스릴러다. 배우 남규희가 'S라인'에서 연기한 김혜영은 같은 반 친구 강선아(이은샘)를 괴롭히는 학교 폭력 가해자이자, 교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로 만난 남규희는 'S라인' 속 혜영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선아를 바라볼 때 독기 가득한 눈빛이 아닌 해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고, 부적절한 관계의 대상인 교사 앞에서 보여주는 결핍 대신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 찬 배우였다.
최근 서울 마포구 비즈엔터에서 만난 남규희는 드라마 'S라인' 오디션 통과 당시를 떠올리며 멋쩍게 웃었다. 한 번의 미팅, 그 자리에서 바로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며 아직도 믿기 힘든 일처럼 이야기했다.
"그날은 유독 집에 가는 길이 낯설더라고요. '정말 캐스팅된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요."

그만큼 'S라인'에서의 역할은 남규희에게 낯설고도 특별했다. 그는 김혜영을 단순한 일진이 아닌, 서사와 내면이 존재하는 인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캐릭터의 전사를 스스로 만들어봤다. 말투와 몸짓, 목소리 톤까지 새롭게 잡았다.
"저는 혜영이를 예쁨을 다 덜어낸 아이로 상상했어요. 부모의 애정을 받지 못한 결핍 속에서 자란 아이. 그래서 어른에게 의존하고, 반대로 학교에서는 군림하려 했던 거죠."
캐릭터 구축보다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액션 연기였다. 발길질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던 그가 강선아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건 너무나도 고난도 액션이었다.
남규희는 액션스쿨을 다니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개인 PT 코치에게 따로 복싱을 배우며 주 5회씩 액션 연습에 매달렸다. 기분 좋은 듯이 학교 옥상에 도착해, 대걸레를 들고 강선아에게 달려가 그를 때리는 장면은 거듭된 연습으로 완성한 장면이었다.
몸을 쓰는 액션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힘든 건 감정이었다.
"제가 누군가를 괴롭혀야 하는 악한 행동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행동이 속 안에서 진짜 우러러 나오기까지가 힘들더라고요."

남규희는 김혜영이 단순한 악역으로 보이지만은 않았으면 했다. 결핍, 외로움, 의존, 그리고 억눌린 분노. 그런 것들이 한데 뒤섞인 인물로 느껴지길 바랐다.
"선생님이랑 모텔에 들어간 신을 찍을 때도 너무 불편했어요. 하하. 극 중에서 선생님이 가정이 있는 분으로 나오시기도 하고, 실제 상대 역을 해주신 배우님과도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니까 괜히 머쓱하고, 불편한 거예요."
그런데도 그는 더 세게, 더 모질게 밀어붙였다. 그렇게까지 몰아붙였다는 건, 그만큼 혜영이라는 인물을 강하게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혜영이를 보고 '미친X'라고 생각하길 바랐어요."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