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 박정연 "연습생→배우, 가장 큰 성장통"

"마치 졸업식을 치른 기분이에요."
SBS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이하 트라이)’에서 한양체육고 사격부 에이스 서우진 역을 맡아 활약한 박정연은 최근 서울 마포구 비즈엔터에서 만나 작품의 여운을 전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땀 흘리며 보냈던 시간이 학창시절을 마무리한 기분처럼 남았다”라며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트라이'는 SBS가 지난여름 선보였던 청춘 스포츠 드라마다. 학교의 자랑 사격부와 '금쪽이' 럭비부의 도전과 성장을 담아낸 이 작품에서 박정연이 연기한 서우진은 중학교 때부터 '사격 천재'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사격부 주장을 맡으며 늘 에이스의 자리를 지켜왔다.
"우진이는 말보다 행동이 멋있는 친구였어요. 대본에 워낙 멋지게 그려져 있었거든요. 이 매력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을까 부담도 됐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서우진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선 실제 사격 선수 같은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필수였다. 서우진은 자세 훈련부터 시작했다.
"처음 총을 들었을 때 무게에 깜짝 놀랐어요. 한 손으로 총을 드는데 무거워서 팔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연습 촬영 때 제 모습을 보던 카메라 감독님이 팔만 흔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그래서 집에서 아령으로 엄청 연습했죠. 나중에 카메라 감독님이 '처음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했다'고 말해주셔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사격 특유의 정적과 집중은 박정연에게 낯선 세계였다. 한 손으로 총을 드는 것만큼 어려웠던 것이 총성을 견디는 것이었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빡이는 것을 고치기 위해, 박정연은 훈련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는 "사격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데, 연기와 사격이 비슷한 점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극 중 서우진은 뛰어난 성적을 보유한 '에이스'이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과 성적 하락의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늘 1등만 하던 서우진이 부상 후 과녁을 전혀 맞히지 못하던 순간, 박정연은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
"아이돌 연습생을 하다 배우로 전향했을 때, 제 인생 가장 큰 성장통을 경험했어요. 몇 년을 준비했던 길을 모두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했을 때, 두렵기도 했고 스스로 많이 의심했죠.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다 성장 과정의 일부였던 것 같아요."
드라마 속 서우진은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뤘다. 실제로도 박정연은 사격부 플레잉 코치 배이지 역의 임세미, 한양체고 교장 강정효 역의 길해연 등 선배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촬영장에서 후배들을 따뜻하게 이끌어주는 선배들을 보며 이런 분들이 '좋은 어른'이라는 걸 실감했다"라며 "나 역시 언젠가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연습생 생활로 인해 고등학교 추억이 많지 않았던 그에게 '트라이' 촬영 현장은 진짜 고등학교 생활 같았다. 쉬는 시간에는 럭비부 친구들이 공을 차고, 사격부 멤버들과는 합숙을 하며 유대감을 쌓았다. 박정연은 "촬영이 끝난 뒤 동창회처럼 계속 만나고 싶을 만큼 소중한 인연들을 얻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박정연은 다시 한번 '졸업'이라는 표현을 썼다. '트라이'라는 작품은 끝났지만, 그 속에서 쌓은 경험과 배움은 여전히 가슴에 남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서우진은 혼자 빛날 수 없는 친구였어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 빛나는 인물이었죠. 저 역시 촬영하면서 관계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우도 혼자 빛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박정연이 서우진을 연기하며 배운 건 사격이라는 기술만이 아니었다. 그는 사격 훈련과 연기의 닮은 점을 이야기했다.
"조준은 오래 걸리고 호흡 하나에 쉽게 흐트러지지만, 제대로 맞히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 연기도 마찬가지로 감정을 쌓는 시간이 더 어렵죠. 하지만 그게 있어야 발사, 즉 표현하는 순간이 힘을 가지는 것 같아요."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