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드라마 밖의 하서윤은 ‘권송희’와는 달랐다. 극 중 송희가 부당함 앞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노 브레이크’ 직진 캐릭터라면, 비즈엔터와 만난 배우 하서윤은 말하기 전 3초를 고민하는 신중한 사람이었다.
"저는 3초 정도 생각하고 말하는 편이에요. 최대한 오해 없이 전달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송희가 부당한 상황에서 주저 없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멋있었고, 오히려 배우고 싶었어요. 연기하면서 ‘아, 나도 좀 솔직해져도 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하서윤에게 연기란 단순히 타인을 재현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때로는 자신을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특히 '김부장 이야기'는 그에게 배우로서 새로운 깨달음을 줬다. 그는 시청자들로부터 "우리 딸 이야기 같다"는 반응을 받았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면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연기, 공감을 주는 연기가 이렇게 큰 보람을 주는지 처음 알았다"라고 말했다.

"배우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직업이잖아요. ‘권송희’를 이해하려다 보니, 어느 순간 하서윤이라는 사람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20대의 끝자락에 선 하서윤은 30대를 앞두고 고민도 많다. 하지만 동료들과 나누며 단단해지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 이야기를 담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촬영 현장을 벗어나면 그는 다시 ‘집순이’ 모드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해 일부러 사람들을 만났지만, 지금은 그림을 그리거나 키링과 작은 액세서리를 만들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생각이 많은 편이라며 그림을 그리거나 키링 같은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으로 머리를 비운다.

마냥 차분한 집순이는 또 아니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6~7년간 수련한 해동검도 유단자다. 3단을 도전하려다 스케줄 문제로 잠시 검을 내려놓았지만, 하서윤은 "몸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면서 액션 연기에 대한 갈증을 털어놨다.
"언젠가는 꼭 액션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예전에 오디션 때문에 액션 스쿨을 다닌 적도 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검을 다루는 사극 액션이든 현대물이든 기회가 온다면 잘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숨겨진 액션 본능을 깨울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대중과 또 만나고 싶어요."

하서윤은 '김부장 이야기'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권송희의 비밀을 이야기해줬다. 사회 생활 만렙, 대기업이 천직인 것처럼 보이던 권송희도 사실 퇴사를 고민 중이고, 책상 서랍에 이직을 위한 영어 문제집 한 권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배우 하서윤은 '연기'라는 직장에 뼈를 묻을 기세다. 촬영 후 녹초가 되어 집에 갈 때면 "나 오늘 잘 살았다"는 뿌듯함을 느낀다는 천생 배우였다. 인터뷰 마지막, 그는 담담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앞으로의 목표를 말했다.
"배우는 결국 '사람'을 하는 거잖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제 안에 담아내고 싶어요. 계속 성장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